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으로 이사 오니 단오장을 가까운 곳에서
보게 된다.
내가 주 1일
집근처 문화원에서 강의를 듣는데
(별거 아닌 주제?로 두 시간을 채운다 )
이번 주 강의는 단오장 나갈 준비로 휴강한다 했다
강릉엔 단오가 큰 행사다
단오 무렵이면
앵두가 붉어지고
감꽃이 팝콘처럼 터지면서 땅으로 떨어진다.
앵두는 집안 뒤란에서 크는 나무라
식구 아니면 맛보기 힘든 그 시절에
감꽃은 누구나 주워 먹을 수 있는 맛있는 주전부리였다
감나무는
비탈 밭 가운데 있기도 하고
울밖에 있거나
산 아래 들녘가로 죽 늘어서 있으니까
설사 주인이 있다 해도
떨어진 걸 주워 먹는데 탓할 사람은 없었다.
시장기로 눈앞이 침침할 때
감꽃 두어 줌 입에 넣고 씹다보면
잠시 반짝 기운을 차리기도 했다
감꽃의 맛은
떪은 맛
새치그름한 풀 맛
극히 소량인 꽃물에서 스미는 달그레한 맛,
그 맛을 보기 위해
더 많은 감꽃을 줍기 위해
새벽잠을 반납하고 비탈 언덕을 뛰어 오르던 일이 생각난다
단오 무렵이면
주변 모든 풀들은 제각각 자신의 속에 채워진 물로 냄새를 피워낸다
꽃을 못 피우는 풀들은
그 냄새와 모양들로 꽃 보다 몇 배 건강하고 기운차다
작은 수분과 햇볕으로만 색색의 꽃을 피워 올리는
가녀린 풀들에게는 느낄 수 없는
건강한 풀의 기운과 두꺼운 냄새들
옛날
보리농사는 늦보리 종자라
(지금으로 치면 ) 늦고 빠르고 가 없는 일관적인 거둠 뿐이다
요즘이야
이미 햇 보리쌀이 좌판에 지천이지만
단오 지나고도
한참 있어야 보리 베기를 하던 그 시절
간당거리는 겨울 양식으로 햇보리 날 때 까지 버티려면
조석으로 죽을 끓여 하루 두 끼만 어찌어찌 넘겨야 한다.
시장기를 참아야 하는 봄날의 낮은 왜 그리 길던지
중천에 뜬
저놈의 해가 어서 져야 죽이라도 끓일 저녁이 오지 ...
주린 배를 안고 종일 하늘만 쳐다 보던
그 시절 가난의 시절
감꽃 이야기
어머니가 딸네 집으로 양식을 구하러 갔는데
딸도 굶고 앉아 있다 들어서는 어머니를 쳐다보며 힘없는 소리로 묻는다.
“어머니 오시는 길에 감꽃 떨어진 거 못 보셨나요?
“감꽃이 떨어졌으면 주워 오거나
“그거라도 주워서 돌아가지 그랬어요
양식을 얻으러 재를 넘어온 친정 엄마
굶고 앉아 있던 딸은
어미 손이 빈 것을 보고 감꽃이나마 주워오지 하고 원망하다가
빈손으로 보내야 하는 엄마의 처지를 생각해서
가시는 길에 그거라도 주워 가셔요 하는 딸의 말, 딸의 마음...
곤궁했던
옛시절의 가슴아픈 이야기다
단오 창포
앵두 감꽃
강릉 작가 이순원의 고향이 이곳이다
내가 사는 옆 동네
위 촌리 우추리라는 동네가 작가의 안태 고향이다
그가 이곳에 자주 내려온다고
문화원에서 알려 줬다
그의 많은 작품 중
수색 그 물빛무늬
그 전에 발표한
수색 어머니 가슴 속으로 흐르는 물빛무늬 등..
읽는 내내 가슴이 내는 물소리를 들었다
속으로 흐르는 눈물같기도 한 ...
옛 기와처럼 삭아가는 할머니들이
기와 사이 자라는 풀 빛깔의 나들이 옷을 걸치고
단오장 구경간다
창포 줄기 그려진 부채 하나
손수건 한 장 손에 쥐고 ....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만장봉 작성시간 19.06.06 어렷을적에 감꽃을 한줌씩 먹곤하였지요
특히 저는 조부께서 심어논 감나무의 2주가 나의 학자금을 마련하여 주었으니....
잊을수가 없는 유실수이지요
아련한 추억을 생각해보는 좋은글입니다 -
작성자베리꽃 작성시간 19.06.06 어머니 오시는 길에 감꽃 떨어진 거 못 보셨나요?
맘이 찡하네요
저도 한번 나서봐야겠어요.
감꽃 주우러. -
작성자산자락 작성시간 19.06.06 오랜만이네요 반가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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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피터 작성시간 19.06.07 감꽃을 먹기도 하는군요
전 어찌 생겼는지도 모르는 사람입니다
허기를 달래고 주전부리도 되었군요
강릉 큰도시로 이사하신 모양이군요 -
작성자나 그 네 작성시간 19.06.07 신작로 황톳길에 하얗게 튀밥처럼 널려있던 감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