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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약속을 어긴 세입자

작성자다애|작성시간24.07.03|조회수419 목록 댓글 28

어느 해 3월 초순경, 세입자의 기간 만료되어 전화로 통보를 하며 의사를 물어봤다. 재계약하고 2년간 더 살 의향이 있는지 없는지 궁금하였다.

 

“ 2년 동안 집도 깨끗이 쓰고 월세도 잘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에 이사를 가실 건지 아니면 계속 더 살 예정이신지 궁금해서요.”

“ 더 살아야지요.”아주 차분한 목소리였다.

“ 더 사신다면 좋구요. 월세는 올리지 않고 구두로 약속하고 2년 더 연장하면 되구요.” 이렇게 전화로 약속을 하고 임대 기간을 2년을 더 연장해주었다.

 

그런데 한 달도 못되어 3월 말 경에 갑자기 세입자로부터 전화가 왔다.

“ 제가 하던 사업이 갑자기 부도가 났어요. 보증금을 급히 돌려주세요.” 목소리는 여전히 조용하면서도 차분했다. 전화 음성만 들으면 약속을 잘 지킬 성실한 분으로 착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없는 말이 어디 있단 말인가.

 

“ 아니 아저씨, 무슨 말씀이세요?  2년간 더 살기로 약속했잖아요.

아저씨 본인이 먼저 약속을 하고서 이제 와서 갑자기 이사를 간다구요?

지금 제가 현금을 쥐고 있는 것도 아니고 저희도 계획이 있고, 더 살고 싶다고 해서 기간을 연장해 주었잖아요.”

 

“ 저도 예상하지 못했어요. 일이 갑자기 터졌어요.”  목소리는 아주 차분했다.

“그럼 아저씨께서 약속을 위반 하신 건데요. 저는 지금 당장 보증금을 돌려드리지 못해요. 집이 나갈 때까지 기다리세요,”

 

그리하여 서둘러 부동산에 집을 내놓고 새로운 세입자를 찾고있던 중에, 마침 적당한 새 세입자가 나타나 계약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사 갈 세입자에게 자초지종을 알리고 이삿짐은 다 싸고 집을 말끔히 치웠는지 확인하러 아파트 5층에 올라 가 보았다.

 

뜻밖에 내 집이 마구잡이로 어지럽혀 있었다. 그때, 아파트 관리실에서 전화가 왔다.

세입자가 일부의 이삿짐을 5층에서 창문 밖으로 마구 던지던 중, 3층 계단 쪽의 유리창을 깨버렸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유리창 대금을 물어주었다.

 

집 내부를 찬찬히 둘러보니 이삿짐의 1/2정도는 여전히 치우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세입자에게 전화를 했다. 왜 짐을 남겨놓았는지. 짐을 완전히 다 치워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있다고 강조를 하니 이틀 후에 몽땅 치우겠다고 한다. 그 말을 믿기로 하고 이틀 후에 아파트에 다시 올라가보았다.

 

아니 이번에도 1/3정도의 짐이 또 그대로 방치되어 있었다. 참 기가 막힌 일이었다. 어쩔 수 없이 다시 전화를 걸어 이번에는 정말로 남은 짐을 몽땅 다 치우라고 호통을 쳤다. 세입자 왈... 하루만 시간을 더 주면 반드시 치울거라고 했다. 하루 지나서 다시 가 보았다. 이번엔 가스렌지와 가족사진 액자 두 가지가 여전히 남아 있길래 드디어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전화를 다시 했다.

 

“아저씨, 남은 두 가지 물건을 치우셔야 돈을 돌려드리지요. 왜 자꾸 약속을 어기세요?”라고 물었더니 물건을 치워 줄테니 빨리 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재촉한다. 그 말을 철썩 믿고 부동산에서 보증금을 반환해 주었다.

 

근데 웬일인지 마음이 찜찜하여  다시 확인할 겸 가 보았다. 아니 이게 웬걸? 그 두 가지 물건은 여전히 제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참으로 난감했다.

 

이제는 법으로 대응할 방법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내용증명서를 꾸미고 3개월 안에 물건을 본인이 직접 찾아가지 않으면 주인 임의로 버리겠다는 단서조항을 달았다. 내용증명서를 등기우편으로 부치고 증거로 5년 동안 잘 보관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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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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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다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4 맞는 얘기죠.
    서로 잘 만나야해요
  • 작성자운선 | 작성시간 24.07.04 아들이 세들어 있는 집은 펜션인데 주인집 아저씨 아줌마가 늘 먹을 것을 갖다주고 밥 사준다고 고맙다고 하더이다 아들과 주인과는 잘 맞나 봅니다
  • 답댓글 작성자다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4 운선님 아들과 주인집 어르신들과는 소통이 잘되어 그래요.
  • 작성자자연이다2 | 작성시간 24.07.04 네~~참 슬기롭게 잘 하십니다
  • 답댓글 작성자다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4 댓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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