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부에서 계속 -
현재 바둑의 영어명칭은 여러가지가 혼재되어 사용되고 있다. 그중에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은 'Go'이다.
오랜 기간동안 일본이 해외보급을 해 왔던 탓도 있지만 서양인들이 발음하기도 쉽고 기억하기도 쉽다는 점도
작용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다.
한국기원을 비롯한 한국 바둑팬들의 상당수는 일본식 용어인 'Go'에 대하여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다.
가령 LG그룹이 러시아 바둑대회를 후원하면서 대회명에 자국어인 'Baduk'을 사용한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일이다.
하지만 이미 바둑을 'Go'라고 인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외 바둑보급이라는 미명하에
억지로 'Baduk'이라고 고쳐서 인식시키는 행위가 올바른 일일까?(현재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는 'Go'라는 용어를 굳이 바꾸려 애쓰는 것은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다.
영어권 사용자들이 쓰는 바둑의 명칭이 그리 중요할까? 그냥 전 세계에 바둑을 보급하는 자체만으로 만족할 수는 없는 것일까?
그보다는 우리의 바둑용어를 고쳐서 진정한 우리 것처럼 만드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Go'에 화를 내고 'Baduk'이라고 자상하게 고쳐주는 우리는
아무 생각 없이 일본식 또는 중국식 용어를 그대로 베껴 쓴다.
바둑 처음 배울 때 느껴보지 않았는가?
축, 장문, 쌍립,귀곡사......당최 이게 무슨 말인지..
우리가 쓰는 바둑용어보다 영어의 그것이 훨씬 낫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축(逐)을 굳이 설명하자면 쫓는다는 뜻인데, 영어로는 ladder라고 한다.
축을 몰아가는 모양이 사다리 타고 올라가는 모양과 비슷하다는 것인데, 얼마나 기발한가.
(계단이 더 비슷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장문...이것은 더 가관이다.
한자로 굳이 쓰자면 藏門인데 통용되는 용어도 아니다.(중국어는 모르겠다. 중국에서는 그물을 이렇게 표현하는지?)
차라리 솔직하게 표현한 영어의 net 이 낫다.
쌍립은 영어로 Bamboo's Joint 라고 한다. 이건 차라리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대나무에 마디가 나뉘어 있는 부분을 상상해 보시라.
우리는 왜 이런 창의성을 좀 더 발휘할 수 없었는가?
故 조남철 九단은 '걸침'이라는 용어에 대하여 걸친다고 하지 말고 '걸어간다'라고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는데, 무슨소린지 도통 알아들을 수 없기는 매한가지다.
영어의 approach와 비교해 보시라.
반대로 일본식 용어를 배척하고 한국식 용어를 만들려다가 실패한 사례도 있다.
소위 '눈사태 정석'이라고 하는 것이 그것인데, 눈사태라는 용어가 일본식 용어인 붕설형(崩雪形)에서
온 것이라 하여 '밀어붙이기 정석'으로 바꾸자고 하는 것이 ...
음 아마 이 주장도 송구하지만 故 조남철 九단의 주장이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보라! 그 정석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눈사태'라는 말이 얼마나 그 정석에 잘 어울리는
기막힌 표현인지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가 막힌 표현을 단지 일본식이라는 이유로 '밀어붙이기'라는 표현으로 바꾸려고 한 것은
의도는 좋았지만 결국 사람들이 외면하여 실패하게 된 안타까운 사례이다.
한국바둑이 오늘날 이렇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거의 전적으로 일본이 바둑이론과 기술의 기틀을
마련해 주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더하여 조남철,조훈현,이창호,이세돌로 이어지는 거인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현대바둑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에 바둑의 씨앗을 뿌린 故조남철 九단도, 제1회 응씨배에서
혈혈단신으로 출전하여 우승까지 거머쥐어 한국바둑의 위상을 만천하에 뽐내게 해 준 조훈현 九단도
모두 일본에서 수학하고 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한국바둑의 급속한 발전은 일본바둑이 이룬 터전에 무임승차함으로써 가능했다고 볼 수도 있다.
(후발주자가 선발주자의 성취를 쉽게 습득하는것은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이므로 비난의 의미는 아니다.)
베껴온 토대 위에 한국바둑만의 새로움을 더하여 최강의 자리에 오른 것은, 한국 기사들의 자랑해 마땅한
업적임에 분명하다.
한데 왜 우리는 우리 고유의 음식인 '김치'를 베껴서 제멋대로 '기무치'라는 이름으로 세계의 소비자들을 현혹시키는
일본의 파렴치한 행위를 따라하고 있느냐 이 말이다.
다양한 의견 환영합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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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멜기세덱 작성시간 09.09.09 저는 언어가 가지는 가치와 이익만을 보고자합니다. 명분은 쌓여가는 것입니다. 아직 우리의 노력이 일본이 획득한 명분보다는 모자라겠지만, 아직까지 바둑이 국제적으로 널리 알려졌다고 보기에는 이르지 않겠습니다. 애국주의를 언급하셨지만, 이는 애국주의의 발로로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한중일 삼국은 어찌되었건 바둑을 삼분하고 있으니 우리도 그만큼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지, 그것이 나라를 들먹이며 터무니없이 강짜를 부리는 것과는 다른 것임은 분명합니다. 그런 과정에서 외국인들은 자연스럽게 하나를 택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아무리 바둑이라고 주장해도 그 언어사용자들의 선택이 아니라면 아무 소용없는 것이 될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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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멜기세덱 작성시간 09.09.09 우리가 그 선택에 일정정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그것이 우리에게 이득이 될 것입니다. 명분이 있네 없네를 놓고 싸우자면 일본이나 한국이나 그 모자람에 차이가 있을 뿐이지 확고한 명분은 어느 누구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현대바둑을 정립했다고는 하나, 국제적 보급의 차원에서는 요원하고, 한국으로서는 작은 노력이나마 국제적 보급에 최대한의 노력을 한다면, 과연 누구에게 명분이 있고 없음을 따질 수 있겠습니다. 명분이 있다하더라도 결국 선택권자는 외국인이 될 것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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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GOing 작성시간 09.09.10 갑자기 제 아이디가 급뻘쭘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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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능소화 작성시간 09.10.07 바둑자체가 우리말이며 그냥 우리말 발음그대로 영어로 고치려다보니 Baduk 이라 하였는데 이는 영어인 television, radio 등이 텔레비젼, 라디오와 같은 외래어로 바뀐 전례를 거꾸로 답습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네요. 아직 어느 정도로 바둑이 외국에까지 퍼져있는지 잘은 모르지만 아직 사전에 등용될만큼의 공식 영어명칭이 없지 않나요? 말인즉슨 아직 세계적으로는 널리 알려져있지 않으며 바둑의 주 이용국각가 한국, 일본, 중국인 만큼 세 나라 대표기원에서 합의하여 영어공식명칭을 정하는 것이 올바른 길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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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여울 작성시간 10.03.09 뒤 늦게... 바둑은 조남철 선생이 바돌, 바독, 바둑이라는 단어들 중에서 발음하기 편한 바둑을 택하였다고 알고 있습니다. Go(기碁의 일본식 발음)는 정확하지 않지만 일종의 놀이(?)의 대명사형으로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바둑, 장기, 체스 등이 모두 한자로는 기(棋, 碁)에 해당한다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자의 위기(圍碁)는 둘러싸는 놀이이고요.
주장하고자 하는 바는 다음과 같습니다.
일반적인 놀이를 뜻하는 기(기) 보다는 고유명사에 해당하는 '바둑'이 보다 구체적으로 변했다는 것이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고 봅니다.
단지 지금은 고유명사로서 보다는 그 '바둑'의 실제적인 내용이 충실해져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