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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나이롱 의리

작성자베리꽃|작성시간24.05.22|조회수407 목록 댓글 28

솎아낸 배를 봉지씌우다 잠깐 들어오니
친구에게서 톡이 와 있다.

"의리상 꿀좀 사 줘."

한 적이 있었는데
답이 온 것이다.

5월 며칠 몇 시에
광화문으로 오면
의리상 꿀 열 병을 사주겠단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시위참석 조건이다.

암만 보조농부긴 하지만
몸빼벗고
서울스탸일로 단장하고
어찌 광화문까지 갈꺼나.


이웃 할아버지가 면사무소에 가신다길래 물었더니

흐미나~
요즘 농작물마다 보험이 있어서
옥수수와 고구마보험을 듵러 가신단다.

나도 솔깃해진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년간 멧돼지와 고라니가 내 먹거리를 가로채간 것이다.

올핸 보험을 들고
원없이 옥수수와 고구마를
심어볼까나.

바쁘다, 바빠!
꿀을 팔려면 광화문에 가서
호미대신 태극기를 들고
목이 터져라 외쳐야 하는데

적게 벌어 적게 먹기로 하고
씌우다 만 배봉지나 마져 씌우러
밭으로 고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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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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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베리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23 의리라는 이름을 갖다붙이기 부끄럽긴 하지요.
    의리를 엿바꿔먹었어요.
  • 작성자중개사 | 작성시간 24.05.22 서울광화문에서 '시국대회'참가조건이라
    나도 우연히 구경한번 했어요. 전광철목사가 하는건데
    아주 실망을 했어요.
    10병은 솔직히 유혹에 가까운데 팽개쳤다니
    잘하셨어요. 베리꽃님을 어떻게 보고 그런 조건을 걸다니
  • 답댓글 작성자베리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23 그 친구의 열정이 대단해요.
    신념도 강하구요.
    옛날엔 안 그랬는데
    너무 많이 달라져있더군요.
    그래도 몰입할 수있는
    무언가 있다는 것도
    행복일까요.
  • 작성자리진 | 작성시간 24.05.23 아주 잘하신 겁니다.

    저도 베리 님 꿀 맛보고 싶으나
    동생이 작년에 가져다 준 꿀 한 병에
    아들 장인께서 지인에게 사서 보내주신 꿀 두 병이 ....
    문제는 자주 먹어야 하는데 크게 먹을 일이 없으니 줄어들지 않네요.
    언젠가 베리 님 표 꿀을 맛볼 날 있겠지요.

  • 답댓글 작성자베리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5.23 꿀집인 저희집만큼이나 꿀이 넘쳐나시는군요.
    부지런히 드시고 청풍꿀맛도 함 보시면 좋지요.
    무엇보다도 건강이 제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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