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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창작공간

불암산 산행기

작성자산소리|작성시간12.03.27|조회수137 목록 댓글 2

2012. 3. 24. 토요일 오랜만에 불암산에 올랐다.

 

불암산은 서울특별시 노원구와 경기도 남양주시 별내면 경계에 있는 산으로 높이는 508m이다. 서쪽으로는 북한산이 마주보이고, 북서쪽과 북쪽으로는 도봉산·수락산이 각각 솟아 있다. 큰 바위로 된 봉우리가 중의 모자를 쓴 부처의 형상이라 하여 불암산이라 이름붙였다 한다.

 

남북방향으로 능선이 뻗어 있으며, 산세는 단조로우나 거대한 암벽과 울창한 수림이 아름다운 풍치를 자아낸다. 기반암은 화강암이며, 당현천과 용암천의 계류들이 발원한다. 남쪽 사면에는 불암산폭포가 일대 장관을 이루고 있으며, 824년(헌덕왕 16) 지증대사가 세운 불암사는 예로부터 신성시되어왔고 그밖에 불암사의 부속암자인 석천암·학도암 등이 있다.

 

돌아가신 임금을 지키는 산이라 하여 태릉과 강릉을 비롯한 동구릉·광릉 등 많은 왕릉이 주변에 있으며, 산정에는 성터·봉화대터가 남아 있다. 남쪽 산록에는 육군사관학교·서울여자대학교·삼육대학교·태릉선수촌·태릉푸른동산 등이 있다.

 

나는 최근 들어 산을 자주 찾게 되었다. 건강상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여기 계신 고수님들께는 죄송합니다만) 사람은 땅을 가까이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는 새로운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산을 오르는 동안에는 생각을 잠시 멈추고 자연의 경이로움에 젖어들며 마음의 평화를 되찾을 수 있어서도 좋다.

 

전 날에는 전에 다니던 교회의 벗들과 술 한잔을 했다. 부부동반으로 세 가정이 모였고 물론 모두 성공회 교회의 교인들이다. 술이라고 해도 그저 생맥주 몇 잔에다 조촐한 안주 몇 가지가 전부다. 사순시기라 조심스럽게 모였다. 위로가 필요해서 였을까..

 

사람은 누구나 살다보면 상처를 받게 되고 또 그만큼 상처를 주게 되기 마련이다. 내가 많이 상처를 받았다면 나도 그에게 그만큼의 상처를 준 것이라고 보아도 된다. 그것이 내가 의도했든 그렇지 않았든 말이다. 그러니 떠날 때는 특별한 말이 필요 없는 것이리라. 근래 몇 해 동안 아픔을 많이 겪었던 교회였다. 다만 불행스런 일이라고만 말하는 편이 좋은 듯하다.

 

전날 마신 술때문에 좀 늦게 일어났다. 아니 새벽 2시 반쯤 들어왔으니 전날도 아니였다. 침대에서 아침 9시쯤 눈이 떠졌지만 일어나고 싶진 않았다. 그대로 눈을 질끈 감고 버텼지만 더 이상 잠은 오지 않았다. 9시 반쯤 침대에서 일어나 창문을 바라봤더니 창밖으로 비치는 햇살이 너무 맑고 신선해 보였다. 우린 흔히 이런 경우 집안에만 있는 것은 뭔가 손해를 보는 느낌이랄까 아니면 죄를 짓는 느낌이랄까 어떻튼지 밖으로 나서야 직성이 풀릴것 같았다. 

 

아이들은 이제 다들 커서 제 앞가림을 스스로 하니 우리 부부만 길을 나섰다. 나름 산행을 즐기게 되면서 아내는 불암산을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최근에 갔던 수리산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고 하고(나 자신은 수리산도 제법 재미 있었지만 주도권이 아내에게 있으니 나로선 별 수 없다), 가까운 소래산은 약간 약한 느낌이 들고, 집 옆 원미산은 그저 산책에 불과하니 산행이라 할 것도 없다. 나도 사실 아직까진 불암산이 딱 적당한 것 같아서 가장 좋아한다. 

차를 타고 가는 동안 우린 깜짝 놀랐다. 왜냐 하면 가는 길에 보니 북한산 정상 부분에 눈이 덮여 있었던 것이다. 전 날에 비가 내렸었는데 산에는 추워서 눈이 내렸었나 보다. 

 

3월 말에 설산이라...불암산도 약간 불안한 기분이 들었다. 눈이 덮히면 정상까지 못갈텐데 하면서 말이다.

 

그 날도 제4등산로를 택했다. 우리가 매번 가는 코스이다. 그전에 우리가 코스를 잘 모를 때는 남양주쪽에서 불암사를 거쳐 올라오는 계곡코스를 많이 택했었는데, 계곡코스가 늘 그렇듯 숲속을 헤메는 느낌이 아내에게는 썩 좋진 않았던 것 같다.

 

그 다음은 상계동 대림아파트 코스로 갔었는데 제법 좋았다. 하지만 정상에서 내려다 볼 때 한 쪽에 암벽이 많은 사면이 있어서 정상에 이르면 항상 그 코스가 궁금했다. 하나의 표시라고는 그 코스 근처에 정자(전망대)가 있다는 것이 전부였다. 어느날  승용차를 타고 등산로를 찾는데 길을 잃고 헤메다가 우연이 발견한 코스가 지금 제4, 5 등산로였고, 그 코스가 그 동안 궁금했던 바로 그 암벽코스였던 거다. 지금은 항상 제4등산로를 타고 올라갔다가 제5등산로로 내려온다. 

 

자연의 광대함과 변화무쌍함은 실로 대단하다.

등산로 출발선에서는 하늘이 무척 맑았기 때문에 눈은 그저 어제 내린 비때문이겠거니 하고 생각했었는데 그렇게 눈구름이 몰려 올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던 것이다. 

 

 

 

 

 

한 차례의 눈구름과 거센 바람이 지나가고 우리는 계속 올라가야 하나 잠시 고민하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갈 때까지 가보기로 결정했다.

 

계속 올라가는데 참으로 희한한 광경이 펼쳐지기도 하였다. 

 

올라가는 방향에서 왼 편, 다시 말하면 북쪽 사면에서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바람이 올라오고 하늘은 온통 시꺼멓게 되었는데, 반면 오른 편 그러니까 남쪽 하늘은 그저 청명한 하늘이었던 것이다.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있나하고 신기해 했다. 

 

 

산을 올라가면서 바람은 점점 거세졌다. 정상에 거의 도달될 즈음에는 불암산 정상이 바로 눈구름의 한가운데 위치하였던 것 같았다. 

 

눈보라는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휘몰아치고 바람은 얼마나 거센지 사람이 제대로 서있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정상에 이르자 산 능선을 타고 눈구름이 지나가는 모습, 눈보라가 옆으로 스쳐 지나가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왔다. 한마디로 실로 장관이었다. 

 

 

자연의 위력이 정말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동안에도 정상 위의 하늘은 여전히 파란색이었다. 

 

이렇게 자연의 위력 앞에 서게 되면 우리가 하느님을, 그런 모습 속에서 찾으려고 하는 경향은 어쩌면 당연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의외로 하느님은 거기에 없었다고 한다. 

 

하느님은 우리의 눈과 귀로 대표되는 오감의 자극적인 모습에 있지 않고 오히려 고요함 속에 계셨다고 어느 옛선지자는 고백한다.

 

자연의 위력이 어찌 하느님의 능력 안에 있지 않겠는가. 다만 산처럼 커다란 곰이 손톱만큼이나 작은 자신의 새끼를 사랑으로 정성껏 보듬듯(그 경이로운 모습을 TV에서 본 적이 있다.) 하느님도 우리에게 사랑의 모습으로 다가오시기를 원하셨기 때문은 아닐까.

 

눈보라도 잠시...이내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맑아졌다. 그것도 우리가 바로 정상에 있는 그 동안에 눈구름이 저편으로 몰려가고 있었다.

 

남쪽으로 바라보면 한강이 보이는데 거기는 덕소, 양평, 팔당, 하남 등이 한눈에 보인다. 방금 우리에게 눈보라를 퍼붓던 구름은 어느새 남동쪽으로 몰려가며 여전히 눈을 뿌리며 맹위을 떨치고 있었다. 우린 산 정상에서 그렇게 구름이 지나가는 모습을 모두 지켜 볼 수 있었다. 

 

구름이 지나가기는 했지만 바람은 여전히 세차게 불었다. 날씨가 그래서 그런지 보통 때 같으면 사람으로 북적이던 산 정상에 사람이 별로 보이지 않았다. 

 

우린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정상까지 올랐다는 사실에 묘한 희열도 느끼면서 이런 장관을 목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날씨 한번 제대로 골라서 왔다며 탄성을 터드리기도 했다. 

 

우리가 하산할 즈음에는 여전히 바람은 불었지만 하늘은 정말 맑아졌다. 눈이 내렸던 흔적이 초록색 소나무 가지 위에 남아 있어서 눈이 마치 꽃처럼 보이기도 했다.

 

구름이 남동쪽으로 몰려가서는 아직 분이 안 풀렸는지 계속 눈발을 날리고 있었다.

 

우리가 어느 정도 내려왔을 때는 바람도 꾀 잦아들고 흐리지도 않았다. 내려오다 보니 서울여대 대학생들이 등반대회를 하는지 이제 막 암벽을 오르려 하고 있었다.

 

우리가 예상해 보건대 잠시 후에 또 한 차례 눈구름이 몰려올 것 같더니 학생들의 앞날이 한편 걱정도 되었다. 하지만 한편 어쩌면 저들에게 아주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 같기도 했다. 

 

육체적으로 힘이 들면 정신은 오히려 또렸해지는가...다소 힘이 들었던 산행이었지만 아내나 나나 왠지 모를 뿌듯함까지도 느껴지던 그런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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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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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無 門 | 작성시간 12.03.28 산행을 자주 하시나보군요. 즐거운 등산 여행담 잘 읽었습니다.
  • 작성자기쁨의나무 | 작성시간 12.03.29 저도 잘 읽었습니다. 한번도 뵈온 적이 없는 분이지만... 중간에 교회에 관한 일을 담담히 말씀하실 때... 공연히 제 마음이 찡했습니다. 하느님의 자비 안에 서로 사랑하는 기쁨으로 사는 인생이면 얼마나 좋을까요. 더더욱이 교회공동체 안에서라면 말이지요. 수많은 시시비비가 하느님의 크신 사랑 앞에서는 다 부질없는 일일 터인데... 교우님의 산행기를 읽으니 산을 오르 내리는 일이 참으로 무욕의 수행인 듯 합니다. 어짊과 아울러 지혜도 더욱 더 깊어지시리니... 계속 좋은 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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