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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여인과 함께 빗속을 걸으면서 느껴 본 소회

작성자보슬비|작성시간24.06.25|조회수536 목록 댓글 16

어디론가 여행을 다니면서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풍경이나 사물들이 있으면

선별하여 사진으로 5장 정도 남겨주는 습관이 있다.

 

인물사진은 가뭄에 콩 나듯

1년 동안 사진으로 남기는 숫자는 10장 이내이며

 

보슬비가

자신의 인물 사진을 찍지 않는 이유는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세숫대야가 형편없다 보니 

찍히는 사진마다 대부분 눈을 감고 있어

자신이 보아도 얼굴 형색이 혐오감을 주는 것 같아

친구들이 같이 사진을 찍자고 하여도 손사래를 친다.

 

두 번째는

젊은 날 좋지 않은 일로

수배 전단지에 나의 얼굴이 나와 있는 것을 보고

나의 흔적이 남는 사진 찍기를 거부하는 습관이 생겼다.

 

사흘 전

지난 토요일

정기산행방에서 주최한 안면도 산행을 다녀오면서

 

3장의 사진만 찍었는데

귀경길에 들른 수덕사에서 찍은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을 올려 본다.  

5살 무렵

아무것도 모른 체

어머님이 씌워준 키를 쓴 채 양재기를 들고

옆집에 소금 얻으러 갔다가 오지게 혼난 기억이 떠올라

 

수덕사 탐방 흔적으로

대웅전이나 탑이나 절간의 모습 담는 사진은 생략한 체

초입에 우두커니 서 있는

키를 쓰고 있는 어린이의 석물 사진 한 장만 찍어 왔다.

 

수덕사의 여승 노래를 많이 들어서

수덕사에는 비구니 스님들로만 계시는 줄 알았는데

 

수덕사의 이곳저곳을 살펴보는 동안

비구니 스님은 한분도 보이질 않고 남자 스님들만 계셔서

 

차 한잔 마시러 들어간 찻집 주인에게 물어보니

 

옛부터

수덕사 대웅전 본체에는 남자스님들이 기거하셨고

 

본체와 떨어진 견성암에서 여승들이 수도를 하셨는데

 

수덕사의 여승 노래 히트로

수덕사가 비구니 사찰로 와전되었다고 일러 주셨다.

 

노랫말 중에

"속세에 두고 온 님"의 님은

일엽스님의 아들인 일당스님(김태신)이다.

 

수덕사에 머물고 있는 

어미를 찾아온 아들에게

 

일엽스님이 아들에게 한 말

 

"속세에서 맺어진

너와 나의 모자 인연은

속세에서 끝났으므로

더 이상 나를 어머니라 부르지 말라"고 한 사연이

일엽스님의 친구인 나혜석이 다듬어

수덕사의 여승 노랫말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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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도 산행 길이

비 때문에 일정이 축소되다 보니

 

수덕사를 둘러보기 위해

안면도에서 점심식사 마치고 바로 출발하였다.

 

밖에는 비가 내리고

점심 식사 때 마신 반주에 취해

회원들의 기분이 최고조에 달한 것을 느낀 방장님이

버스 안에서 노래방 분위기를 조성해 주셔서 유흥을 즐겼다.

 

국도를 따라가는 길이

왜 그리 꼬불꼬불한 길이 많은지

 

보슬비가

난생처음 버스에서 노래를 불러 보았는데

 

무게 중심 잡으랴

반주 박자 맞추랴

모니터 하면 가사 보랴

이것저것 신경 쓰다 보니

 

엉망진창으로 불러

다음부터

노래 부를 기회가 온다면

입 다물고 벙어리 행세하기로 다짐하였다.

 

노래방 평균점수 68점짜리 음치 박치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노래 부른 점수는

50점을 넘지 못하였을 것이라고 추측하여 본다.

 

수덕사 가는 버스 안에서

많은 분들의 노래를 들었는데

만약 내가 심사위원이었다고 가정하면

 

멍에 부르신 님께 최우수상을

갈대의 순정을 부르신 님께 인기상을 드리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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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리는

안면도 해안길을

연상의 여인과 단둘이 걸었다.

 

4~5년 만에 뵙는

선배님의 건강한 모습을 보면서

 

7년 후

보슬비가 선배님처럼 건강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선배님의

건강관리 잘하신 모습도 좋아 보였지만

73세 여성의 여유롭고 풍요로운 가치관에 놀라었다.

 

빗속을 한 시간 함께 걸으면서

살아온 이야기와

살아가야 하는 일 등을 선문답 하면서

 

선배님의 말씀 중

보슬비의 가슴에 진한 여운을 남긴 말을 소개해 본다.

 

정기산행방에 

안면도 산행을 늦게 신청하였는데

 

방장님과 총무님께서

버스 운전석 뒷자리에 좌석 배치를 해주어

 

늙은이를 배려해 준

운영진의 고마움에 찬조금을 내셨다 한다.

 

수전노로 살아가는 보슬비 입장에서

찬조금이라는 단어는 모르고 살아왔었다.

 

주변에서

찬조금 격려금 등등은

단체(조직)의 활성화를 위하여

의무적 또는 선심적 기부금으로 알고 있었는데

 

선배님이 내신 찬조금의 목적은

약자를 배려해 준

고마움(감사함)에 대한 보답으로

성의를 표시하였다는 말씀이 나를 놀라게 하였으며

 

선배님의 사고력에

절로 절로 고개가 숙여지고

 

그동안 살아온

얄팍한 나의 인생이

선배님 앞에서 부끄럽게 느껴지는지........

 

인생의 절반을 넘어

약자가 되어 가는 작금의 현실 앞에서

 

고마움에 대한 분위기 파악과

어떻게 대처하여야 하는가를 가르쳐준

선배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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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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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보슬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25 국어 선생님 앞에서
    재롱 피우는 촌할배를
    예쁘게 봐 주셔서 고맙습니다.
  • 작성자그산 | 작성시간 24.06.25 충남에 살고있어 수덕사에 가끔가는데 키쓰고 소금얻으러 다니는
    오줌싸개 소년 석상은 처음 보네요. 안면도 휴양림은 해발 100m남짓이지만
    울창한 해송숲을 거닐기에 참 좋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보슬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26 좋은 곳에 사시면서
    여가를 즐기시는 모습이
    아름답게 느껴집니다.

    안면도 휴양림 솔밭길은
    긴 코스이지만 지루함이 앖더군요.

    오줌싸개 소년 석상은
    입구에서 올라가다 보면
    좌측 100m 지점 길가에 있었습니다.

    충남은
    자연미가 많은 고장인것 같습니다.
  • 작성자제이정1 | 작성시간 24.06.26 참 좋은곳을
    다녀오셧군요
    제가 사는 아산과도 가까운곳이죠
  • 답댓글 작성자보슬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6.26 오랫만에
    자연과 벗하면서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님께서
    한국오시면
    머무시는 곳
    아산과
    수덕사와 가까이 있어
    바이크로 다니시면
    정말 좋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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