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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유월의 노래" <♥6월1일 출석부♥>

작성자시골바다|작성시간24.05.31|조회수310 목록 댓글 70

 

 

 

 

 

 

밤새 거리를 지키던  
모자 쓴 가로등이 졸고
화단 앞에 숨었던 바람 몸을 세운다
별처럼 쏟아져 흩어진 밤을
주홍 미화원이 쓸어 내고
아직 해뜨기 전이건만 
어두움은 여름인 듯 작은 기지개를 켤 때
아침은  어김없이 닫힌 창을 두드리고

매일 출근하는 길이지만 

항상 다른 사람들을 따라
능소화 꽃잎 닮은 아침을 걷는다

오전 미팅 후
배낭을 걸쳐 매고 사무실 문을 나서지만
직원들이 나의 행선지를 짐작한 것일까
의심하지 않고 묵도를 인사를 할 때
손을 흔들며 횡단보도 앞에 선다.
벌써 유월 
유월은 호국 보훈의 달
국가의 독립과 자주를 위해 헌신해 온
독립운동가들과 전몰 재향 군인들을 기리는 달.
숙연한 마음으로 횡단보도 앞에서 하늘을 본다.
바람이 분다.

어디서 온 것일까?
바람이 멈추었다.

어디로 가는 것일까?

생각이 생각의 끝을 잡고 무채색 구름 위에 앉아
고교 국어 시간으로 달려가자
얼굴 흐릿한 선생님이 보인다.
얘들아~ 우리가  살면서 제일 큰 서러움은 뭘까?
여기저기서 대답이 나온다.
돈 없는 거요.
몸이 아픈 거요
애인이 변심한 거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요.
그 후로도 몇 가지 답이라고 나왔지만
선생님이 원하지 않는 답이 아닌가 보다
굳은 표정으로 말씀하신다.
정답은 나라 잃은 서러움이란다.
눈을 떠도 밤이요
아침이 돼도 희망이 없는 암흑의 세월...

 

하지만 긴 터널을 빠져나와 다시 찾은 조국

또다시 나라를 빼앗기는  억울함이 없이하기 위하여
아버지는 우는 아이를 달래며 전쟁터로
부모님의 보호를 받고 뛰어놀아야 할 학생이
군복 대신 학생복 위에 총을 메고 전쟁터로 떠난 어린 학도병들..
그분들이 피로 이루어 놓은 땅에 근심 없이 살면서
나는  나라를 위해 한 게 무엇인가
코딱지 만 한 세금이야 의무적으로 내는 것
"나라를 위해 죽는다면 그보다 큰 영광이 있겠느냐 하던"

해병 동기와  군대 생활한 게 다잖아
작은 것부터 시작하자며
요양보호사 실습 때부터 시작한 금요일 요양원 봉사활동
하지만 코로나19로 요양원에 면회도 봉사도 끊기어
그래서 작심한 일이 목욕탕 봉사
오늘도 두리번거리며 샤우니 목욕탕을 찾는다.


콧노래 부르며 탕으로 들어가려 할 때

아내의 문자다'
"여보 오늘 늦어요?
힘이 달려 내가 못 한 일  남겨 두었어요
당신이 해줘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라니까~

일주일 만에 보는데

한 달이 넘은 것 같아
에~휴 당신 없으면 어쩔 뻔했어~
이따가 봐요~"
환갑이 넘었지만 나이를 잊고 사는 아내다


탕 문을 열고 들어가자
훈훈한 열기가 몸을 감싸고
샤워기 아래엔 온몸에 문신을 한
조폭 비슷한 남자들이 몸을 괴시 하듯 서 있고
탕 속엔 나이 드신 분들이 머리만 내밀고 앉아 있다
탕에 들어가면 안 좋은 예감은 늘 적중한다
멀리 구석에서 혼자서 등과 전쟁을 하고 계신다
교대로 등을 밀자고 말하면
"저는 밀었어요" 하며 거절당하는 것이 싫은가 보다
몸을 미시다가 팔이 아프신지 이상한 몸짓하시는 어르신들
그리고 학생.

난 서둘러 몸에 물을 적신 뒤 준비해 간
이태리타월 바디로션을 가지고 간첩처럼 접선한다.
"어르신 돌아서세요. 돈 받는 거 아니라니까요"
"학생은 고등학생이여? "
"아~~ 중학생이 덩치가 크네~

오늘 학교는 안 간 거야?
알았으니 돌아 앉아 봐"
이리저리 기술자처럼 깔끔히 닦아 드리며

처음 보지만 알몸의 상태로 마음속 이야기들을 넋두리처럼 토해 낼 때

한마디 거둔다

 

계속 내리는 비는 없고

계속 부는 바람도 없는 거지요~~

바디 로션을 마감해 드릴 때
사우나에서 세신 하시는 외국 분이 교관처럼 째려보지만
그게 뭐 대수인가
그렇게 힘 모아 여러분을 닦아 드리고
시원한 냉수를 벌컥벌컥 마시지만 보람은 있다.
조금 후 목욕탕을 나올 때 뒷전에서 들리는 세신 하시는 분의 구시렁구시렁~


한국말이 서투른 외국인이 등위에서 나를 질타하듯이

"선생 때밀이요?"
어이없다는 듯이 화난 표정으로 돌아서며
"내가 닦아 드시는 할아버지와 어린 학생은
당신에게 때를 안 밀어.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세신 비가 비싸기 때문이야  알아? 
그래서 내가 도와주는 것이야 '   
그리곤 배낭을 내 던지며 핏대를 세운다
그런데 내가 왜 당신에게 보고하며 그분들의 등을 밀어야 하는 거야 ~엉?

나의 말이 거칠어지고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보이자
이발소 사장님이 머리를 깎다 마시고
잘 몰라서 그러니 이해하라며 나를 달랜다.


남의 나라에 와서 돈 벌어 가려면 말조심하라고 ~
당신이 번 돈을 당신 나라로 보내주는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분들이 목숨을 희생한 줄 아냐고...
우리나라에서 일하려면
겸손해야 돼~겸손~

한 뼘의 땅도 한 홉의 공기도 우리에겐 소중하니까~

분이  안 풀린 듯
출입문을 발로 밀고 나온다
다음 주에는 한 번도 안 가본 동네 목욕탕에 가야 할 것 긷다

피곤한 몸을 끌고 아내가 운영하는 카페로 들어오니
송충이 씹은 얼굴로 혀를 끌끌 차며
"당신! 나의 문자 또 씹으셨네
제발~~ 아무리 바빠도 문자는 보고 살자 했잖아요!
그러지 마시고 이참에 목욕탕 때밀이 본업으로 하시죠?"
이왕이면 여탕도.....
재미있다는 듯이 이마를 "탁" 치며
"여보 그거 좋은 생각이네"
하지만 걱정하지 마!
 환갑 넘은 할머니 등만 밀어드릴 테니까
정말 어이없다는 듯이 나를 내려다보는

아내의 손을 공손히 잡고
여보? 당신에겐  정말 미안해~

그런데 내가 등 밀어 드린 어르신 
그분 팔에 해병대 문신이 있으셨어
한때는 팔각모 쓰시고 명동 바닥을 주름잡으셨던 대한민국 해병대이셔
내가 해병대 후배라고 말 안 했어
말하면 그분 자괴감 들까 봐서
그분 박스를 주으러 다니신대
이만 오천 원 벌려면 파지를 얼마나 주워야 할지 나도 몰라
거리를 지나 다가
빈 박스를 줍는 그분을 보면 난 어찌해야 할지도 모르겠어


또 중학생 하나는 아파트 청소하시는 할머니와 둘이 산대~
난 학생에게 가족 이야기는 하지 말라고 했지
학생의 엄마. 아빠 이야기 들으면 나도 슬퍼질 테니까

 

다른 학생은  아빠가 오른손 못 쓰시는 불구자이시래

왼쪽 팔로 아들의 등을 밀어주는 아빠가 슬퍼 보여 혼자 목욕탕에 온다네

그래서 내가 등 밀어주었어~

 

이건 고맙다고 어느 어르신이 주신 홍삼이야
안 받으려 했는데
자꾸만 주머니에 넣어 주시더라~
홍삼은 당신이 마시고
나는 당신이 내려 준 냉커피 마시고 싶어~
나의 말을 듣던 아내가 구겨진 얼굴을 펴고
"그렇다고 분리수거 안 한다고?"
깜짝 놀라며
아니 이렇게 이쁜 마누라 손에 구정물 묻게 할 순 없지
화가 풀렸는가
웃어 대는 아내의 미소 위로
유월이 시작되고

아내가 만들어준 얼음 동동 뛰운 커피잔속에

하루를 담아 마신다

아~이렇게 손님처럼 찾아온 아침이

해 질 녘 나그네 되어 떠나려 하는가~

 

"한잔의 차를 놓고~"


빗소리와  함께 떠난 
임들을 생각한다.
별은 안개꽃처럼 쏟아지고
달빛보다 고운 웃음을 짓던 목련 나무 아래에서
죽는 순간까지 웅변처럼 내뱉던 나라 사랑 이야기.
들녘 망울진 꽃 햇빛 먹고 숨던 저녁
울타리 저편에 한점 바람 따다 먹던
지금은 가고 없는 임들의 이야길 기억한다.
평생 악기 없이 조국을 연주하다.

타국의 하늘 아래 문패 없는 무덤의 주인이 되어서도

끝까지 외쳐대던

대한민국 나의 조국~

마지막 그날!
어머니를 부르며 떠나신 얼굴 없는 임들이여~

 

아~

세월이 흘렀건만 
아직도 바람이신가

 

아~
무채색 구름이 되어 떠 가는 곳이 어디이신가~~

 

임의 외로움 위에 나의 작은 생각이 닿을 때까지
눈이 되어 쌓이리라
비기 되어 내리리라.

 

                                                        글. 시골바다

 

 

 

 



유월은 호국 보훈의 달
눈을 들어 주변에 도울 분이 있는지 살펴봅시다,


""아름다운 5060 회원님들~
유월의 품안에서
행복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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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1 힘들다 생각될 때도 가끔있지만
    그건 나의 신체적 결함 때문이지
    목욕탕 봉사는 그리 힘들진 않아요
    일주일에 한 두번
    그것도 못하나 하며 합니다
    감사드립니다
    즐건 주말보내세요
  • 작성자달항아리 | 작성시간 24.06.01 6월은 호국 보훈의 달,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 평화와 번영을 위해 피 흘리신 호국 영령들의 희생에 옷깃을 여미며 감사하는 달입니다.
    6월의 문을 열어주신 시골바다 방장님의 귀한 글 감사합니다.
    시골바다님의 올곧은 삶과 따뜻한 부부애에 감동하며 출석합니다. ^^
  • 답댓글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1 감사 드립니다
    제가 모임에 와
    참석 중이라
    답글이 늦었습니다
    즐거운 주말 행복하게 보내십시오
  • 작성자혜지영 | 작성시간 24.06.01 갑자기 부끄러워 집니다
    시골바다님 처럼 몸으로
    실천 하시는분들 존경합니다
    안방마님도 대단하시네요^^
    저 같으면? ㅎㅎ
    출석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1 월드팝 모임에
    정신이 없어 이제야 답글 답니다
    몸이 건강 할 때 봉사도 다니지
    아프면 못 다닙니다
    아프기 전에 다녀야지요
    감사드립니다 혜지영방장님
    즐건 주말오후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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