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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2024-06-21 금요일. 출석부/ 옆지기

작성자현 정|작성시간24.06.21|조회수319 목록 댓글 59

여름의 삶은 새벽부터 시작된다.
옆지기가 올 봄에 갑자기 꿈을 가지기 시작했다.
방치해 두었던 밭 600평에 올인.
사람이 갑자기 변해도 난 무섭다.
57년 닭띠. 68세. 키168에 58키로.
이 남자 기운이 하늘을 뜷을 기세다.
알바 자리가 나왔다. 하루에 2만보를 걷는다고 했다. 한 달포 일한다고.
새벽 4시. 새처럼 가볍게 일어난다. 나도 어쩔수 없이 일어나진다. 
맑고 신선한 공기 맡으며 밭일을 한다.
밭일이 밀릴때면 랜턴을 켜고 풀과의 전쟁을 치룬다.
냉장고를 뒤져 먹을것을 바리바리 챙긴다. 궁금했다. 알바 자리가 8명을 관리해야 한단다.
신호수 줌마들이 간식거리들을  많이 싸온다고.
신이 나는 표정이다. 
6시에 출근.  밥을 든든하게 잘 먹는다. 열무 물김치 담근게 맛있는지 회사에 가져가려고 한다.
물김치만은 안된다고 말했다.
땀띠 때문에 고생한 생각하면.
결혼후 37년동안 저 사람은 사람들에게 오로지 베풀고 살았다. 욕심이 전혀 없다.
참 선하게 살아온 남자.
타인에겐 친절하면서 정작 배우자인 내겐 늘 무뚝뚝하고 살가운 말 한마디 안하는 남자.
그러니 나도 내 삶을 멋지게 살려면 갱상도 말로 지팔 지가 흔들어야 한다.
하루종일 땡볕을 걷고 왔을텐데 밥을 먹고
곧바로 밭으로 나간다. 밤에도 랜턴 켜고 일한다. 
아파트에서 자고 새벽에 촌집 cctv보면
밭에 나갔는지 트럭이 안보인다.
지금 내 남자는 하루라는 삶을  잘 살고 있다.
 
절친 친구집에  산딸기 따러 간단다.
친구를 도와주고 싶다고.
몇시간  따냐고 물으니 어르신들이 8시간 따니까 옆지기도 8시간 딴다고.
옛날 같으면 안가면 안돼요?
했는데 이젠 신랑이 안무섭다. 혼자 다녀오세요.
저 채소 다  하려면 오늘 하루도 모자라요. 

신랑은 새벽 4시에 일어나 5시에 갔다.
야호~~
자유다~~
무선 마이크로 노래 서너곡 불러보자.
옆지기 없으니 살것 같다.
숨이 이제사 쉬어진다.
옆지기를 미워하지 않는다.
애증의 그림자로 산 세월도 있고.
다만 같이 있으면 편하지가 않다. 잔소리에 간섭에.
도망가고 싶다. 그래서 가끔 서울로 여행 간다.
앞으로 죽는날까지 어떻게 살꼬!
 
노래 부르고 알타리 물김치 담기로. 
비닐 하우스 양쪽 문 열어놓아도 36도지만 맞바람에 일할맛 난다.
종일 일했다.
바빠서 알타리를 솎아주지 않으니까 새끼 손가락
크기가 많다. 아까와 버릴수가 없다.
너무 더우니까 맛있든 없든 대충 담갔다.
옆지기는 저녁에 왔다.
비파와 살구 그리고 산딸기 20박스까지 얻어왔다.
한달에 5천만원 벌어도 산딸기 농사
하지 말잔다.
가시에 찔려 고생 많이 했다고.
일을 무서워 하지 않는 저사람.
잠시 앉아서 산딸기를 먹는다.
갑자기 거짓말처럼 겨드랑이가  따갑고 쓰리고.
눈물이 날 정도였다.
종일 일에 도취해 땀띠가 오는줄도 모르고.

 겨드랑이에에 난게 땀띠인지 습진인지
며칠 고생했다.
신랑은 여름엔 가급적 촌에 오지 말라고 했다.
가끔 말을 이쁘게도 한다.
15분 거리인데 안올수가 있나.
그래도 아파트에서 5시에 나와  촌에 가서
신랑 밥 차려주고
다시 아파트로 와 취준생 밥 차려주고.
주부의 직업이 밥해 주는 일 아니던가.
 
에필로그
옆지기는 20박스중에 우리 먹을 5박스만 빼고 또 지인들에게 나누어주고.
귀한 비파, 살구도 매일마다 싸들고 회사 가고.
당신이 고생해서 받은거 아껴 먹으라고 할수도 없고.
간섭하지 말자.
콧노래 부르며 알바 신나게 나가는 남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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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칼라풀 | 작성시간 24.06.21 하루하루 삶의 현장에서
    고단한 몸 묵묵히 이겨내며
    고군분투 하는 현정님의 삶을
    높이 평가하면서 ...

    두분의 건강과 행복을 위해
    응원합니다
    파이팅~~~!!!
  • 답댓글 작성자현 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21 안녕하세요?
    삶의 현장에서 잠시 손을
    놓고 있어요.
    작년엔 풀독이 올라 한동안
    고생 했는데
    올해는 땀띠 때문에 고생 했네요.
    겨울엔 손등이 갈라지고.
    고생 끝에 골병 날까봐
    이젠 살살 하려구요 ~~
  • 작성자비온뒤 | 작성시간 24.06.21 여름 새벽부터 남편분이 열정적이시네요.
    그 동안의 헌신과 배려가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현정님도 힘든 농사일을 도우며 주부로서의 책임을 다하시는 모습이 대단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현 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22 선배님~~
    신랑이 타고난 부지런함 때문에
    저도 안할수도 없게 됐네요 ~~
  • 작성자호뱐청솔 | 작성시간 24.06.22 전원일기를 보는것같습니다
    엄청 부지런하시네요
    알콩달콩 부부애가 아직도
    젊은이들 같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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