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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5월 21일 출석부 / 전원생활

작성자현 정|작성시간24.05.21|조회수495 목록 댓글 84

촌으로 이사 오는 분들의 사연도 각양각색.
아파트 생활이 싫어서 전원생활을 꿈꾼다.
아파서 공기 좋은 시골에서 살고 싶다.
본가가 비어 있어 이사 오는 분들도 계시고.

나대지에 집을 짓고 싶었다.
신랑은 니 고생한다, 짓지 말자.
이런 경우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던가?
내가 강행했다.
그리고 찬란한 인생2막의 시작이 아닌
요즘 MZ세대 아이들 신조어로
지팔지꼰 팔자가 되어버렸다.

새벽 5시에 일어나
밤 9시가 되어야 끝나는 촌부의 삶.
자정에 잠자고 수면시간은 5시간.
집짓고 지난 9년동안 평생 할 고생은 다한거 같다.
그래도 지척에 아파트라도 있어
아들 집밥 해준다고 매일 왔다리갔다리 신세.
요즘 대세인 캠핑카도 못가는데
매일 두세 바구니 들고 촌으로 온다.
지겨울만 한데 지겹지가 않은거 보면.
신발도 벗기 편한 고무신 신고 생활하고.
나도 어느새 전원생활에 스며 들었나보다.

사람이 최악의 상황에 접어들면 선과 악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웃 아저씨가 우리집 앞에서 쓰러져 미동도 없다.
우리집에서 차 한잔 마시던 그분은 쓰러진 분의 동갑 친구다.
119를 부르고 신랑은 쓰러진 분의 코에 손을 갖다 대본다. 숨을 쉬는지 안쉬는지.
나도 무서움 많은 여자인데 이웃이라 그런지 안무섭다. 신랑은 심폐소생술 계속 하고.
119에 실러 갈때까지 우리집에서 차마시던 갑장친구는 동네친구의 마지막을 끝까지 안봤다.

우리집 밭은 펜스가 안처져 있다.
풀나지 말라고 머위를 몇년에 걸쳐 20만원이상 투자해 모종을 심었다. 몰래 뜯어가는 사람들이 제법 있다. 내눈으로 안봤으니 됐다. 그러나 시골사람들은 그꼴을 그냥 못본다. 꼭 일러바친다. 동네 00댁이 머위 뜯어갔다느니 애호박 따갔다느니.
나보고 그 어르신 보면 가져가지 말라고 단디 말하란다.
에혀~~그냥 못본체 하시지.
난 가슴이 두근거려 그 어르신 만나도 절대로
말 못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는 말이 있듯이
시골에 살면 무조건 시골법을 따라가야 분란이 없다.
집지으니까 공동기금 내란다.
두말없이 50만원 냈다.
경로잔치에도 10만원 찬조하고
마을회관에서 회의를 하면
음료수 사다 드린다.
그리고 일찍 가서 어르신들께 인사도 하고
다과 챙기는데 도와드린다.
어른들을 보면 읍내까지 태워 드리고.
추수할때쯤이었던가?
안하무인 같은 어르신이 술 좀 달란다.
3분거리인 집에 가서 술상 챙겨오고.
또 한사람 오고, 또오고 서너사람 오셨을땐
읍내 가서 술 안주거리 사오고.
시골텃새라 생각하고 그냥 넘어간다.

문제는 무대포로 막나가는 어르신이 있다.
집안에 30평 되는비닐하우스를 지었다.
고생은 이 비닐하우스를 짓는 순간부터였다.
돈 안받는 식당이 되어버렸다.
예고도 없이, 전화도 없이 사람들이 무대포로 들이닥친다.
신랑이 회사 다닐때라 저축은 못했어도 오는 손님들 다 대접했다.
어느날 지방에 갈일이 있어 이틀 집을 비었다.
동네 언니가 손자랑 미꾸라지 잡았다고 우리 비닐하우스에서 추어탕 해 먹는단다.
일방적 통보였다.
그 언니네는 방송에 나올만한 집이다,
멋지게 해놓고 사는데 집안에 비린내 냄새를 풍기고 싶지 않은가보다.
우리집 주방 비닐하우스는 괜찮고?
문제는 그 다음에 벌어졌다.
8개 되는 전기코드가 있는데
하우스 불을 어떤거 끌지 몰라
아예 휴즈를 내린것.
냉장고와 김치냉장고가 하우스에 있었다.
그날을 생각하면 심장이 벌렁벌렁.

에필로그
금손인 신랑을 시골에선 가만두지 않는다.
아들 세명 있는집에서 신랑보고 대문 고쳐달라,
전기 나갔으니 봐달라. 농업용 펌프 좀 봐 달라.
용접 좀 해 달라. 돼지 잡는데 와봐라.
경로잔치 간다, 하동에 같이 가자.
가면 왜 술을 안마시노~~ 마셔라.
노래 불러라~~
소심하다가 소맥 좀 마시면 그때부터
나도 일심동체가 되어 막춤 추어
동네 어르신들에게 인기짱이 되었다.
신랑과 난 9년동안 거절을 해본적이 없었다.
3개 동네 발전협의회에 신랑을
낑가 주었다.
신랑은 동네 어른도 많은데 자기 낑가 줬다고
거절하지 않고 모임에 참석.
한 친구는 친하지 않은데 몇년 지켜봤는지
시도때도 없이 밥 사먹이고
여행에 무조건 가자고 압력행사.
농사는 적당히 지으라고.
재려가인 저런 친구도 필요하다.
많은 친구들 있을텐데 우리에게
조건없이 자주 베푼다.

오늘밤, 전동가위가 선물로 들어왔다.
시골에서 농사 짓는 분이 선물하는게
쉽지가 않은데.
저 남자, 아마도 이곳에서 말년까지 지낼거 같다.
아파트라도 있으니 내가 숨 쉴 구멍은
있어 다행.
카르페 디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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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현 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21 잠시 휴식을 취해 봅니다.
    신랑은 온 동네 사람들이 찾으니까
    시골살이는 성공한건가요?
    전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네요.
    망중한 가운데 읍내 작은 도서관에
    와서 잠시 책들을 보고 있거든요.
  • 작성자비온뒤 | 작성시간 24.05.21 금손님 덕분에 시골 생활 잘하시는 것 같습니다.
    함께하는 모든 순간을 소중히 여기며 행복하게 지내세요.
  • 답댓글 작성자현 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21 선배님
    어느덧 하루가 저물었네요.
    제가 일을 참 못해요.
    머위 다듬다가 신문도 봐야하고
    도서관에 잠시 갔다 오고.
    그래도 피할수 없으니 일하는
    겁니다.
    선배님 말씀처럼 모든 순간이 소중
    하기에요.
    행복한 저녁 되세요~~
  • 작성자훨훨 | 작성시간 24.06.03 저도 정년 퇴직후 전원이좋아서
    강원도 횡성에서 전원생활중인데
    저희는 동네사람들과 거의
    왕래가 없답니다
    동네와 떨어져 있는 독립적위치여서
    그런지 몰라도 그냥 100여평 텃밭 일구고
    닭10마리 키우고 진돗개 2마리와
    그냥 노년을 지내고 있답니다
    글을 보니 이웃과 어울려 사는것도
    꽤나 재미 있을듯 합니다~ㅎ
  • 답댓글 작성자현 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3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횡성도 공기 좋은 곳이죠.
    땅은 다 임자가 있다 하지요?
    닭 열마리 키우면 계란이 제법
    나오겠네요.
    저는 울산 도심에서 25분 거리에
    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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