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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교구

말을 위한 기도 / 이해인

작성자다솜이|작성시간17.11.21|조회수668 목록 댓글 9






말을 위한 기도 / 이해인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
수없이 뿌려 놓은 말의 씨들이
어디서 어떻게 열매를 맺었을까
조용히 헤아려 볼 때가 있습니다

무심코 뿌린 말의 씨라도
그 어디선가 뿌리를 내렸을지
모른다고 생각하면 괜히 두렵습니다

더러는 허공으로 사라지고
더러는 다른 이의 가슴 속에서
좋은 열매를 또는 언짢은 열매를
맺기도 했을 언어의 나무






주님, 내가 지닌 언어의 나무에도
멀고 가까운 이웃들이 주고 간
크고 작은 말의 열매들이
주렁주렁 달려 있습니다

둥근 것 모난 것, 밝은 것 어두운 것
향기로운 것 반짝이는 것
그 주인의 얼굴은 잊었어도
말은 죽지 않고 살아서 나와 함께 머뭅니다

살아 있는 동안 내가 할 말은
참 많은 것도 같고 적은 것도 같고
그러나 말이 없이는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세상살이

매일매일 돌처럼 차고  단단한 결심을 해도
슬기로운 말의 주인 되기는 얼마나 어려운지







날마다 내가 말을 하고 살도록 허락하신 주님
하나의 말을 잘 탄생시키기 위하여
먼저 잘 침묵하는 지혜를 깨치게 하소서


헤프지 않으면서 풍부하고
경박하지 않으면서 유쾌하고
과장하지 않으면서 품위있는

한 마디의 말을 위해 때로는 진통 겪는
 어둠의 순간을 이겨 내게 하소서

참으로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기 위해
언제나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道 닦는 마음으로 말을 하게 하소서






언제나 진실하고, 언제나 때에 맞고
언제나 책임있는 말을 갈고 닦게 하소서

내가 이웃에게 말을 할 때에는
하찮은 농담이라도
함부로 지껄이지 않게 도와 주시어
좀더 겸허하고, 좀더 인내롭고
좀더 분별있는 사랑의 말을 하게 하소서


내가 어려서부터 말로 저지른 모든 잘못
특히 사랑을 거스른 비방과 오해의 말들을
경솔한 속단과 편견과 위선의 말들을
 용서하소서 주님


나날이 새로운 마음, 깨어 있는 마음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내 언어의 집을 짓게 하시어
해처럼 환히 빛나는 삶을
당신의 은총속에 이어가게 하소서

-' 사계절의 기도'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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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다솜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11.21 요셉님은 이 지역의 사진 작가이십니다.
    전시회도 여러 번 하셨구요...
    어려운 걸음 하시어 담아 오신 귀한 사진들을 쾌히
    보내 주시어 나눔 하게 되어 감사드립니다.~~~

    아녜스자매님과 사랑 담긴 말 나누시며
    행복으로 채워가시는 저녁 시간 만드세요. ~~~
  • 작성자비비안나. | 작성시간 17.11.22 사진과 글이 정말 아름답네요
    한폭의 그림 같습니다
    말은 참 조심해야 하는데
    저는 취업준비생인 둘째에게 무심코 던지 말이 상처가 되어서
    아주 아주 고생하는 적이 자주 있습니다
    일반인이면 넘길만한데
    자신한테는 송곳이 찌르는것 처럼 아프다고 해서
    조심해도 반복적으로 횟수는 줄지만
  • 답댓글 작성자다솜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11.22 취업은 참 어려워요~~~ 오죽하면 취업을 전쟁이라 했을까 생각되네요.
    취준생 아들 둔 친구가 있어요. 넘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워요.
    냉랭해도 잘해줘도 부담이 된다 한다네요.

    송곳에 찔린듯 아프다는 따님말~ 이해해요.
    마음 졸이며 사는 취업준비생들을 생각하면 안쓰럽지요...
    예민해져있는 따님께 무조건 잘 해 주세요.~~~ 시간이 흐른 뒤 그 때
    감사했다 말할거예요...
  • 작성자문수기 | 작성시간 17.11.23 주님,
    제 말씨도
    이제는 아름다운 단풍이 들기 기도합니다.
    말하기 보다 침묵으로 아름다운 이웃을 비추는 반영이 되게해 주소서.
  • 답댓글 작성자다솜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7.11.23 말하기보다 침묵으로.... 아멘!!
    말만 요란한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저 자신 돌아봅니다...
    침묵을 벗 삼을 수 있는 저의 모습을 기대해봅니다.~~~

    오늘 저희 본당 어르신 성경대학 내년 3월을 기약하며 종강했어요.
    하느님께서도 펑펑내리는 첫눈으로 저희를 축하해주시더군요.
    방학하니 마음이 편안하고 좋으네요.~~~ㅎ ㅎ
    감기 조심하시고 따뜻한 겨울 보내세요. 문수기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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