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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시]배차계 정씨/김영수

작성자하늘연달|작성시간05.12.26|조회수61 목록 댓글 4
배차계 정씨/김영수



7번이 시내 열기를 가득 달고 돌아옵니다
짤랑거리는 입금 통이 가볍습니다
배차계 정씨는 점심시간을 악착같이 쓰고
일어나 동네번호 판을 바꿔 답니다
반환점이 이번엔 꽃 단지라
향기가 종점까지 묻어올지 의문입니다
견인차에 업혀 돌아온 55번이
정비공장에서 킬킬거리고
사장이 먹다 남은 생수 통을
마당으로 집어 던집니다
기름 밥 먹던 기사들이 연착한 55번처럼
주춤거립니다
"쎄루모타 하고 뿌라그 바까"
그의 발음엔 언제나 자음이 두개씩 달립니다
아니면 입이 싱겁다나요
정씨의 손에는 아직 배차 안 된
나른한 오후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모종 부어 논 꽃 뿌리처럼 무좀이
그의 신발 속에서 꼼지락거립니다
햇빛 노는 마당을 가로질러 가
빈 버스의 재생 타이어를 툭툭 차봅니다
사장 말 마따나 아직 빵빵한 구석이
남아 있습니다 그것을 신은
55번이 살아 쿠릉거리고
7번은 떠나갑니다
때절은 목장갑과 욕지꺼리 몇마디로
시동걸어 보내야 하는 하루가
지금도 빈 마당에 가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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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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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정가네 | 작성시간 05.12.27 '배차계'란 말 참 오랜만에 듣습니다. 살아있는 글이네요.
  • 작성자싸리 | 작성시간 05.12.28 '시동걸어 보내야 하는 하루가 지금도 빈 마당에 가득합니다.' 우리에게도 시동을 걸어줄 동기가 많았으면 합니다. 그럼 우리도 꽃향기를 묻어올 꽃단지로 꿈을 심어 올 꿈단지로 이리저리 달려갈 수 있을 텐에. 내년에는 '쎄루 모타' 바꾸고 '빈 마당'에서 빈둥거리지 말고 달려야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하늘연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05.12.28 부릉부릉~ 시동거는 소리가 명쾌하게 다가오는듯 합니다. 보람찬 날~들 만드세요.^^*
  • 작성자바람재 | 작성시간 05.12.28 이거 몇 해 전 작품인데, 진주 사람이라서 찾은 모양이네여^^ 괜찮은 작품이지여... 김영수 시인은 이제 구미의 마당발이 되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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