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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조각보같은 행복

작성자그산|작성시간24.06.04|조회수217 목록 댓글 33

 

한때 서울의 폭력계를 지배했던 사형수가 형장으로 향하면서
이런말을 남겼다 한다.
"내가 이제 다시 살기만 한다면 저기 저 기저귀가 날리는
판잣집안에서도 진정한 행복을 찾을수 있을것 같다"
그가 마지막으로 그려본 행복이란 어떤것일까
모르기는 해도 하루 일을 마치고 연탄 한장 달랑 새끼줄에
꿰들고 들어가는 판잣집일 망정 아기는 새록 새록 잠들어 있고
아내는 기저귀 개키고 남편은 김치 깍두기에 막걸리 한사발
마시는데서 오는 그런 것이 아닐까?

며칠전 미국으로 떠나기 직전에 만난 한 여기자의 손톱에
봉숭아물이 참 선명했다
"봉숭아가 나올철도 아닌데 어떻게 하셨어요?"하고 묻자
시가에 인사 드리러 갔더니 시어머니께서 물들어 주셨다고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그분의 시어머니는 봉숭아와 백반을 찧어서 냉장고에
보관해두고 계시다는 것이다
봉숭아물보다 더 진한 시어머니와의 행복한 영상을 지니고
간다는 며느리, 그분들의 맑은 행복이 나한테까지도 잔잔하게
전해져 왔다.
작은 조각천을 이어 커다란 식탁보를 만들듯이
남이 보기에 부스러기 같은 것이지만 잘 이으면 큰것
못지 않은 행복을 누릴수 있는 것이다.

..정채봉의 그대 뒷모습 중에서..

 

아내고향 서산 용현계곡

 

아내는 어릴때 생모와 헤어져 할머니집에서

살았던 시절이 있다

어느날 한 젊은 여성이 인형을 안고

찾아와 아내를 서울로 데려갈때까지

할머니는 어린 손녀를 지극한 사랑으로 돌보셨다

서산마애삼존불이 있는 깊은 산골에서

할머니는 8남매와 그자식들까지 모두 사랑의 손길로 키우셔서

자식들은 모두 할머니를 깊이 사랑하고 존경하였다

 

결혼후 아내와 함께 처가에 가면 할머니를 찾아뵙곤 했는데

고령의 할머니는 갈때마다 벽장에서 곶감이나 먹을 것을 꺼내주셨다 

아내가 할머니에게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절이 언제냐고 물으니

빨래줄에 기저귀 널을때 였다고 대답하셨다 한다

여기자의 시어머님 뿐아니라 우리네 어머님들은

모두 그렇게 자식을 키우신것 같다

 

 

아내 고향마을에 있는 서산마애삼존불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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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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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그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5 제라님 반갑습니다
    제가 어린시절을 보낸 60년대는 빨래줄에 기저귀 널린 풍경이 흔했습니다
    그사형수는 생의 마지막 순간 그때가 제일 행복했던 시절이란걸 깨달은것 같습니다
    너무 어린시절 친엄마와 헤어져 할머니손에 자란 아내는
    할머니를 이세상에서 가장 좋아했습니다
  • 작성자운선 | 작성시간 24.06.04 세상 평화로운 풍경이지요
    돈 많아서 뭐 합니까 단칸방에서 연탄 때서 냄비 밥 고슬하게
    짓고 풍로에 청어 석쇠에 올려 굽는 연기 나는 골목길 풍경

    행복은 많은 돈으로 오지 않지요
    사랑하는 가족과 굶지 않고 빠듯하게 살아도
    웃고 사는 앞날을 그리며 사는 그런 생활이
    최고의 날들이란 걸 저는 지금도 그 시절을 그리는 걸요

  • 답댓글 작성자그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5 운선작가님 반갑습니다
    가난하지만 온가족이 모여 달그락달그락 냄비바닥에 남은
    누룽지 긁어 먹던 그시절이 제일 행복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렇게 그시절을 그리워하는 지금이 제일 편한것 같구요
    늘 좋은 말씀 감사드리며 오늘도 행복한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
  • 작성자가을이오면 | 작성시간 24.06.05 용현계곡의
    흐르는 물처럼 맑은 글입니다.

    고풍저수지 지나 용현 계곡으로..
    그리고 운산목장 지나 개심사로..해미읍성으로..
    예나 지금이나 힐링코스이기도 하며 맛집탐방의 길이기도 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그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05 가을이오면님 반갑습니다
    제가 아버지의 고향선배 어르신의 사돈처녀인 아내를 소개받아
    아내의 고향에 찾아가서 제일 먼저 간곳이 용현계곡이었습니다
    이제는 할머니와 장인어른도 안계시지만 마애삼존불의 미소처럼
    선하고 따뜻하신 그분들이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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