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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7월1일 출석부 아내의 반란

작성자시골바다|작성시간24.07.01|조회수380 목록 댓글 66

 

 

 

아내는 경력 13년의 바리스타이다
나도 아내에게 도움이 되고자 야간으로 학원에 다녀 
바리스타와 매니저교육을 수료한
우리는 주말 바리스타 부부이다.

각자 생활하며 금요일에 만나 3일을 지내건만
카페에서 같이 일하다 보니 자주 다툰다.
내가 만든 라떼는 우유의 온도를 못 맞추어 큰거품을 내고
아트는 일관성이 없고 포스 찍는 게 너무 늦고
팸핑을 너무 쎄게하고
옷도 세련되지 않고
손님들에게 과잉 친절 하다며 
종일 잔소리가 심하다.

토요일 아침 여름휴가 문제로 아내와 의견이 달라
아내의 말은 내가 삐진 것이다.
아내는 동창들끼리 부부 동반 해외여행을 말했고
난 우리나라의 경치 좋은 곳도 돌아보지 못했는데
뭔 비행기냐고 맞섰다,
오후 2시경 카페 앞에 중학생으로 보이는 여자 4명이
다투듯 언성을 높이고 있었다 .
그 학생들 이야기는 팥빙수를 돌아가면서 사기로 했는데
오늘 사기로 한 학생이
돈이 없었는지 핸드폰만 만지작거릴 때
영화의 한 장면처럼 내가 등장한 것이다.
궁지에 빠진 학생의 명찰을 보며
"학생이 인영이 맞지?"

네 엄마가 너희들 오면 주라고 팥빙수값 주고 가셨어
그러니 모두 따라 들어와~
그리고 말할 틈새를 안 주고 카페로 쭉 밀고 들어가 넓은 자리로 앉게 하고
아내에게 사정 이야길 하자 아내도 어쩔 수 없는 듯
" 눈송이 팥빙수 먹을래?"
인원이 많으니 곱빼기로 주마 하며 아주 친한 척 말한다.
하지만 그 학생들이 자리를 비운 뒤
왜 말도 없이 아이들을 몰고 왔냐며 소리 없는 전쟁은 다시 시작되었다.
나도 언성을 높였다 "알았어 내가 팥빙수값 주면 되잖아"

진정하지 못하고 생각했다.
그냥 서울로 올라갈까
조금만 더 참고 있어볼까
오후 5시경 인영이 할머니가 팥빙수값을 가지고 오신 것이다.
남루한 차림에 허리띠를 하시고
유모차로 동네 고물을 모아 팔며 인영일 키우시나 보다
아내가 측은한 목소리로
"인영이 엄마 아빠는요?"
말하기 싫으신가보다
그져 꼬깃꼬깃게 접은 팥빙수값만 내보이셨다.
아내가~~"에고 할머니~힘드시겠네"
그래도 인영이가 착하고 이쁘게 잘 자랐잖아요 .할머니가 잘 키우신 거네요
"에이그~ 인형이를 눈물로 키우셨네" ~
그러면서 빵 몇 개랑 과자들을 봉지에 담아드리자
별것도 아니련만 빵 봉지를 들은 할머니가 고맙다 하시며
꾸부정 나가실 때
그 모습을 보던 아내가 어쩌냐며 눈물을 글썽인다
여우 같은 아내에게 내가 모르는 저런 모성이 있었나

그 후로 카페에서 나오는 빈 박스. 빈 병은 꼭꼭 챙겨
인영이 할머니에게 드렸고
어느 때는 음료수를 들고 뛰어 나가기도 하였다.
 어느날 오후 인영 할머니가 야채를 한 바구니 가지고 카페로 들어오신 것이다.


"이사요 어디로 가시는데요?" 아내의 목소리가 커졌다
아내가 무슨 일 있냐며 물었지만  대꾸 안 하시며
그동안 고마웠다고 고마웠다며 등을 돌리셨다.
그동안 소식이 없었던 인영이 엄마를 찾아 인영이 엄마 집으로 이사한다는 것이다
나도 조금을 망설이다 뛰쳐 나가니
사모님이 많이 주셨다며 자꾸 내 손을 밀어 내신다.
고래 심줄인 아내가 돈을,,
이러한 아내를 전에는 내가 왜 몰랐을까?

그동안 다투었던 일이 내 잘못이었구나 하고 생각하며
"여보? 이번 휴가는 당신이 정해요"
양보하는 척 말하니 아내가 활짝 웃어준다
어쨌든 인영이 할머니로 하여 우리 부부사이가 호전된 것이다
월요일 새벽 또 헤어져야 할시간
아내가 좋아하는 곤색 바지에 흰 와이셔츠를 받쳐입고 현관문을 나설 때
아내가 살짝 미소 지으며 
"여보? 진짜 멋져."
연애할 때 그 모습 같다며 좋아라한다.
나도 거둔다
."그런 소리 마  당신 커피 내리는 모습은 정말 예술이라니까"

아내가 갑자기 공손히 말한다
"여보? 힘들면 내려와
나도 혼밥 먹기 지겹더라~"
그리고 시간이 없어 샤우나에 못가니
등은 자기가 밀어 줘야 하는 거 아냐?
당신은  내가 여자라는것을 자꾸 잊고 살더라~
남성 가능을 상실 한 거니~
아님 여자라도 생긴 겨 ?

갑자기 이게 무슨 말인가
내가 힘들어 보였나
자기가 외로운 건가
이참에 승부수를 던진다

마음은 아무에게나 줄 수 있지만
내가 당신에게 주는 건 사랑이라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5년이 넘은 주말부부가 종식되는 말을 던지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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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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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1 우리는 아침에 다투고
    오후엔 깔깔대며 삽니다
    감사드려요 비온뒤님
    무더운여름 건강 챙기시고요
  • 작성자장앵란 | 작성시간 24.07.01 지금 canu 아아 마시면서 이글을 읽고 있습니다 두분의 알콩이야기 재밌네요 무조건 60대이후엔 마누라한테 지고 사는게 남자행복의 지름길인것만 알고 지내면 행복시작이라고 이 연사 외칩니다
  • 답댓글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1 연사님 외치지 마세요
    지는게 이긴다는 말 많이 많이 듣습니다
    근데 부부로 살아도
    버릴 수 없는건 자존심이죠
    저의 아내가 자꾸 건든 답니다
    감사드립니다
    무더운
    7월 초하루 입니다
    건강 챙기시고요
  • 작성자현 정 | 작성시간 24.07.01 아내분이 천사네요.
    저희도 37년 살다보니
    애증의 그림자가 가득하네요.
    굿밤 되세요~~
  • 답댓글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1 감사드려요 현정님
    결혼을 무척 일찍하셨군요~
    저도 오래 살다보니 사랑이란 말은 지워진지 오래이고
    그동안에 모아 두었던 미운정 고운정으로 살지요
    아주 늦은 답글 쓰네요
    편안밤 보내시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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