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FE

우미갈 전시 리뷰

고려대박물관 관람 후기 - 김기창의 모란도

작성자cherryblue|작성시간14.05.11|조회수967 목록 댓글 9

고려대 박물관에 전시된 고미술품 중에서 가장 내마음을 흔들었던 작품은

김기창의 "모란도"였습니다.

물론 김홍도의 "송하선인취생도"도 멋지고 이하응의 난 그리고 최북의 작품들도 멋졌지만

이들 작품들은 익히 봐왔던 작품인지라

내마음을 흔들기보다는 멋진 작품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정도였습니다.

 

한국 고미술을 많이 접해보지는 않았지만

여태까지 모란 그림을 보면서 느낀 점이라고는 그저 화려한데다가 다른 꽃에 비해 지나치게 커서인지 몰라도

동양의 미라고 할 수 있는 은은한 아름다움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김기창의 모란은 화려하고 커다랗다는 점에서는

다른 모란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왠지 넘실대는 활동감이 느껴졌습니다.

마치 오랜 시간에 걸쳐서 꽃이 피는 장면을 촬영한 뒤

필름을 빨리 돌려서 꽃이 피는 과정을 속도감있게 재생했을 때처럼,

김기창은 그렇게 꿈틀대는 모란의 생명력을 조용한 봄기운 속에 화려하게 재현시켜 놓았습니다.

귀를 기울이면

꽃잎이 햇살을 가르며 펼쳐지는 소리가 들릴 듯도 했습니다.

 

 

 

 

문득, 올 초에 덕수궁에서 전시되었던

김기창의 "군작도"가 새삼 머리에 떠오릅니다.

군작도를 볼 때

작품에서 거대한 참새군단이 날아오르는 소리가 들렸다가도

그 거대한 한 무리가 지나간 후의 적막감이 느껴지기도 했었습니다.

군작도는 그렇게 한 화면에서 두 가지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모란에서는

3 가지 소리가 들렸습니다.

나뭇가지 위에서 지저귀던 새들의 소리와

모란의 아름다움에 취해 일순간 멈추어서 꽃을 바라볼 때의 찰나적 고요와

그리고 그 고요를 뚫고서 미세하게 피어나는 꽃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김기창 작가는

친일을 했기 때문에 내가 결코 좋아할 수 없는 작가임은 확실하지만

그의 작품만은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검색
현재 게시글 추가 기능 열기

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anita | 작성시간 14.05.12 덕수궁미술관 이번 전시에서 본 군마도에서도 소리를 느꼈었습니다.
    고대박물관 벙개 치셨으면 분명히 갔을텐데.. 아쉽습니다.
  • 작성자뒷북 | 작성시간 14.05.13 멋집니다. 꽃도 그렇지만 잎이 살아있군요.
  • 작성자예린 | 작성시간 14.05.19 그림도 너무 예쁘고 리뷰도 너무 좋아요~~~
  • 작성자나댜 | 작성시간 14.06.01 저도 그림의 소리를 듣도록 노력 해봐야겠어요^^;;
  • 작성자essprit | 작성시간 14.06.30 저도 한 40년전에 유명작가의 모란그림을 보고 그 봄내내 힘을 얻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모란과는 많이 다르지만 명화란 그렇게 작가의 표현을 통해 공감하고 힘을 주는 거 같아요,,, 요즘 새로이 천경자 화백의 소품몇점을 30년 만에 다시 보는데 역시 그분도 최고 화가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김기창'/ 천경자 두분이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에는 그 그림들이 당연한거 같았는데,, 그정도 화가 한분이 쉬운 건 아닌거 같아요,,, 최근 타계한 김흥수 화백도 시대를 통과하는 저력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합니다.
댓글 전체보기
맨위로

카페 검색

카페 검색어 입력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