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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 바꾸는 사람들

Re: 저는 그 딸입니다..

작성자하늬바람|작성시간12.03.24|조회수1,011 목록 댓글 17

안녕하세요. 저는 닉네임 "하늬바람"님의 딸입니다. 엄마의 아이디로 들어왔습니다 ^^;

 

엄마의 이야기 속에 저의 이야기가 모두 포함될 수 없는 까닭에, 엄마의 글을 읽고 덧붙여 이야기를 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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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만남, 인연

2011년은 유독 좋은 만남이 많았다고 느끼는 해였습니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인연은 나도 모르게 다가오고, 어울려지는 것이기 때문에 "와~ 나는 좋은 인연을 많이 만난다" 라고 직접적으로 깨닫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올 해는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지속적으로 공부를 할 때 가장 힘든 점은, 항상 가슴 속에 말할 수 없는 우울함이 자리하는 것인데, 좋은 사람들을 만나 꽤 편안한 마음으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또 그 친구들이 말해준 내용이 시험에 나오기도 했습니다. 시험 대비를 하기 위해 꼭 필요하지만 섭외하기 어려운 장소도 쉽게 구해졌습니다.

그리고, 임용고시 합격 후 감사하게도 첫 번째로 지원한 학교에 발령 받았고 현재 1학년 *반.. 사랑스러운 43명의 내 딸같은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마음이 넉넉하고 좋으신 주변 선생님들도 만났구요. 이 모든 것에 참으로 감사합니다...

 

 

2. 엄마의 부처님

저는 솔직한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아주 솔직하게 적어볼까 합니다.

엄마가 설명하신대로 저는 원래 기독교인이었습니다. 고등학교 때 열심히 교회를 다녔었고 대학 때도 다니다가 공부를 하면서 점차 교회는 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종교를 이야기할 때 무교가 아닌 기독교라고 했습니다.

몇 해 전부터 엄마가 부처님을 믿으시는 걸 알았습니다. 저는 "엄마의 부처님"을 인정은 하였습니다. 종교의 자유는 있으니까요. 그러나 한 번도 나와 관련된 종교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엄마의 종교라고 생각했지요.

올 해는 엄마의 기도가 ... 정말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오로지 딸 하나만을 위해 열심히 하시는 그 기도가.. 제 마음을 두드렸습니다. 엄마가 주시는 합장주를 손목에 끼고, 절에서 배워오신 불교 말씀도 귀담아 듣고, 공부 시작 전에 외우라던 그 기도문(?)도 외우고.. 밤에 잘 때 삼배도 하고.. 그랬습니다.

그런데 첫 문장에 썼던 것처럼. 아주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아직도 "엄마의 부처님" 이라고 말 할 단계밖에 아닙니다. 그러나 이 만큼 변화된 것도 큰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종교를 변경하는 것은 나의 사고를 변화시키고 믿음을 변화시켜야 하는 것이기에, 아주 어려운 일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단 한번도 불교를 내 관심 안에 둔 적이 없던 제가, 마음을 연 자체로도 큰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3. 꿈, 합격

저는 과학교사입니다. 과학을 하는 사람이 꿈 이야기를 한다는 것에 의아해하는 사람들도 있지요. 그러나 저명한 학자인 프로이드, 융 등이 꿈에 큰 의미를 두고 사람의 의식과 무의식을 이야기한 것처럼 분명 사람이 직접 겪는(즉, 상상이 아닌) 꿈이라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번 일 년 동안 제 나름 합격 꿈이라 생각했던 몇 가지 꿈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1) 문을 여는 꿈

- 엄마와 함께 제가 공부하는 바로 그 독서실 책상 사이를 쭈욱 걸어갔습니다. 책상과 책상 사이에 사람이 걸을 수 있는 통로가 있지요? 그 통로를 걷는 중에, 제 책상이 나타나기 직전 눈 앞에 책상끼리 연결된 나무 문이 있더라구요. 허리 정도만 가리는 짧은 문 있지요. 그거였어요. 앞서있던 제가 그 문을 양 손으로 팡! 밀으니 활짝 열리더라구요. 그렇게 들어가 "엄마 여기가 제 자리에요"라고 설명을 했습니다.

 

- 사람 두 명과 함께 약간 어두운 공간을 걷다가 보니, 눈 앞에 아주 화려하고 금색을 띄는 인도 궁전에 나올법한 정말 큰 문이 있었습니다. 그 문을 여니 밝은 빛이 화악 들어오더라구요. 그 안은 (아마도)인도의 시장 속이었습니다. 한 쪽에 자리잡고 앉아 있는데, 제 앞에 앉은 여인이 뒤돌아 저를 보더군요. 그 사람은 이마에 붉은 점을 찍은 인도 여성이었습니다. 저를 보더니 빙긋 웃었습니다.

 

- 건물 안에서 어떤 위험한 상황이 발생했는지, 많은 사람들이 우루루 뛰어갔고 저도 같이 뛰었습니다. 건물 복도를 뛰다보니 오른쪽 벽에 밀어서 여는 창문이 있더라구요. (통유리 아래 쑤욱 미는 창문 있지요. 경사지게) 그 사이로 빠져나가야겠다 생각이 들기에, 몸을 내밀었습니다. 그런데 그 창문이 크지않아서 나가기 불편하더라구요. 반쯤 나간 상태로 어려워하고 있는 차에, 창 밖에서 (창밖은 또 인도였습니다.) 인도 소년이 큰 눈을 껌뻑이며 손을 내밀고 저를 잡아주어 무사히 내려갔습니다.

인도사람을 두 번이나 본 게 올 해가 처음이었습니다. 한 번도 외국인 꿈은 꾼 적이 없었거든요.

 

- 임용고시 1, 2, 3차 보는 중간에 상당한 시간이 있지요. 이 때도 수시로 문을 여는 꿈을 꾸었습니다. 방문이나 화장실문 등 쉽게 쉽게 문을 열었지요. 특히 화장실에 가는 꿈을 많이 꾸었습니다. 문을 열면 변기가 보이는 꿈이요..

 

(2) 잔치 꿈

- 무엇인지는 모르나, 어떤 이유로 발탁된 열 몇명? 스무 명? 정도 되는 사람들과 큰 숙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짐을 풀려고 계단을 따라 올라가니, 방이 아~주 호화롭고 개인 방이 정말 너무나 좋아서 가구도 만져보고 감탄도 하였습니다. 짐을 대강 내려놓고 복도를 따라 걸으며 양쪽 방들을 구경하는데 정말 많은 방이 있었습니다. 방마다 드라마 대장금의 장금이 같은 사람들이(한복?입은 남녀) 열댓명씩 음식을 준비하더군요. 얼마나 잔치를 성대하게 하려고 이렇게 많은 인원이 이렇게 고급스러운 음식을 이렇게도 정성스럽게 준비하나 생각했고, 그 음식 먹을 생각에 아주 기뻤습니다. 복도 끝에 달하니 제가 앉을 수 있는 식당이 나오더라구요. 식탁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다가 꿈을 깼습니다.

 

(3) 합격통지 꿈

- 합격자 명단을 보았습니다. 제 이름은 다른 사람들 명단과 한 두줄 떨어진 채 제일 위쪽에 있었습니다. 오른쪽에 쓰인 점수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이건 2차 때 꾼 꿈이었는데, 이 꿈이 실제 최종합격에서 1등을 의미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4) 자만하지 말으라는 꿈

- 1차, 2차 합격을 하고.. 저도 모르게 자만심이 조금 생긴거였는지 그 때 이런 꿈을 꾸었습니다. 아주 큰 흰 새가 날개를 퍼덕이며 제 양손에 편지를 올려주더군요. 꿈 속인데도, 편지를 받으면 합격이라더라~ 하는 그 말이 생각나 아주 기뻐했습니다. 기쁜 마음에 새가 편지를 놓기도 전에 성급히 편지를 꽉! 움켜쥐려하니, 그 새가 마구 날개를 퍼덕거리고 새발로 편지를 꽉 잡아 편지가 일부만 남고 나머지가 갈갈이 찢겼습니다.

이 꿈에서 깨서 얼마나 속상하고 걱정되던지요. 그러나 이 꿈은 "자만하지 않으면 편지를 온전히 받을 수 있다!"라는 뜻으로 느껴졌기에 마음을 잘 다잡고 열심히 하자고 생각했었습니다.

 

(5) 최종 면접, 수업시연 꿈

- 면접과 수업시연은 상당히 떨립니다. 그 시험 전 날, 이런 꿈을 꾸었습니다.

양 두 마리가 어찌나 사납던지 손을 꽉 물고 세게 달려와 들이받고 아주 힘들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 두 놈을 잡으려고 힘을 썼습니다. 결국 두 마리를 모두 잡아 강아지 눕혀 배 문지르듯이, 눕혀놓고 막 배를 쓸어주어 순한 상태로 만드는 꿈을 꿨어요. 제 나름, 면접, 수업시연이 어려운 난이도이지만 잘 헤쳐나간다는 뜻인가보다 라고 해석했었지요.

 

더 많은 꿈들을 꾸었었지만, 이 정도로 마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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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취업.. 고시.. 건강.. 등등으로 많은 분들이 기도하고 계신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 기도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 말로 다 할 수 없겠지요.

아직은 "엄마의 부처님"이라 표현하는 저이지만, 이번 저의 합격은 엄마의 기도 덕분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합니다.

지금하시는 그 기도가 분명코 바라던 일을 이루게 할 것입니다. 모두 힘 내셔요.

 

길고 긴 터널을 지나니, 나는 도달하지 못할 것 같았던 터널 끝에 결국 도달해 있더라구요..

언젠가는 되겠지.. 그 언젠가가 언제인지는 모르나 되긴 되겠지.. 라고 막연히 생각만 해왔었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와 있습니다. 꼭 힘내세요.

 

저는 제 딸(43명 중 한 명)이 여관방을 전전하며 어렵게 산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늘 쌀 한푸대 사들고 찾아갈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금껏 받은 사랑을 제가 나누어 줄 때가 왔네요.. 그 사실에 정말 감사합니다..

 

간절히 바라시는 그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면서, 여기서 글을 마치겠습니다.

행복한 일이 하나씩 다가오는 한 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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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등각문 | 작성시간 12.06.12 마지막 부분은 너무 아름다워서 울 뻔 했습니다. 저도 더 늦기전에 어서 가서 기도하고 푹 자야겠습니다. 내일 아침에 또 기도하게요. 고맙습니다. ()()()
  • 작성자잔디 | 작성시간 12.10.12 _()()()_
  • 작성자선덕화8 | 작성시간 12.12.08 제맘이 짠합니다... 제딸도 공무원시험 준비중거던요,,,,,,, 늦게나마 축하드립니다...꽃
    저의 딸도 꼭 합격하길 기원하면서요 ~~~~~~~~~
  • 작성자두리 | 작성시간 13.11.13 축하드립니다.
  • 작성자떡갈나무 | 작성시간 16.05.07 가슴을 울리는 감동적인 글입니다~! 부처님의 가피와 훌륭한 어머님의 기도가 기적을 일으켰네요. 앞으로도 정말 학교에 꼭 필요한 좋은 선생님이 되실 거라는 믿음이 들어요. 축하드리고 글 올려 주셔서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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