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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동적인 글

꺼벙이처럼

작성자햇살타고, 마리아|작성시간16.05.22|조회수185 목록 댓글 6

 

 

 

 

 

 

이 가을 꺼병이처럼

 

 

 

 

   외출에서 돌아오는 길에 꿩의 가족을 만났다.

방금 알에서 깨어난 것 같은 꺼병이들이 어미 뒤를 졸졸 따라서 길 건너 숲속으로 숨어들었다. 자동차를 세워놓고 구경을 하려고 했으나 오고가는 차들 때문에 그대로 지나칠 수밖에 없었다. 실물로는 처음 보는 광경이었는데 어찌나 아쉽던지 고물고물한 꺼병이들이 눈앞에 아른아른 하다.

 

  암놈의 비해서 화려한 깃털을 자랑하는 장끼는 애처가 중에도 애처가다. 녀석이 제 짝을 부를 때는 그 소리가 어찌나 우렁찬지 고막이 터질 지경이다. 거기에다 암수 한 쌍이 날개를 쫙 펼치고 들녘을 가로 질러 날아갈 때에는, 이 보다 더 좋은 구경거리가 어디에 또 있을까 싶다.

  

  나도 어릴 적엔 저 꺼병이들 못지않게 엄마를 따라다녔지, 심지어 친척집으로 나들이를 가실 때에는 학교도 빠지고 그랬으니···.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책 보따리 내동댕이치고, 남의 밭으로 김매러 가신 엄마를 찾아갔을 때다. 동네 아주머니가 커다란 오이 하나를 따서 건네주는 것이었다.

 

  주전부리가 귀하던 시절이었으니, 오이를 받아들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으면 비탈길을 달음질 쳤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무릎이 깨지고 팔꿈치가 움푹 파여서 피가 줄줄 흘렀다. ‘엉엉서럽게 울면서 개울을 건너는 조카딸을 멀찍이서 바라보시던 큰아버지! 단 걸음에 달려오시어 성냥갑에 붙어있는 황을 떼어서 상처부위에 붙여주셨다.

 

  편모슬하에 장남 이셨던 큰 아버지는 막내 동생의 막내딸을 그리도 예뻐하셨다. 다리 아래서 주어온 아이라고 놀려댈 때에는 껄 껄껄웃으시고···. 비위생적인 치료에도 무릎에 흉터하나 남지 않은 것은 그 분의 아름다운 사랑이 덧칠 되어서이다.

 

  녀석들을 보았던 그곳을 지나다가 고 귀여운 꺼병이들과 또 만났다. 며칠 사이에 제법 크게 자란 녀석들이 나들이를 나온 모양이다. 일렬로 어미 뒤를 따르는 모습이야 말로 소풍 나온 유치원 원생들과 다름이 없었다. 밤송이를 한 줄로 이어놓은 것 같은 녀석들의 가무잡잡한 모습이 하도 귀여워서, 사진이라도 한 장 찍고 싶었지만, 카메라를 들고 다니지 않아서 그 좋은 광경을 놓쳐 버렸다.

 

  갈색 깃털의 까투리들은 천적을 피하기 좋은 계절 야산이나 인적이 드문 곳에서 번식을 한다. 주로 가랑잎이나 마른 풀잎으로 둥우리를 만들어놓고 탁구공보다도 작고 푸르스름한 알을 10~15개정도 낳으면 품기를 시작한다. 자식 사랑이 대단한 어미는 여간해서 새끼를 포기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이 다가와도 꿈쩍도 하지 않는다. 그 틈을 타서 어미도 붙잡고 품고 있던 알마저도 갈취하면서 미안한 마음도 없는지, 꿩 먹고 알 먹고 라는 비유를 만들어내고 있으니, 사람의 욕심이 끝이 없는가보다. 그들도 나름대로 종족 보존의 지혜를 터득하고는 주변에 풀이 무성하게 자라서 보호막이 되어 줄 때 쯤에야 꺼병이와 까투리의 줄탁동시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우리 동네에는 야생조류의 천국이나 다름없다. 덕분에 그 힘든 농사일을 할 때에도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에 피곤함을 달래가며 자연을 즐길 수 있다. 이제라도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풍요롭고 더 없이 행복하다는 사실을 그들도 깨달았으면 오죽이나 좋을까. 이기울을 사랑하는 사람들만이라도 녀석들의 둥우리에 손을 넣는 일만은 절대로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 마당가에서 평생을 함께 하신 부모님과 큰 아버지, 그 분들 모시고 갑곶성지에라도 가고 싶다. 수십 년 전에 하늘나라로 떠나 나가신 그 분들이 오늘 따라 그리움으로 더해서 단풍잎처럼 얼굴이 붉어 오른다. 오늘밤 꿈속에서라도 어릴 적으로 돌아가서 우리 엄마 손잡고 가을 소풍 떠날까, 단풍잎 곱게 물들어가는 아름다운 이 가을 꺼병이 그 녀석들처럼.   이기울 용강리 옛 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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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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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햇살타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5.22 제가 민통선 마을에서 농사일합니다.
    첨엔 녀석들이 신기했습니다.
    지금은 불어난 꿩들로 농작물 피해가 많습니다.
    박 가벨님! 고맙습니다.
  • 작성자허니리니 | 작성시간 16.05.22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햇살타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5.22 저도 감사합니다.
  • 작성자김광현야보고 청사초롱 | 작성시간 16.05.22 동화같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글 잘 보았습니다.
    필자가 소망하는 일들이 이루어지면 세상은 좀더 풍요롭고 아름답게 변하겠지요.
    필자의 소망에 저의 마음도 실어봅니다~~~
  • 답댓글 작성자햇살타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16.05.22 김광현 형제님! 감사합니다.
    제 소망은요, 이웃과 도란도란 살아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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