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는 선생님 결혼식에 다녀왔습니다.
작년에 직장 업무와 관련된 연수를 받으러 지방에 출장을 간 적이 있는데
그때 한 달 정도 연수원에서 같은 방을 쓰게 된 룸메이트 선생님이었습니다.
천주교 신자분이라서 그런지 서울에 논현동 성당에서 혼배 성사를 올리게 되었습니다.
결혼식이 미사로 진행되었습니다.
미사를 드리면서 조금 놀란 것이 있는데, 이 성당의 신부님께서는 거의 대부분의 전례 예식문을 노래로 하시더군요.
보통 천주교 미사에 가보면 신부님들께서 그냥 예식문을 음률없이 낭송하시거나 간단한 음률로(현대에 작곡된 듯한 조금은
약식의 느낌이 나는 곡조로) 일부분 조금씩만 하셨던거 같은데, 이 성당에 신부님은 상당히 많은 부분을 노래로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집안 여건 상 가끔씩 천주교 미사에 참여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 이었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이 성당의 신부님은 성악과 오르간을 공부하신 음악에 조예가 깊은 분이라서 그렇다고
결혼식을 마친 신랑이 얘기해 주었습니다. (오늘 결혼한 신랑, 신부 모두 음악을 전공하신 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더욱 놀랐던 것은 미사 집전하시는 신부님의 노래 곡조의 상당 부분이 성공회에서 신부님이 미사집전 하시는
곡조와 같은 것들이 많았습니다. 자세한 유래는 모르겠지만 성공회에서 사용하는 미사 예식의 곡조의 상당 부분이
종교개혁 이전의 당시 서방교회에서 함께 불리워진 곡조를 그대로 사용하기에 공통된 부분이 많지 않나
나름 추측을 해 봤습니다.
결혼식이 미사로 진행되어서 인지, 결혼식 중에 강론(설교)도 하시고 나중에 성찬의 전례도 진행 되었습니다.
영성체 시간이 되어서, 결혼식 진행을 맡은 사회자가
"천주교에서 세례를 받은 분들만 영성체에 참여하실 수 있습니다." 라고 방송을 했습니다.
가끔 천주교 미사에 참여하지만, 영성체 시간이 되면 저는 잠깐 동안 고민을 하게 됩니다.
영성체를 해야 되는가? 말아야 되는가?
당연히 제 개인적인 마음은 영성체를 열렬히 하고픈 마음입니다.
그러나 천주교의 전통과 교회법을 생각하면, 그들의 문화를 존중한다면 영성체를 안하는 것이 더 타당한 것 같은데...
마음속으로 몇분 동안 심각한 고민을 하다가 결국 저는 영성체에 참여를 합니다.
천주교인들 중에 이런 얘기들으시면 탐탁치 않게 여기실 분들이 많으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견해인지도 모르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룩한 성체는 하느님께서 주시는 양식이며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존재를 차별없이 사랑하시는 분이시다."
사실 저는 세례를 두 번 받았습니다. 어릴적 어머니의 영향으로 개신교인 장로교(통합)에 다니면서 중학교 3학년 즈음에
한 번 받았던거 같고 그 이후 이렇게, 저렇게 방황하며 살다가 천주교인인 제 아내와 결혼하게 되면서
천주교에서 다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천주교에 나갔습니다.
그리고 어쩌다가 성공회와 인연이 되어서 저는 성공회에서 견진을 받고 지금은 성공회 교인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성체를 받고 제 자리로 와서 기도를 했습니다.
보통 저는 성체를 모시면서 저의 죄를 반성하고 주님의 자비와 용서를 구하는 기도를 마음속으로 드립니다.
그리고 오늘은 결혼하는 신랑, 신부가 행복한 가정을 이루도록 기도했습니다.
오늘 결혼식에는 그때 같이 연수를 받았던 선생님들이 같이 왔는데
두분은 천주교인이고 또 다른 두분은 개신교인(감리교,장로교)이었습니다.
영성체에는 천주교인 두분이랑 저랑해서 세명이 함께 참여를 했는데, 다른 개신교회 다니는 선생님 두분은
그냥 자리에 계실 수 밖에 없었습니다. 모두 예수님을 믿고 따르는 사람들인데 다함께 참여할 수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좀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렸습니다. 세상에 있는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다름을 존중하고,
최소한 거룩한 주님의 몸과 피는 예수님을 구주로 모시는 개신교, 정교회, 천주교, 성공회 형제들이 다 함께
나눌 수 있는 세상이 속히 오기를 간절히 기도했습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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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Nichola 작성시간 16.04.24 저도 군에 있을 때 한 2년 천주교를 나갔었지요.
성공회가 없다보니 어쩔수 없는 선택이라고 할까.
당시 군종신부님은 성공회교인은 인정하는데 조건부 영세를 받으라고......
요즘 천주교에서 쓰는 미사예문이 성공회예문을 갖다 쓰다보니 우리 미사형식과 비슷하더군요.
어쩃든 개신교보다는 조금더 친근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더불어숲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16.04.25 전례적인 면에서 많은 유사점이 있습니다. 개신교회 중에는 루터교회도 전례가 있구요. 갈라지기 전에는 다같은 서방교회 였었죠. 어쨌든 지금은 서로간에 생각의 차이로 갈라져 있지만 최소한 성찬은 서로 차별없이 나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천주교가 좀더 양보하고 너그러움을 보인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로 생각됩니다만 현실적으로는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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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산소리 작성시간 16.04.25 전례라는 것도 원래는 이방 전통에서 차용해 온 것이 매우 많습니다.
어떨 땐 과연 어떤 전통이 기독교 혹은 카톨릭의 유니크한 전통이라는 것인가 하고
머리가 어질어질해질 지경입니다.
그럼에도 저런 카톨릭의 행태는 먼저 표절한 사람이 자신의 저작권을 주장하는 격이라고나 할까요...
카톨릭도 성공회에서 본받을 점이 아직 많습니다.
중요한 것은
더불어숲님이 지적하신대로
세상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며 다름을 존중하는
바로 그 정신인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