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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딸과의 잠시이별

작성자그산|작성시간24.07.07|조회수381 목록 댓글 27

늦게 결혼하여 얻은 단 한명의 혈육인 딸애가 전주국제영화제에 한시 취직하여

최기간인 내일부터 5월말까지 그곳으로 떠난다.  회사에서 방값도 일부 지원해주지만

나는 방값에 구애받지 말고 안전하고 편리한곳으로 얻으라고 강조하였다.

지난 화요일 둘이 그곳에 방을 보러갔는데 딸애는 지원가격이내에서만 방을 구하려 한다.

중개사가 안내해주는 방을 5개 봤지만 마땅한게 없고 시간도 없기에 결국 그중 한개를

선택하였고 당일 계약금까지 지불하였다. 그방은 실내는 깨끗한 편이지만 현관잠금장치도

없고 1층은 주차장으로 사용하는 2층 출입구 첫방이다. 창에 방범창살이 있지만 얼마든지

손으로 훼손 가능할정도로 약하였다.  불안하여 인터넷에서 치안상태를 검색해보니

우리가 방을 얻은 지역에서 몇년전 도난사고가 빈발하였었다.  5개월동안 별일 있겠냐

스스로 위안도 해보지만 잠도 거의 못자고 그다음날도 마음이 매우 무거웠다.

결국 이틀후 계약금을 과감히 포기하고 비싸지만 걸어서 출퇴근이 가능한 시내쪽 3층방을

얻어 계약을 완료하여 내일 이사할 예정이다. 딸애는 작년에도 모방송국에 인턴사원으로

1년간 근무하느라 서울에서 월세방을 얻어 혼자 기거한 적이 있다.

그곳은 가격이 매우 비싸고 엘리베이터도 없는  5층이지만 안전은

별로 걱정이 안되어서 이번처럼 애태우진 않았다

 

아내는 나와 달리 별로 걱정을 안하고 당신은 애가 시집가면 펑펑 울거라고 놀리기도 한다.

나이가 들수록 마음이 단단해져야 하는데 그렇지가 않다. 딸이 태어난후 처음으로

나를 쳐다보던 그눈빛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그리고 딸애가 잠잘때 가만히 귀를 대어 숨소리도

들어보며 내가 애기때도 이랬겠지 내가 어려서 기억 못했던 순간을 딸애로 하여금 알게 해주는 것

같아 고맙기도 했었다. 돌이켜보면 딸이 커갈수록 딸애와의 대화보다는 내 입장에서 훈육하고

가두려 했던 것 같다. 공부는 거의 간섭하지 않았지만 밤늦게 다니거나 엄마에게 대드는 건 용납하지

않고 때로는 매우 엄하게 대했었다. 이제 애가 다크고 내가 나이가 드니 딸에게 잘못했던 것만 생각난다.

내게 소망이 있다면 세상 떠나는 날까지 딸애에게 인생은 살만하다는걸 보여주고 싶은데

갈수록 자신이 없어지다가도 딸애와 아내를 생각하고 다시 힘을 내곤 한다.

 

2016.12.31

 

딸이 다니는 회사의 모기업의 재정이 안좋아 지난주 구조조정이

단행되고 딸은 다른 부서로 발령났습니다

저와 아내는 이기회에 그만두고 공기업 준비하라고 했지만

딸은 잔류하기로 결정했나 봅니다

36세에 결혼하여 얻은 딸한명 당차게 스스로 자기운명을 개척하고 있지만

아비는 늘 염려되고 도와주고 싶은데 본인이 알아서 하겠다고 합니다

현재로선 그저 지켜보며 응원해주는 수밖에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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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그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7 운선작가님 반갑습니다
    형제없이 외동딸이지만 말씀대로 야무져서
    지앞길 알아서 다 헤쳐나갑니다
    그래도 아빠입장에선 세상이 하도 험하니 안전한걸 원하게 됩니다
    오늘 천안쪽은 비가 엄청 많이 오네요
    비오는 일요일 편안한 저녁보내시기 바랍니다 !
  • 작성자비온뒤 | 작성시간 24.07.07 따님에 대한 사랑과 헌신이 글을 통해 전해집니다.
    따님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를 하시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그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7 선배님 반갑습니다
    아마 모든 아빠들이 같은 마음일겁니다
    딸은 독립심이 강해 대학재학중에도
    휴학하고 직장을 다녔고 졸업하자마자
    서울에서 직장다니며 집을 떠나 살고있습니다
  • 작성자몸부림 | 작성시간 24.07.07 저는 아들이 기숙사에서 나와 지맘대로 얻은 하숙집 마당에 진짜 큰 바퀴벌레 시체를 보고 잠 못이루다가 반달 하숙비 날리고 깨끗한 원룸 얻어준적 있어요
    딸은 멀쩡한 신랑있고 이젠 12살 9살 두딸의 에미지만 늘 사정거리에 두고 작은도움이라도 주고사려고 합니다 언제든 1순위입니다
    너무 걱정마세요 귀한딸 눈에 넣어도 안아픈 딸이겠지만 애들은 우리 생각보다도 흠씬 야무지고 씩씩하게 잘삽니다 애틋한 부정이 글속에 녹아있어서 뭉클합니다
    저는 9살짜리를 보면서 딸의 어린시절을 반추합니다 첫애라서, 뭐든 기대 이상으로 잘해서 재미가 나 엄청 극성애비였거든요 ^^
  • 답댓글 작성자그산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07 몸부림님 반갑습니다
    아드님 하숙집을 옮긴 저와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계시군요
    딸을 보면 열심히 살려고 하는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애잔합니다
    아빠는 아무리 딸이 나이들어도 딸에 대한 사랑은 변하지 않는가 봅니다
    딸의 딸은 더이쁘다고 하는데 제딸은 결혼할 생각이 없으니 두고 봐야 될것 같습니다
    댓글 감사드리며 장마철 건강에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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