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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이야기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작성자월산처사|작성시간20.10.11|조회수672 목록 댓글 6

델마와 루이스(Thelma & Louise)

 

최용현(수필가)

 

    남편에게 무시당하며 세상물정 모르고 살아온 평범한 가정주부 델마(지나 데이비스 扮)와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음악공연을 하는 남자친구를 둔 식당 종업원 루이스(수잔 서랜든 扮)는 어느 주말 함께 여행을 떠난다.

    절친 끼리 일상을 탈출하는 신나는 여행인데, 처음부터 일이 꼬인다. 남편에게 여행 떠난다는 말도 못 꺼내고 쪽지만 써놓고 나온 델마가 어느 휴게소 술집에서 계속 술을 마시더니 한 건달과 신나게 춤을 추다가 주차장으로 끌려가 강간당할 위기에 처한다. 이를 보고 제지하는 루이스에게 건달이 쌍욕을 하자, 루이스가 권총으로 건달을 쏴 죽인 것이다.

    델마는 경찰서로 가서 자수를 하자고 하지만, 예전에 텍사스에서 비슷한 일을 당한 적이 있는 루이스는 도망치자고 한다. 델마가 술집에서 그 건달과 함께 춤을 추었고, 주차장에서는 강간당할 뻔한 순간을 본 목격자가 없기 때문에 자수를 하더라도 정당방위가 아닌 살인죄를 뒤집어쓸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이다.

    도주(逃走)를 택한 두 사람은 루이스의 연두색 썬더버드를 타고 사막을 달리면서 신나는 음악과 함께 자유를 만끽한다. 루이스는 남자친구 지미에게 전화를 걸어 멕시코로 갈 여행경비 송금을 부탁한다. 그러자 지미는 돈을 가지고 찾아와 반지를 내밀며 청혼을 하는데, 루이스는 말 못할 사정이 있다며 돈만 받고 지미를 돌려보낸다.

    멕시코로 가는 길에서, 두 사람은 풋풋한 매력의 젊은 카우보이 제이디(브래드 피트 扮)를 만나게 되는데, 델마는 그에게 반해서 하룻밤을 같이 보낸다. 델마는 제이디가 강도짓을 하다가 잡혀서 가석방 중인 범죄자라는 사실을 들어서 알고도 그를 방에 남겨두고 나왔다가 지미가 가져온 여행경비를 몽땅 도둑맞고 만다.

    루이스는 절망하지만, 델마는 걱정할 것 없다고 하더니 제이디에게서 들었던 수법대로 권총을 들고 한 편의점을 털어서 목돈을 마련해온다. 늘 수동적이던 델마가 자신에게 잠재되어있던 끼와 적극성을 발휘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두 사람은 고압적으로 과속 단속을 하던 경찰관의 총을 빼앗고 그를 차 트렁크에 가두는가 하면, 옆 차선에서 성희롱을 하던 유조차운전사를 차에서 내리게 한 다음, 유조탱크를 총으로 쏴서 불태워버리기도 한다.

    강력범으로 수배가 된 두 사람은 이제 경찰에 쫓기는 신세가 되는데, 델마가 집에 전화를 걸었다가 잠복해있던 형사들에게 두 사람의 위치와 목적지가 노출되고 만다. 헬기까지 동원한 경찰의 추적망은 점점 좁혀져오고, 결국 이들은 더 이상 갈 수 없는 낭떠러지 바로 앞에서 수많은 경찰차에게 포위된다.

    투항을 권유하는 경찰의 확성기 소리를 들은 델마와 루이스는 잡히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로 의기투합한다. 손을 맞잡은 두 사람이 탄 차는 낭떠러지를 향해 돌진한다. 낭떠러지를 넘어서 날아가는 연두색 썬드버드의 모습을 담은 정지화면을 마지막으로 영화는 끝이 난다.

    ‘델마와 루이스’는 자유를 갈망하며 여행을 떠난 두 여주인공의 우정과 일탈, 그리고 이들을 쫓는 경찰의 추격전을 그린 리들리 스콧 감독의 걸작 로드무비이다. 아울러 고전명작 버디무비인 남녀콤비의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Bonnie and Clyde, 1967)’와 남자콤비의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1969년)’에 필적하는 여자콤비의 버디무비로 1991년도 칸 영화제의 초청작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내 수입사와 직배사 간에 벌어진 분쟁 때문에 나온 지 2년이 지난 1993년 11월에 서울 피카디리극장의 자매 소극장인 피카소극장에서 지각 개봉하여 관객 11만 명이라는 저조한 흥행성적을 기록했다. 개봉 타이밍을 놓치는 바람에 관객들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1990년대 초에는 할리우드에 여성중심영화라는 개념자체가 없었다. ‘델마와 루이스’ 이후 미국에서도 여성억압이 이슈가 되었고 논쟁도 활발해졌다. 이 영화에서 두 여주인공이 쫓기게 된 것은 남성들의 악행에 저항하다가 저지른 범죄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남성 우월사회를 비판하는 페미니즘의 색채가 짙게 깔려있다.

    두 여자가 접하는 남성들을 살펴보자. 건달과 제이디는 여성을 성적(性的) 혹은 갈취 대상으로 여기고 있으며, 델마의 남편과 트럭운전사는 남성우월주의의 입장에서 대놓고 여성을 무시하고 있다. 그나마 여성을 챙겨주고 배려하는 사람은 루이스의 남자친구 지미와 두 사람을 추적하는 슬로컴 형사이다. 전자 유형의 남성이 후자 유형의 남성보다 두 배나 된다.

    델마 역과 루이스 역은 조디 포스터와 미셸 파이퍼로 정해졌으나, 촬영이 자꾸 지연되어 지나 데이비스와 수잔 서랜든으로 바뀌게 되었다. 그러자 두 사람 다 혼신의 연기를 펼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지만, 표가 분산되는 바람에 그해 여우주연상은 공교롭게도 이 영화를 포기하고 ‘양들의 침묵’(1991)에서 열연한 조디 포스터에게로 돌아갔다.

    지나 데이비스는 183cm인 키 덕분에 모델로 발탁되었다가 배우가 되었다. 약간 맹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의외로 아이큐 150이 넘는 천재들의 모임인 멘사회원이라고 한다. 이 영화로 단숨에 스타덤에 올라 ‘컷스로드 아일랜드’(1995) ‘롱키스 굿나잇’(1996) ‘스튜어트 리틀’(1999) 등에서 주연을 맡아 전성기를 구가했다.

    수잔 서랜든은 ‘로렌조 오일’(1992) ‘의뢰인’(1994) 등에서의 열연으로 네 차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른 연기파 배우인데, 배우출신 팀 로빈스 감독의 ‘데드 맨 워킹’(1995)에서 수녀 역을 맡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연하의 띠 동갑인 팀 로빈스와 23년간 동거하면서 아들 둘을 낳고 모범적인 스타커플로 지냈으나 2009년에 헤어지고 만다.

    귀여운 악당 제이디 역은 미남배우 조지 클루니가 유독 탐을 냈으나, 지나 데이비스가 자신의 베드신 상대로 추천한 무명배우 브래드 피트에게로 돌아갔다. 그런데 영화에서 브래드 피트가 들고 나온 폴라로이드 카메라 ‘쿨캠 핑크’가 세계적인 히트상품이 되었고, 심지어 고장 난 제품마저도 인테리어 소품용으로 인기를 누렸다고 한다. 머지않아 브래드 피트의 전성시대가 올 것임을 예고하는 조짐이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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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월산처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10.12 네,감사합니다.
  • 작성자엘파소 | 작성시간 20.10.12 좋은영화 선정해주시고 영화평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몇달전인가 ebs에서 재방송 해주었는데 또 다른 느낌이 들었습니다.
    살인을하고 남자들에게 엄청 피해를 입혔는데도 불구하고 복수랄까 통쾌 함을 공감 하게 되면서, 원래 페미니즘쪽은 별 관심 없었는데 여인들의 일탈하는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게 되더라고요.

    또 하나, 마지막 절벽직전 장면에서 나오는 Marianne Faithfull이 부르는 "The Ballad of Lucy Jordan"도 상황에 아주 잘 어울리고 가사 내용도 37세 (at the age of thirty-seven ~ ~) 가정주부의 싫증나는 일상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월산처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10.13 네, 영화평을 할만큼 영화 공부도 못했고, 실력도 안되고 해서...
    영화평은 아니고 그냥 영화에세이입니다.
    이 영화 이후에 영화계에 페미니즘 바람이 불었죠.

    영화 음악에 조예가 깊으신가 보네요.
    '루시 조르단의 발라드' 다시 한번 챙겨들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청학동 | 작성시간 20.10.12 좋은 글 감사히 보고 갑니다. 늘 좋은 나날 되세요.^^
  • 답댓글 작성자월산처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0.10.13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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