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골짝님이 쓰신 45년 전의 옛날 일기
책보를 허리에 둘러 매고 죽어라 달려 가지만
이놈 덕구는 돌팔매 맞지 않을 만큼 잘도 따라온다.
매일같이 반복 되는 덕구와의 싸움.
십릿길 학교까지 따라 왔다가
교실에 들어가면 뒤돌아 집을 향해 발길을 돌린다.
덕구와 같이 학교 가는 길이 즐겁고 신이 나지만
학교 가면 반 아이들이 개애비라 놀려 대기에
매일 매일 못 쫓아오게
돌팔매 하지만 이놈 덕구는 눈치도 없이 계속 쫓아만 온다.
집에 와 소 풀 뜯길 때에도
앞 개울 발가벗고 미역 감을 때도
숨바꼭질 뒷동산서 할 때도
언제나 따라 다니며 같이 지내는 누렁이 덕구.
뜨거운 여름날 학교서 돌아오니
언제나 달려 나와 맞아 주던 덕구가
오늘은 안 보여 휘파람 힘껏 불러 보건만 나타나질 않는다.
허전한 마음에 찾아 나서니
외딴집 주막집에 동네분들이 왁자지껄 요란스러워 달려가 보니
막걸리 한 잔 하셨는지 뻘건 얼굴로 아버지 나오셔서
멀건 국물 한 그릇 떠다 주며 먹으라기에
배고픔에 생전 처음 누린내 나는 맛있는 고깃국을 후딱 먹어댔다.
아버지께 덕구 안 보인다 얘길 했으나 들은 체도 안 하시고...
애들한테 우리 덕구 못 봤냐 물으니
지금 먹는 게 덕구란다.
뭐? 우리 덕구?
방금 먹은 게 우리 덕구라고?
기가 막힌다.
털썩 마당에 주저앉아
뒹굴며 소리치며 우리 덕구 내놓으라
엉엉 울어 댔다.
주막집 할아버지 돈 한 주먹 내 손에 쥐어 주며 달래는데도
뿌리치며 계속 울었다.
언제 왔는지 형도 와 같이 울어 대니
달래다 달래다 지친 우리 아버지.
작대기 들고 와 우리 둘 때려 대니 동네 사람들 달려 와 말려 대고...
그 이튿날도 그 다음날도
덕구야~ 부르며 학교도 가지 않았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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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정가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9.07.17 맞아요. 싱그러운 시골냄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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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누가 작성시간 09.07.16 친구같은 덕구를 잃었으니. 학교 가는 길이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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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정가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9.07.17 얼마나 떼를 썼으면 결국 작대기를 들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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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어진내 작성시간 09.07.17 덕구 잃은 슬픔이 고스란히 전해져요..저도 그런적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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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정가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09.07.17 어른도 마음 편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가난한 시대가 그렇게 하도록 했을 뿐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