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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봄이라고 해서 꽃만 피는 게 아니더라

작성자윤슬하여|작성시간24.05.18|조회수700 목록 댓글 73

여차저차해서

지난 4월은

죽을병에 걸린 것 같다해서

서울 대형병원 다니면서

한 달 동안 검진받아 놓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하나님께 살려 달라 

통곡하며 울기도 하고

날아가는 새 꼬리에 대고 

새에게도 기도 하고

우리 

초코 품 속에 파고들어 기도해

달라하고

 

길 가다가 분홍 찔레꽃에게 기도 부탁하고

농장 옆 소 밥이 되려 간 공룡알을 보고

힘들겠다 싶어 

돌돌 말린 공룡알이 나 같기도 하여

이슬 같은 눈물 흘리기도 하고

바로 이때

사람과 사물을 구별하지 말라는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러 보기도 하고

 

여하튼

다 말라가는 풀잎이 이슬을 기다리는

심정이랄까!

 

이후

결과는 일 년 후

엠알아이 찍어보자는 

추적관찰로 나왔지만 

 

내가

한 달 동안 써낸 글은 한 권의

소설이 되고도 남을 듯하다 

 

한 날은 

외출 다녀온

남편이 자동차문을 열고 나오는데

혼자 살기엔 너무 젊다는 생각이 들어

맘씨 착한 우리 직원

캄보디아 청년 영은이네 동네로 가서

불쌍한 여자 하나 만나서 살라고

유언도 하고

 

 

살아 있는 동안

최고급 식단을 차려 먹고나 죽자며

장롱 속에 모아 둔

비상금 헐어서 여기저기 나누어 주고

12첩 반상으로 

전복ㆍ낙지ㆍ갑오징어ㆍ등심ㆍ안심

돌아가면서 먹고 

내 이불 들고 남편 침대로 이사도 하고

 

 

60초 광고 후에 다시 올리겠습니다ㆍ

 

 

 

 

 

그동안 헛불 켜며 살아온

나의 그림자 뒤로

멀리서 들려오는 송아지 부르는

새끼 뗀 어미 울음소리가

음매 ᆢ! 

음매ᆢ! 하고 들려온다 

이 토록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은

목매 이게  부르는 것이리라 

 

같이 먹는 평범한 아침식사

한 끼가 

신이 내려 준 기적인 것은

 

내일과 다음 생 중에

어느 것이 먼저

찾아올 줄 모르기 때문이다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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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이더 | 작성시간 24.05.20 윤슬하여 
    어머나 울컥!!
    찐친들의 편지가
    어떤 연애편지보다
    달달하구만요~

    보는 그날 나두 꼭 델구
    가 주세요....
  • 답댓글 작성자윤슬하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20 이더 
    당연하죠
    가희님은 통 아니보이셔서
    보고 싶네요

    왠지 모를 싸아ㅡ함이
  • 작성자아사코 | 작성시간 24.05.21 오진이시라니
    놀라는 건 일단 생략...ㅋ

    늙음과 병과 죽음이 두려워질 때
    물리학자 김상욱교수가 해준 말이
    위로가 될 때가 있습니다.

    우주는 죽음으로 충만하고
    그렇기에 오히려 살아있다는 게 이상하고
    죽음이 자연스러운 거라고...

    찰나의 순간 살아있는 이 기적 속에서
    윤슬님을 한 번 뵈었던 것은 또 얼마나 큰 기적이며
    안 아프시니 앞으로 또 뵐 수 있는 확률이 높다는 건
    또 얼마나 엄청난 기적인지...

  • 답댓글 작성자윤슬하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21 우주는 죽음으로 충만하고
    그렇기에 오히려 살아있다는 게
    이상하고
    죽음이 자연스러운 거라고

    김상욱교수님 말마따나
    자연스러운 죽음을
    좀 뽄대나게 받아 드리고 싶었는데

    막상
    나의 삶 속으로 틈입해 쓱 들어온
    ㅡ바깥ㅡ에

    나의 죽음에 대한
    면역이 전혀 작동을 못하더라구요 ㅎ

    어째거나!
    몹씨도 설레게 하는 반가운 님!
    바람끝이 살 올라 선선해 지면
    봅시다ㆍ


    오늘은
    김상욱 저 를 검색해서
    마땅하면 주문해서 읽어봐야겠어요
    고마워요
    아사코님ᆢ!

  • 답댓글 작성자윤슬하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21 윤슬하여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물리학이라기 보다는


    새ㆍ바람ㆍ나무 ㆍ유실수를 보면서
    궁금 만발했는데

    나무는 탄소를 먹고 산소를 버리는데
    그 버린 산소를 인간이 먹고
    인간이 버린 탄소를
    다시 나무가 먹다니요 ㅎ
    순환의 사슬을 보는 듯

    너무 감사합니다

    바로
    주문했어요
    아들 거하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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