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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염통골과 헌인능의 추억

작성자그산|작성시간24.06.20|조회수161 목록 댓글 29

초등학교 5학년이던 68년 우리집에서 하숙하던 고등학생 형이 있었다.

형은 인근 선린상고 2학년으로 기억되고 다부진 체격이지만 참 자상하였다

그형과 우리가족은 꽤 친해서 함께 남이섬에도 가서 나와 둘이 보트도 탔었다.

그해 여름방학 염통골이라 불리던 형의 집에 버스를 타고 비포장길을 달려 말죽거리를

지나 도착후 며칠 지내게 되었다. 그곳에서 형의 아버지는 오토바이에 나를 태우고 

인근 헌인릉을 구경시켜 주셨다. 아저씨는 이씨왕조의 후손이고 그묘지를 돌본다 하셨다.

그 다음날은 아저씨와 함께 마을 뒷산인 구룡산에 올랐고 폭포라고 보여주셨는데 그냥

작은 개울이었다. 정상에 올라보니 산아래 넓은 벌판이 보였고  지금 생각해보니 개발전

강남의 모습이었다. 마지막날은 내또래인 그형의 여동생과 마을 입구 개울에서 물장구치고

놀았는데 멀리 동구밖 황토길에 도로 닦는 모습이 보였는데 경부고속도로현장이라 하였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나는 서울을 떠나 살게 되었고 경부고속도로 양재 IC를 지날때 마다

염통골과 구룡산을 보게 되었고 꼭 한번 다시 가보리라 했는데 50여년이 지난 2년전에야

그곳을 찾게 되었다. 하지만 그린벨트지역이라 옛모습이 남아있으리란 내생각은 여지없이 틀렸고

그곳은 고급주택가로 바뀌어있어 구룡산 등산로도 찾지 못해 산속을 헤매다 하산하게 되었다.

그때 동네어른 한분이 지나길래 그형님 소식을 물으니 이씨들은 모두 오래전 그곳을 떠났다 하신다.

죽기전에 꼭 가보고 싶었던 곳중 하나인 염통골에 대한 추억만 남기고 쓸쓸히 그곳을 떠나서

아저씨와 함께 갔었던 헌인능을 홀로 거닐다가 그앞 식당에서 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 왔다

 

 

 

염통골의 역사를 말해주는 느티나무 고목
고급주택가로 바뀐 염통골 안길
인릉 전경 - 50여년전 아저씨와 함께 홍살문을 지나 봉분에 올랐던 기억이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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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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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그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21 둥실님 반갑습니다
    남산아래 후암동에서 사셨나 봅니다
    저는 청파동에서 살았는데 가끔 남산에 놀라갔는데
    당시는 계단이 엄청많고 높았던 기억이 납니다
  • 작성자비온뒤 | 작성시간 24.06.21 어린 시절 추억이 서린 염통골을 다시 찾았지만 옛 모습은 사라져
    아쉬웠겠습니다.
    그래도 형님과 아저씨의 소중한 추억이 남아있는 헌인능은
    거재하니 그나마 다행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그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21 선배님 반갑습니다
    염통골의 기억은 생생한데 옛동네는 완전히 사라졌고
    멋진 고급주택들로 바뀌었습니다
    혹시 동네 주민에게 물어봤는데 모두들 떠났다 하더군요
    그래도 구룡산과 헌인능은 그대로 있어 한바퀴돌고 왔습니다
  • 작성자리야 | 작성시간 24.06.21 어린시절의 추억들을
    소환 하셔서
    가보셨군요
    섬세하게
    묘사 해주셔서
    잘 봤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그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21 감사합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이 서린 곳들을 하나씩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그곳에 가면 함께 했던 분들은 안계시지만
    그추억에 잠겼다가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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