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이라는 것
나는 얼마 전 결혼반지 팔아먹은 이야기를 올렸다.
50만 원짜리 다이어 반지.
그랬더니 어떤 회원이 "자랑이지요?" 하더라.
물론 웃자고 해본 소리겠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자랑일 것도 같았다.
50만 원짜리 반지라니...
시골출신의 핫바지가 서울 부잣집 여인과 결혼하려니
어려움이 많았는데
"김서방, 그저 50만 원만 내놔, 반반한 반지 하나씩 교환하면 되니까."
그래서 50만원짜리 반지가 됐는데
사실 얼마 주고 맞췄는지도 나는 모른다.
그런데 왜 그리 비싼 다이어반지를 샀을까?
아마도
"예물이 무어야? 응, 50만 원짜리 다이어반지야."
이런 이야기를 만들려고 그러지 않았을까?
결혼식장에서 그게 얼마짜린지 어찌 알랴.
그저 이야깃거리로 삼으려고 그랬을 거다.
참 한심한 자랑꺼리인 거다.
그런 장모님이 말년에 수원의 노블 카운티로 들어가셨다.
보증금 몇 억에 한달 몇백만 원을 낸다던가 그랬는데
하루는 하시는 말씀이
"총리 부인도 있고 회장 부인도 있고 장관은 물론이고..."
그러시더라.
어느날 거길 방문해 봤더니
모두 어울려 게이트 볼을 하다가 찍은 사진이 걸려있었는데
뒤에 알고 보니 그건 일상적인 게 아니고 단 한 번의 기념사진이었던 거다.
자랑이었던 거다.
어느 일요일에 우리 집에 들르셨기에 물었더니
왜냐니까, 일요일엔 카운티에 있을 수 없다는 거였다.
누구는 손자 박사학위 받는 하와이에 가고
누구는 어느 호텔에서 손녀 결혼식 하는 데 가고
누구는 어느 회장이 초대해서 외식하러 가는데
혼자만 카운티에서 밥 먹을 수 없다는 거였다.
자식 자랑, 먹거리 자랑이었던 거다.
그러기로 1년 사시다가 돌아오셨는데
커다란 보따리를 둘이나 가지고 오셨다.
알고 보니 식사 때마다 명품으로 갈아입느라
그렇게 옷보따리가 크게 생겼다는 건데
옷자랑이었던 거다.
하시는 말씀이
"휴우우, 이렇게 펀한 걸..." 하시던데
자랑에 스스로 찌들었던 거였다.
식사때마다 찍어 바르고 갈아입고 식당에 가려니
얼마나 큰 고생이랴.
그저 편하게 살자.
자식, 손주는 그들의 인생을 사는 것이요
나는 내인생을 살뿐이므로~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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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석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2.21 1년은 그런 모습이었고요
다음엔 다시 들어가셨는데
간호사가 1대1로 배정된 널싱 룸으로 들어가서 여생을 마치셨지요.
거긴 자랑할것도 없었고요. -
답댓글 작성자청솔. 작성시간 24.02.21 석촌 아 그러셨군요
편찮으셨나 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답댓글 작성자석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2.21 청솔.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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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비온뒤 작성시간 24.02.21 사람사는 곳 어디나 똑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노인정은 노인정대로 실버타운은 실버타운대로...
지지고 볶아도 가족들과 사는게 제일 맘편한 것 같습니다.
선배님 편히 쉬세요... -
답댓글 작성자석촌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2.21 맞아요.
그런데 가족끼리만 어울리면 또 심심하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