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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꿈의 문

작성자도깨비불|작성시간24.06.17|조회수232 목록 댓글 20

 

간호사의 팔에 안겨 젖병을 빨던 내가

한 시대에 많은 역할을 치른 남자가 되어

지금은 커피숍의 한 의자에 조용히 앉아 있습니다. 

 

무자비하게 이어지던 학업을 용광로 같은 맹세로 이겨내고

다만 명예를 위해 질투해본적없이 공정하게 살면서

여기까지 왔다는 것에 대해서만큼은

내 턱을 걸고 발라드어로 말할 수 있습니다. 

 

남산의 숲을 바라보며 다리꼬기로 널찍한 의자에 파묻히듯 앉아서

차가운 커피를 마시는 즐거움으로

근래엔 이곳 호텔 카페에 단골이 되었네요. 

 

카페 한쪽에서는 외국인 여성이 하프로 귀에 익은 곡들을 연주하고

‘레오나드 코헨’의 ‘할렐루야’라는 곡도 들려 옵니다.

그 곡의 가사를 내가 전부 다 외우지는 못하지만

내가 아는 만큼만의 인상적인 부분만 기억합니다.  

 

  • 그대여 전에 나 여기 있었어요. 
  • 이 방을 알아요. 
  • 나는 이 바닥을 걸었거든요. 
  • 당신을 알기 전까지 늘 나는 혼자였습니다.
  • 할렐루야. 
  • 내가 당신에게로 들어갔을 때를 기억해요.
  • 그땐 심지어 성령조차 우리와 함께 계시는 것 같았죠.
  • 그 자리에서 우리가 내뱉는 숨은 모두 거룩했어요. 
  • 할렐루야.

 

오래전에 이 노래 가사를 처음 들었을 때 문득

’ 제시 리튼하우스‘라는 시인의 ‘꿈의 문’이라는 시구절이 입체되면서

특별한 느낌이 있었던 이유가 기억의 요점이 되었습니다. 

 

  • 나는 종종 꿈의 문을 지나쳤지만 결코 안으로 들어가지는 않았습니다. 
  • 하지만 나는 수시로 놀랄 정도로 문이 활짝 열려 있는 것을 보기도 하였습니다. 
  • 나는 전에 그랬던 것처럼 영원히 지나갔을지도 모르지만 
  • 어느 날 내가 지나갔을 때 나는 당신이 문안에 서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내 꿈의 문안에서 나를 끌어들였던 나의 아내는

또다시 지금은 어느 은하의 안에서 분명 나를 기다리며 있있을테지만

그것은 너무나도 멀어서 보이지가 않습니다. 

 

차라리 내가 지금 행운스러운 표정의 진주 미소를 지으며

꿈의 문 안에 있는 남자의 심정이 되어 봅니다.

 

오가는 여인들을 끌어들이려고 눈을 맞춰볼까 하는데

‘오올라 세뇨리따’

솔로 여자는 한분도 없고

모두 오리들처럼 짝 있는 분들만 있어서

시구절과 가사가 입체될만한 할렐루야는 전혀 없네요. 

 

남산의 숲을 바라보며 다리꼬기로 널찍한 의자에 파묻히듯 앉아서

차가운 커피를 마시면서 외국인 여성이 연주하는 할렐루야를 들으니

잠시 이런 생각을 해봤습니다. 

 

이것저것 하지 말라는 말이 더 많은 게 이상적인 삶이라는 인간으로 태어나

의젓하게 살려니 이 바람둥이 서글픈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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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도깨비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18 오. 그래요. 연분홍 파스텔은 내가 너무 좋아하는 색깔 입니다. ㅋㅋ 기분은 황홀지네요.
    화성의 저녁황혼 색깔은 지구와는 반대로 푸르다네요.
    윤슬하여님 오늘 내일 매일매일 연분홍구름 탄 여왕님으로 되시어 나같은 사내들의 삶을 이유되게 하여 주소서. ㅋ
  • 작성자운선 | 작성시간 24.06.17 지금 폭폭하니 잘 삭은 젓국같은 남자 깨비에게 파닥 파닥 청정한 김장배추같은 여인네가 스며들 듯 녹아 들 듯 함 살아 봐야 할낀데 꼬숩하게 인생 뭐 있다고
    거 일 없이 넘 호텔에 너무 오래 앉었지 마러야
  • 답댓글 작성자도깨비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18 누님 말씀대로 함 살아봐야 할텐데 호텔 카페의자에서 너무 오래 앉아 있었나 봅니다. ㅜㅜ
    폭폭하니 잘 삭은 젓국이 본적이 없어서 답답한 마음을 김장배추같은 청정한 여인이 삭혀주네요.
    운선누님 혹시 길에서 번갯불에 스치어 청정한 김장배추 여자애로 호적이 바뀌거든 바로 연락해 주세요. 녹아서 함 살아봅시다요. ㅋㅋㅋ
  • 작성자자연이다2 | 작성시간 24.06.18 나중에 문학 상 따서 볼 것 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도깨비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18 네. 자연이다님께서 문학상 따시고 뵈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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