폐가에 묶여 있던 말티즈 - 은동이 이야기(1)

작성자피피(일산)|작성시간15.07.01|조회수1,033 목록 댓글 65



안녕하세요. 피피입니다. ^^ 지난번 미코 이야기에 따뜻한 격려와 위로의 글들을 보내주셔서 고맙습니다. 댓글을 읽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되어서 몇 번이나 읽고 또 읽고 했었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대표님께서 미코 이야기를 보신 뒤, 이제까지 대한수의사회에 게재했던 원고들도 카페에 공유하면 좋겠다고 하셔서 이곳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아이들 이야기를 연재할 수 있는 지면이 많아져서 충분한 분량이 확보되면 책으로 내보고 싶기도 하구요. ^^ 


가장 먼저 올리는 이 원고는 2013년 1월에 구조된 은동이 이야기 중 1편입니다. 은동이는 팅커벨에서 워낙 많이 회자되었던 아이라 오래 활동한 회원님들께는 익숙한 이름과 이야기일 거예요. 하지만 새로 가입한 회원님들도 많이 계시니, 그분들께 은동이를 비롯하여 앞으로 제가 올릴 글들이 팅커벨의 작지만 큰 역사로 읽히기를 바라봅니다.  


그럼 즐독하세요~ ^^


*


폐가에 묶여 있던 말티즈 은동(恩童)(1)


이 글의 화자는 팅커벨 프로젝트 대표(닉네임: 뚱아저씨)입니다.




진눈깨비가 내리던 어느 겨울날


겨울이었다. 1월이었다. 춥고 진눈깨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나는 운전을 하며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와이퍼 사이로 바깥을 바라보았다. 서울시에서 고양시로 이어지는 서오릉의 어디쯤이었다. 악천후 때문인지 도로는 정체가 심했다. 초조하고 답답했다. 꽉 막힌 길 위에서 나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내가 도착할 때까지 무사해야 할 텐데.’


처음 그 강아지의 사연이 올라온 곳은 Daum 아고라에서 동물을 좋아하는 네티즌들이 많이 찾는 반려동물방이었다. 글쓴이는 등산을 갔다가 길을 잘못 드는 바람에 버려진 마을로 들어섰다고 했다. 그리고 빈 집에 혼자 묶여 있는 작은 강아지를 발견했다.


엉망으로 엉킨 털, 눈물로 얼룩진 얼굴, 글쓴이가 올린 사진 속의 말티즈는 처참한 몰골이었다. 줄에 묶여 꼼짝도 못한 채, 누군가가 자신을 구해주러 오기만 애타게 기다리는 모습. 언제 놓아둔 것인지 강아지 옆에 낡은 그릇 두 개가 보였다. 하지만 밥그릇은 비어 있고 물은 꽁꽁 얼어 있어, 강아지가 허기를 채우거나 갈증을 해결할 길은 요원했다. 게다가 지붕도 없는 곳에 묶여 있으니 이 순간에도 눈과 바람을 고스란히 맞으며 추위를 견디고 있을 것이다. 이사를 가면서 버린 것일까, 아니면 일부러 외딴 곳을 찾아와 묶어놓고 도망간 것일까. 강아지는 얼마나 오래, 그렇게 묶여 있었던 것일까.


이렇게 추운데 저 강아지 어째요.’ 

누가 저 강아지 좀 구해주시면 안 돼요?’ 


수많은 댓글이 달려 있었지만 다들 누군가가 나서주기만 바랄 뿐, 자기가 구하겠다는 사람은 없었다.


그 게시물을 본 사람 중에는 대구에 사는 여성분(닉네임: 퐁당퐁당)이 있었다. 그 분은 이 강아지를 꼭 구하고 싶었지만 직접 움직이기엔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멀리서 발만 동동 구르던 그 분이 생각해낸 방법은, 팅커벨 프로젝트에 구조를 요청하는 것이었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본 강아지지만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제가 꼭 구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혼자 힘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단 하루라도 따뜻한 곳에서 재우고 배불리 먹일 수 있다면 뭐든 하겠습니다. 구조 요청비도 내고 병원비도 보태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할게요. 제발 도와주세요.’


게시물이 올라온 것은 오후 1220, 내가 그 글을 읽은 것은 2분 후인 1222분이었다. 사실 팅커벨에는 다소 길고 복잡할지 모르는 구조 절차가 있었다. 구조 요청자는 자신이 그 강아지에 대해 어떤 책임을 함께 질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하고, 그 요청에 대해 20인 이상의 정회원이 동의해야 하며, 그 후에 운영진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최종 승인하는 체계였다. 그렇지 않으면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는 구조 요청을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칼바람이 몰아치고 눈발이 날리는 한겨울, 그 상황을 벗어날 수도 없이 혼자 묶여 있는 강아지에게는 () 구조, () 승인이라는 예외적인 조치가 필요했다. 나는 수소문 끝에 아고라에 원 글을 올린 게시자를 찾아냈고, 강아지가 있는 위치를 알아냈다.


오후 2, 나는 내비게이션에 제보자가 말한 주소를 찍고 고양시로 향했다. 아무쪼록 내가 도착할 때까지 강아지가 추위와 배고픔에 쓰러지지 않기를, 제발 살아 있기를 바라면서.


폐가에 묶여 있던 강아지를 구하러 가던 날.

진눈깨비가 내리는 춥고 스산한 겨울날이었습니다.


버려진 마을, 버려진 집, 버려진 강아지


내비게이션은 대도시의 건물은 쉽게 찾아내지만 시골의 외딴 곳은 정확히 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도착한 곳은 사진 속의 풍경과 전혀 다른, 엉뚱한 곳이었다. 차량 내비게이션과 스마트폰의 위치 안내 어플리케이션을 번갈아 사용하며 한참을 헤맸지만 사진 속의 집도, 방치된 강아지도 찾을 수 없었다. 어떡해야 하나. 나는 막막한 심정으로 흐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후 세 시경이었지만 구름이 자욱한 탓에 사위는 어두컴컴했다. 오래 전 사람들이 떠나버린 마을은 을씨년스러웠다. 점퍼를 목 끝까지 단단히 여몄지만 끈질긴 칼바람은 악착같이 몸속으로 파고들었다. 이런 날씨, 이런 장소에서 한없이 구조의 손길만 기다릴 강아지를 생각하면 포기하고 돌아갈 수도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발길 닿는 대로 헤매다 잘못 들어선 길 끝에서 나는 사진에서 본 파란 대문을 발견했다. 줄에 묶여 있는 작은 말티즈도 보였다. 저 녀석이다. 나는 한달음에 강아지에게 달려갔다. 강아지는 젖은 몸을 떨며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폐가에 묶여 있던 은동이와의 첫 만남. 

마치 "저 데리러 오신 거예요?"하고 묻는 듯한 눈빛을 하고 있었습니다. 


녀석은 낯선 사람을 보고 짖지도, 경계하지도 않았다. 다만 꼬리를 흔들며 절박한 눈빛으로 올려다볼 뿐이었다. 무릎을 굽히고 앉아 사사미 몇 개를 잘라주자 녀석은 허겁지겁 그것을 먹어치웠다. 그제야 나는 한숨 돌리고 주변을 살펴보았다.


마을 전체가 황량하기 그지없는 폐허였다. 모든 것이 낡았고 녹슬었고 망가져 있었다. 강아지가 있는 집도 빈 집이 아니라 흉가에 가까웠다. 버려진 마을, 버려진 집, 버려진 강아지.


강아지는 인적도 불빛도 없는 이곳에 묶여 홀로 밤을 지새웠을 것이다. 동이 트는 아침을, 노을이 지는 저녁을 쓸쓸히 맞이했을 것이다. 차갑고 축축한 맨바닥에 몸을 누이고, 먹을 것도 마실 것도 없이 배고픔과 사투를 벌였을 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강아지가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아무도 구해주러 오지 않는다는 절망감, 쓸쓸히 혼자 죽어가야 한다는 공포가 아니었을까.


사람이 떠난 지 적어도 몇 년은 되어보였으므로, 이사와 함께 버려졌다면 녀석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면 역시 멀지 않은 과거에 누군가 일부러 이 폐허를 찾아와 유기한 것일까. 풀어놓기만 했더라도 강아지가 살 길을 찾아 갔을 텐데 왜 묶어놓았을까. 마을 전체가 비어 있는데다 누군가 우연히 지나칠 수 있는 곳도 아니었기 때문에 녀석이 살아 있는 것은 기적처럼 느껴졌다.


줄을 풀어주고 준비해간 이동장을 내려놓자, 강아지는 순순히 안으로 들어갔다. 마치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나는 그곳을 떠나기 전 대문 앞에 쪽지를 붙였다. 혹시 그동안 강아지를 돌봐주었던 분이 있을까, 주인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강아지가 너무 춥고 배고파 보여 안전한 곳에서 보호하려고 데려갑니다. 강아지를 찾으시려면 아래 연락처로 전화 주세요.’


하지만 그 후로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도 연락해오지 않았다.



은동이가 묶여 있던 폐가와 대문 앞에 붙여둔 쪽지.


은혜로운 아이, 은동


팅커벨 프로젝트의 연계 병원에서 혈액 검사와 키트 검사를 한 결과, 다행히 강아지는 심장사상충도, 전염성 질병도 없었다. 하지만 오랫동안 먹지 못한 탓에 빈혈이 심했고 털 속엔 진드기가, 눈 속엔 안충이 득실거리고 있었다. 미용을 하고, 벌레를 하나하나 끄집어내고, 중성화수술까지 한 뒤 강아지는 비로소 퇴원할 수 있었다.



병원에 도착한 직후의 은동이.


한편 그날과 다음날, 팅커벨 프로젝트 카페에서는 이 강아지의 이름을 짓기 위한 투표가 진행되었다. 최다 득표를 한 이름은 은동(恩童)’. 이제부터 은동이는 팅커벨의 강아지로, 은혜로운 아이로, 새 삶을 살게 될 것이다.


한 회원(닉네임: 피피)은 은동이가 입양 갈 때까지 임시보호를 하겠다고 자청했다. 팅커벨에서 몇 번 가정임보를 한 적 있는 분이기 때문에 나는 안심하고 은동이를 맡겼다. 임보엄마의 품에 안긴 은동이는 그제야 자신이 살았다는 사실이 실감나는 듯했다.



미용을 하고 몸을 추스른 뒤 임보엄마 품에 안긴 은동이.

표정이 희미하게 웃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구조 이후 모든 것이 순조로웠다. 은동이는 임보가정에서 보살핌을 받다가 좋은 가족에게 입양 갈 것이다. 불행은 끝나고 행복이 시작될 것이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믿었다. 2주 후, 은동이의 임보자로부터 전화를 받기 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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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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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피피(일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7.01 호야님, 반갑습니다~ ^^ 은동이 구조 당시, 저런 곳에 애를 묶어놓고 도망갔다는 데 다들 경악했어요. ㅠㅠ 정말 고생 많이 했던 은동이지만 지금은 최고의 가족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어요. ^^
  • 작성자깜미해피(부산) | 작성시간 15.07.02 은동이......이름만 떠올려도 첫 구조모습과 마지막 피피님과의 수채화 같은 바닷가 이별여행 장면, 그리고 행복해진 모습이 오버랩되면서 가슴 한 켠이 저미는 아릿함과 미소가 번지는 안도감이 있어요. 물흐르 듯 막힘없는 유려한 필체로 다시 읽는 은동이 이야기도 역시나 감동으로 다가옵니다. 늘 건강하시고 건필하시길요.....
  • 답댓글 작성자피피(일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7.02 깜미해피님, 고맙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이렇게 은동이 이야기를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은동이가 행복해진 거 같아요. 고맙습니다. ^^
  • 작성자김명선 (분당) | 작성시간 15.07.02 읽는 내내 눈물이 낫서 몆번씩이나 눈물 코물을 훔처도
    시야가 흐러집니다
    가슴 이 턱턱 막혀옵니다
    감동적인 일과 글 너무잘읽어습니다
    2탄을 기다리믄서
    감사함 마음 전합니다
    감동 그자체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피피(일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5.07.02 아, 김명선님도 은동이 일 이후에 가입하셨나봐요. (왠지 오랫동안 뵌 느낌... ^^) 은동이 이야기 소개해줄 수 있어서 기뻐요. 다음 이야기도 곧 올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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