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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덕사주지 정묵스님께

작성자천장암|작성시간16.09.23|조회수413 목록 댓글 11

수덕사주지 정묵스님께

 

스님께서 종단의 소임을 사시고 수덕사주지 소임을 사시는 동안 스님과 사적으로 살갑게 대화를 나누어 본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본말사 주지스님들이 참여하는 해외여행이나 분기별로 개최되는 교구종회 때에도 회의를 마치고는 헤어졌습니다. ! 딱 한번 서울 조계사근처에서 우연히 만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 한 적은 있는 것 같습니다. 그때 같이 있던 스님이 주지임기만료가 다 되었다고 하니 스님은 당신이 소임 보시는 기간에는 말사스님들이 안정적으로 포교활동을 하도록 누구나 재임을 약속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2016920일 천장사주지 임기만료가 되었습니다. 제가 백인대중공사 활동을 하며 글을 쓰고 직선제운동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하여 스님께서는 불편한 의견을 피력 하셨습니다. 개인자격으로 글을 쓰는 것은 괜찮치만 말사주지로서 글을 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저는 그때도 지금도 왜 글을 써서는 안 되는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대중공사에서 표출된 직선제의 여론을 받아들여 종회에서 직선제특위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음에도 왜 직선제운동을 하면 안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정말 말사주지는 종단을 위해서 소신발언을 할 수가 없는 것인지요? 말사주지는 총무원과 본사에서 지시하는 데로 따르기만 해야 하는 것인지요?

 

저는 천장사주지로서 살면서 매년 선방운영을 운영하였습니다. 절 살림이 가난하기에 가난함을 미덕으로 알고 사실분들만 오세요라는 방부안내문을 제방에 보내면서 소욕지족하는 스님들을 모시고 안거를 지냈습니다. 초하루와 보름날에 아무도 오지 않는 천장사에서 매주일요일마다 대화와 토론이 있는 일요법회를 운영하며 듣는 불교에서 말하는 불교로변화를 꾀하였습니다. 일요법회가 생긴지 2년동안 일요법회는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진행되었으며 안거기간에는 선방스님들을 법사로 초청하여 선방스님들에게는 설법의 기회를 제공하고 일요법회 불자님들에는 수행자와 만남의 기회를 제공하여 소통하는 불교를 만드는 노력을 하였습니다.

 

천장사는 경허스님이 오래도록 주석하신 유서깊은 사찰임에도 도로명주소가 경허와 관련없는 이름이란 걸 알고는 각고의 노력 끝에 경허로라는 명예도로명과 천장사길이라는 법정도로명을 지정받았습니다. 매 주말에는 암자에서 하룻밤이라는 템플스테이를 개최하고, 토요일에는 천장사에서 수덕사까지 경허스님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깨달음의 길을 걷고, 사찰안내 팜플렛을 만들고, 경허세미나를 개최하고, 경허기념관을 짓는 등의 불사를 하였습니다. 아라메길 천장사 코스를 개발하고, 매년 오월에 인근 초등학교에 장학금을 전달하고, 절에 오지 못하는 불자들을 찾아가고, 누구든 절에 오면 차드세요” “공양하세요라는 인사를 먼저 건네는 규칙을 만들어 살다보니 새로운 산중불교의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저는 4년동안 주지소임을 보면서 공심(公心)으로 살았다고 자부합니다.

 

천주교성지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해미읍성에 들어가 해미읍성연등축제를 2회 개최하여 해미읍성이 천주교만의 성지가 아니라는 것을 일깨웠습니다. 해미읍성 서쪽에 있던 산수리 미륵불찾기에 노력을 기울여 칠천오백명의 서명을 받아 미륵불이 있는 호암미술관에 전달하였습니다. 이 모든 일들은 저의 은사스님서산주지협의회의 도움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는 일들이지만 제가 먼저 제안하고 지속적으로 실무책임을 맡았기에 자부심을 느끼게 됩니다. 앞으로 해미읍성 동서남북에 있는 사방비보미륵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홍보하여 해미읍성이 애초에 불교성지임을 널리 알려야 할 것입니다.

 

종단적으로는 선학원정상화대책회의에 위원으로 참여하면서 자발적으로 선학원 분원장을 방문하여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선학원이 조계종을 탈종하려는 시도를 비판하는 글을 썼습니다. 종단백년대계를 위한 ‘100인 대중공사에 열심히 참여하고 참가후기를 올리는등 소통의 장을 여는데 참여하였고, 대중공사에서 도출된 직선제의 여망을 살려내기 위하여 직선제의 필요성과 선거방법에 대한 글도 썼습니다. 외국인 현각스님이 조계종을 비판한 글에 대하여 동질감을 느끼는 부분이 있어 현각스님을 지지하는 글도 올렸습니다. 이 모든 노력은 오로지 불교와 종단을 아끼는 애종심의 발로였지 다른 마음으로 한일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종단을 향해 던진 쓴 소리는 구성원으로서의 당연한 권리이므로 저의 소임기간에 대해서는 종단에서 실시하는 "주지평가제"를 기준으로 평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제가 지난 827일 본사에 주지재임 품신서류를 올렸는데 920일 주지임기만료날까지 본사에서는 서류를 총무원에 올리지 않고 있으며 재임을 못해주는 이유도 설명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만 은사스님으로부터 사찰관리인으로 살게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조계종 홈페이지에 있는 사찰관리인 임명 사유는 이렇습니다.

교구본사에서 다음의 사유로 후임 말사주지 임명을 품신하기가 어려운 때는 2회에 한하여 사찰관리인을 임명할 수 있으며, 2회를 초과할 때에는 총무원에 사찰관리인을 품신합니다. 사찰관리인의 임기는 3개월 이내입니다. 1.주지가 징계로 인하여 해임되고 후임 주지가 즉시 임명되기 어려운 경우 2.교구본사 주지가 후임 주지 추천을 6개월 이내 3차례 이상 요청하였으나 창건주권리자가 이에 불응하여 후임 주지를 추천하지 아니한 경우

위 규정에서 2번은 사찰 창건주의 경우이므로 공찰에는 해당 없고 나머지 1번도 4년 임기를 잘 마친 천장사의 경우에는 해당 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920일로 임기 만료된 저를 사찰관리인으로 임명하는 것은 어느 규칙에도 적용이 안 되는 불합리한 처사입니다. 변호사의 말에 의하면 사찰관리인은 횡령등의 문제가 있어 본사에서 관리감독해야 되는 사고사찰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정상적인 사찰에서 재산관리인이 임명된 사례가 없다고 합니다. 제가 무슨 잘못을 했기에 사고 사찰에나 파견하는 사찰관리인이 되라는 것인지 이해 할 수가 없습니다. 전 주지를 지낸 사람이 다시 그 사찰의 재산관리인이 된다면 그것은 심각한 불명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그동안 100인 대중공사, 선학원문제, 직선제문제에 열정을 가지고 활동해 온 것은 이제까지 승단의 은혜를 입고 살아온 수행자로서 승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하는 자발적인 노력이었습니다. 저는 올해로 출가한지 30년이 됩니다. 종단에서 규정하는 법계로는 종사(宗師)’의 자격을 갖추었습니다. 종사는 승가의 최고 지도자로서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이 될 수 있는 법계이며 종사보다 높은 법계는 대종사가 유일합니다. 불가에 입문하여 인생의 젊은 시기를 온통 출가수행자로 살아온 제가 승가의 문제를 거론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면 도대체 누가 종단의 문제를 거론해야 하는 것입니까?

 

저에게는 제가 가진 불교관과 인생관에 따라 소신발언을 할 수 있는 발언의 자유가 그 무엇보다 소중합니다. 소임자로 살던지 혹은 평대중으로 살던지간에 승가의 구성원들은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세상의 모든 것을 다 버리고 불가(佛家)에 들어와서 노후가 보장되지 않은 가난한 생활을 영위 하면서도, 이렇게 가사를 입고 평생을 사는 것은 자유! 이 자유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30년을 승가에 살아온 사람에게도 할 말을 못하게 하는 종단, 소통을 원하지 않는 종단이라면 그런 종단은 나에게 왜 필요한 것입니까? 이러한 질문을 제 자신과 저의 도반들과 본사주지스님과 총무원집행부와 승가대중스님들께 진중하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2016921

허정합장


* 이 편지는 21일날 본사주지스님께 전달되었지만 22일 차기 사찰관리인과 주지인수인계가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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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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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밸라거사 | 작성시간 16.09.24 하는지를 진중하게 생각하고 또 생각을 한다면 누가 보고 듣더라도 납득이 갈만한 합당한 처사와 배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천장사 주지스님이신 허정스님, 부처님 명호를 마음으로 소리 높이 부르면서 응원하고 지지합니다.
  • 작성자무진행 | 작성시간 16.09.24
    108배 발원문중
    "좋은 선지식을 만나길 발원합니다"
    제가 가장 원하는 발원이 매주 이뤄지고 있어 감사드립니다

    이번 어이없는 상황에서
    스님의 강한 펜의 힘으로
    다른 많은 사람들도 선지식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원합니다













  • 작성자여여 | 작성시간 16.09.24 진정 유감입니다.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실망감을 느낌니다.
  • 작성자수선화 | 작성시간 16.10.17 매화향기는 추운 겨울이 있어야 그 향기가 코끝을 찌른다고 합니다. 또한, 하늘이 그 사람을 시험해 보기위해선 혹독한 고난의 과정을 준다고하니 많이 아프시겠지만, 잘 극복하신 참된 수행자의 모습을 볼 수있기를 두손모아 기원하나이다~ 건강하세요 -()-
  • 작성자문수행 | 작성시간 16.10.20 스님...... 스님은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단지 불교계를 대표한다는 총무원이라는 공간과 권력속에 갇힌채 밖에서 들려오는 참된수행자와 불교의 참된 나아갈길을 얘기하는 재가불자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눈멀고 귀먼 권력자들과 다를 뿐입니다. 그들이 만들어낸 권력으로 참된 수행과 포교를 잠시 막을 수 있을지 모르지만 소리내지않고 실천하는 수많은 수행자와 불자들의 힘이 언젠가는 그들을 이기는 날이 꼭 올거라 믿습니다.

    스님
    주지소임사시는 동안 그들에게 물들지 않고 초심으로 잘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젠가 천장사가 아닌 다른 곳에서 변함없이 소통하고 나누며 수행하는 모습의 스님 뵐날을 기대합니다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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