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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내영혼이 따뜻했던 날들

작성자그산|작성시간24.06.14|조회수220 목록 댓글 21

오래전 6월 이맘때  입사동기 아들 결혼식이 있어서 오랜만에 본사에 다녀온 적이 있다

속초성당의 그친구 결혼식에도 갔었는데 그아들 결혼식에 갈만큼 세월이 흘렀다. 

결혼식장은 옛 본사 강당, 수많은 추억을 간직한 곳인데 매각되어 9월부턴 출입할수

없고 머지 않아 헐릴 건물이라 만감이 교차했다.

우리와 운명을 같이 한 건물 그후 우리도 모두 회사를 떠났다

북쩍이던 사무실엔 인적이 끊겼고 회사간판도 붙어 있지 않았다

피로연에서 동기들과 연거푸 술을 몇잔 들이키고 인근 봉은사를 찾았다.

본사를 수도 없이 드나들었지만 항상 시간에 쫒기어 가보지 못했었다.

 

봉은사는 국민학교 4학년때인 67년 부모님과 뚝섬에서 사공이 노젓는 작은 배를 타고

찾아갔던 곳이다. 어린시절 부모님과 함께 놀러갔던 유일한 곳이 잠실 봉은사였다.

당시 아버지는 늘 바쁘셨는데 두형은 가지 않았고 동생과 내가 부모님과 함께갔다

절에 대한 기억은 거의없고 정원이 넓은 한옥으로 된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했었다

그때 마당에서 감을 몇개 따와 장롱에 넣어 익을 때까지 기다렸던 기억만 또렷이 남아있다

내 영혼이 가장 따뜻했던 날들이 부모님과 함께 봉은사를 찾아갔던 청파동 물푸레나무가

있는 하얀 2층 타이루집에 살던때였다. 그후 우리는 다른 집으로 이사갔고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인하여 마치 디아스포라처럼 여기저기 수없이 많은 동네로 이사다녔다

어머니는 청파동 물푸레나무집에서 살던 시절을 늘그리워 하셨었다 

 

 

 

강남봉 이구년(江南逢李龜年)

 

기왕의 댁에서는 늘상 보았고

최구의 집 마당에서 몇 번 들었소

때마침 강남의 풍경이 참 좋은데

꽃이 지는 이때 또 그대를 만났구려

 

岐王宅裏尋常見(기왕댁리심상견)

崔九堂前幾度聞(최구당전기도문)

正是江南好風景(정시강남호풍경)

洛花時節又逢君(낙화시절우봉군)

 

 - 두보 -

 

 

봉은사 출입문
대웅전앞 석탑
봉은사 미륵대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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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그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15 강마을님 반갑습니다
    서울에 오신지 43년 되셨군요
    저는 서울이 고향이지만 떠나산지 40년이 다되었습니다
    돌아보면 물푸레나무집에서 온가족이 함께 살던 시절이
    가장 행복했던때 인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드리며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
  • 작성자달항아리 | 작성시간 24.06.14 사공이 노를 젓는 배를 타고 가셨던 봉은사,
    그리고 청파동 2층 하얀 타일 집,
    그산님의 행복했던 유년기의 기억이 제 마음까지 애틋하게 만드십니다.
    제 성장기의 가장 따뜻하던 시간은
    중3 때부터 대학 2학년 때까지 서대문에 있던 교회를 다니던 시절입니다.
    하나님께 대한 신앙과 교회 벗들과의 친교로 제 학창시절은 아주 풍요롭고 행복했어요.
    인생의 무게를 짊어지기 전, 어서 세상의 한 가운데로 뛰어들고 싶어 조바심을 내던 그 철없던 시절이 정말 그립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그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15 달항아리님 반갑습니다
    어쩌면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절이지만
    이제는 뵐수 없는 분들과 함께 청파동 물푸레나무집에서
    살았던 그시절이 제인생에서가장 따뜻했던 시절인것 같습니다
    달항아리님은 서울 서대문교회를 다니시며 신앙과 벗들과의 교제로
    풍요롭고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내셨군요
    당시에는 몰랐지만 그시절이 가장 행복했던 날들인것 같습니다
    늘 따뜻한 댓글 감사드리며 행복한 주말 되시기 바랍니다 !
  • 작성자수피 | 작성시간 24.06.15 서울살이 61년 째 입니다.
    그동안 적지않은 세월을 살아오며 이런저런 추억들이 꽤 많습니다.
    그 속에는 영혼이 따뜻했던 시간들도 매우 많이 있습니다. ^^~



  • 답댓글 작성자그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15 반갑습니다
    서울에 오신지 오래되셨네요
    저는 서울에서 태어나 30년을 살았고 떠나산지 38년되었지만
    이제는 너무 복잡하여 서울에선 못살것 같습니다
    그래도 어린시절의 추억이 많이 있는 서울이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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