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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고교동기의 부고를 보고...

작성자청솔.|작성시간24.07.05|조회수394 목록 댓글 18

고교동기의 부고를 보고...

 

어제 저녁 늦게 고교동기의 부고가 떴다

요즘은 교우회 사이트가 형해화되었고

간단한 밴드로 소통을 한다

 

우리 동기들이 운용하는 밴드가 몇 개 있다

그 중에서 전체동기회 밴드와 동기산악회 밴드

그 두 곳에 부고가 떴다

 

돌아간 동기가 오랜기간 산악회 멤버로서

열심히 산행을 다녔기 때문이다

2001년에 생긴 산악회인데 나는 2003년부터 나갔다

우연히 청계산 이수봉 인근에서 마주쳤다

이후로 아주 열심히 산행을 다녔다

 

그 당시는 매주 산행을 했었다

매주 돌아가며 서울 근교의 산 들을 누볐다

북한산, 도봉산,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청계산, 관악산, 검단산, 예봉산, 운길산, 

 

매달 첫 주 일요일엔 전체 교우회 산악회 산행이었다

우리 동기산악회가 가장 활발하게 활동했다

연 3년 최다참가기수 상을 타기도 했었다

주로 원거리 산행으로 명산 100산을 돌았다

 

엊저녁 부고를 받은 친구도 골수회원이었다

부인과 함께 열심히 산행을 다녔다

나도 우리집사람과 함께 산행을 다녔다

부인들끼리 친해져 따로 모임도 갖고 그랬다

 

그 친구 부인이 음식솜씨가 참 좋았다

약식같은 걸 만들어 비닐랩으로 곱게 싸서

먹기 좋게 담아 갖고 나왔다

각종 강정도 만들고 그랬다

 

나중에는 사업이 잘 안 되어 중국엘 나갔다

거기서 몇 년 지내다가 베트남으로 옮겼다

마지막으로 귀국해서는 빌딩 경비일을 했다

 

그러다가 몇 달 전에 뇌출혈이 왔다고 들었다

겨우 고비를 넘기고 통원치료를 한다는 소식이었다

그런데 회복하지 못하고 어제 별세했다

 

참 건강하고 잘 생긴 친구였는데 애석하기 짝이 없다

언젠가 2003년인가? 몇몇이 번개산행을 간 적이 있었다

청평쪽의 호명산이었는데 길을 잘못 잡아서

가파른 코스로 오르게 되었다

 

사람들이 별로 안 가는 코스였는데 모기가 말도 못했다

유독 어제 간 친구가 많이 물렸다

내가 산행기를 쓰면서 썼던 구절이 생각난다

 

암놈모기 들이 잘 생긴 00이를 보고 반해서

00오빠 어서 와요 하며 환영파티를 하나보다고...

그만큼 인물이 훤하게 잘 생긴 친구였는데...

 

지난 4월11일과 12일 이틀 연속 부고가 떴었다

그 친구들은 학창시절 추억은 있지만 

졸업 후 접촉은 거의 없었던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어제 간 친구는 수없이 많은 날을 함께 산행하며

함께 땀을 흘리고, 함께 밥을 나눠먹고, 뒷풀이를 하고

원정산행을 가서는 한 방에서 함께 잠도 자고 그랬다

 

부지런히 친구 사진을 꾸미고 조기도 걸고, 조화도 걸고

우리 동기산악회 엠블럼도 걸고, 사망동기 명단도 갱신하고

여러장의 꾸미기 이미지를 만들어 올렸다

작업을 마치고 나니 새벽 1시가 다 됐다

 

어쩌다 보니 내가 서기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어제까지 모두 59명의 동기들이 갔다

총 528명이 졸업했으니 11%쯤 간 셈이다

같은 과 대학동기들의 12%와 엇비슷한 사망율이다

앞으로 더 가파르게 올라갈 것이다

 

오늘 보니 밴드에 명복을 비는 댓글 들이 새까맣게 붙었다

댓글 몇 자로 큰 위로가 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명복을 빌어주는 친구들이 참 고맙다

 

그동안 뇌출혈 후유증으로 고생이 많았을 것이다

이제 편안히 쉴 수 있어서 오히려 다행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다시한번 먼저 간 친구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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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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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청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5 감사합니다
  • 작성자리야 | 작성시간 24.07.05 죽음은

    다른 세계로의
    시작 이기도 해요
    출생이나 죽음이나
    담담하게 받아 들여야
    합니다
    하늘이 하시는
    일 이니까요
    슬픈얘기는 이제
    그만 ~
    즐거운 얘기도 더러
    올려 주세요
  • 답댓글 작성자청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5 맞습니다
    받아들여야지요

    그러게요
    희한하게 주위에서 가는 이 들이 많네요
    앞으로 즐거운 일이 생기길 바랍니다

    리야님 바라시는대로
    즐거운 얘기를 올릴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작성자제이정1 | 작성시간 24.07.06 안타까운
    친구에 죽음앞에
    너무 슬펐겟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청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6 네 슬프기도 하지만
    참 허무하네요
    올해들어 벌써 세 명째입니다
    앞으로는 더 잦아 지겠지요

    감사합니다 제이정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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