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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7월 19일 출석부 / 율포 해수욕장

작성자가리나무|작성시간24.07.18|조회수391 목록 댓글 91

 

 

 

Sailing away - Chris de burgh



 

 

같은 동네에 사는 친구들과 졸업식 하던 날

오후가 되면 옆집 윗집 아이들과 소 한 마리씩 끌고 산등성에 올라
맘껏 뜯어먹으라 풀어놓고 해가지면 소를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올라가는 길은 수월한데 내리막길에 갑자기 뛰어가는 소를 놓쳐서 동네가 발칵 뒤집힌 일이 종종 있었다

소들에게는 하늘과 가까운 산 정상에 펼쳐진 풀밭에서  마음껏 뜯어 먹는 그 시간이 천국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집집마다 소 한두 마리, 돼지, 토끼를 키웠었는데 

국민학교를 중퇴하고 한글을 모르는  맹모(명모)는 토끼를 키우는 재주가 남달라

빨간 눈을 한 토실토실한 토끼가 몇 마리 있었다

그 집은 유전자 탓인지 모두 기역 니은 디귿 리을을 깨우치지 못하고

국졸 아니면 중퇴의 학력을 가졌지만 온순하고 힘이 장사였다

내가 일학년 때 육학년이었던 맹모 누나가 반에서 꼴등을 했다고

지금은 상상할 수 없는 벌칙으로 교실마다 손을 들고 돌아다녔던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 누나가 언니의 동창이라서 나를 업고 자주 놀러 간 모양이다 

맹모 집 마루에 두면 ddong을 얼마나 싸대는지(그때 붙여진 별명이 똥순이)

조그만 점빵을 한 우리 집에서 훔친 앙꼬방을 건네주는 것으로  치우는 일은 친구 몫이었다고 한다

언니는 그때를 회상하면서 똥순이는 항상 배가 뽈록한데 밥을 원했고

뭐든 잘 먹는 먹성 좋은 아이였다고 말한다 

 

중학교 동창들인데 학교가 달라 교북이 다르다

무정을 지은 이광수가 아닌 여관집 아들 이광수 이야기다 

건넛마을 뒤에 버티고 있는 큰 산을 넘어가면

지금은 해수탕이 딸린 숙박업소에 식당이 즐비하고 관광지로 변해있지만 

그때는 소나무 몇 그루 밖에 없어서 썰렁하기까지한  꼬막으로 유명한 뻘밭 바닷가였다 

시골이지만 꼬막을 팔아 현찰이 팡팡 돌아가니 이름만 대면 알만한  사람들이  도박으로 

돈을 탕진하고 폐인이 된 사람도 있다 했다  

10여년 전 그 바닷가 앞을 지나는데

갯벌 앞에 조그만 여관을 하는 여관집 아들 중학교 동창 이광수가 생각났다 

소풍을 가서  송창식의 맨처음 고백을 늘어지게 부르면서

여학생들의 마음을 훔쳤던 피부가 하얗고 들기름을 발랐는지 반질반질해서 능글맞게 보인 이광수 
여관을 해서인지 친구들과는 뭔가 달랐다 

졸업 후 오선화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고 소문이 났었는데 결혼을 하여

갯벌 앞에서 식당을 차렸다는 소식을 풍문으로 들었다 

오선화는 야들야들한 미소에 수학여행을 가서 최헌의 오동잎 한잎 두잎을 부르면서

개다리 춤을 추어 남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여름철 한때 장사로 전락한 횟집인데 그 갯벌 해수욕장은 바가지 씌우기로 알려져서 

인심을 잃어 한낮에도 파장한 오일장처럼 한산한 해수욕장으로

식당들은 파리채로 파리를 날리는 것이 일이라했다  

 

냉장고가 뭔 줄도 모르고 급한 일이 있으면 전보로 연락을 하고
없이 살아도 이웃집 챙기고 한겨울 내리는 눈을 받아먹고 겨울이지만 참 포근했었다

지금도 나는 그 추억을 먹고 산다 

유년 시절, 아스팔트에 콘크리트 건물을 보고 자랐다면 한 여름 정자나무 아래에서 땅따먹기 하면서

고막이 찢어지게 울어대는 매미소리와  입술이 시퍼레질 때까지 냇가에서 멱을 감고

잡아봤자 고무신짝에서 며칠 살다가 죽일 놈의 붕어를 잡았던 그 논둑과 뒤 동산을 어찌 기억할 수 있단 말인가 

내가 태어난 곳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자!~ 지금부터 율포 해수욕장을 소개 합니다 
주소 도로명 - 전남 보성군 회천면 우암길 24구(지번)
주소 - 전남 보성군 회천면 동율리 678 (지번)
이제는  많이 변했다고 합니다 
바가지도 없어지고 철마다 이런저런 이벤트 행사로 사람들이 모인다고 합니다  
이번 여름에 피서지를 어디로 할까 고민 중이시다면 
보성 차밭에서 바람 사이로 풍겨오는 삼나무 향기도 맡아불고  
10여 분 구불거리는 길을 달려서 율포 해수욕장으로 가시면 어떨까요
바닷물을 끌어올려 만든 해수탕이 두 군데나 있당께요
물론 숙박도 가능하고요잉
율포가 고향인 5670에게 이광수와 오선화를 아느냐고 물으면
98프로는 안다고 할 것입니다 
쌓인 피로를 개안하게(시원하게의 전라도 방언) 풀어불고 싶으시다면  
올여름 피서지로 우째 괜찮것지롸?  
이러면서 오도 가도 못 하는 저는 뭣이라요?
인생이란 쉬우면서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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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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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가리나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19 아니 이럴수가
    딱 항개 맞추셨는데
    그게 제 이름입니다
    아휴 ㅋㅋ
  • 작성자뭇별 | 작성시간 24.07.19
    흑백사진의 추억
    참 좋아 보입니다 ㅎ
    가리나무님 공부도 잘 하셨을듯~
  • 답댓글 작성자가리나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19 뭇별님
    오랜만입니다
    공부를 했으면 잘했을 건데 노는 걸 좋아해서 그냥 그랬습니다
    국어는 거의 일등인데 그 외에는 빵점에서 달랑달랑 ㅎ
  • 작성자비온뒤 | 작성시간 24.07.19 가리나무님의 어린시절 고향 풍경이 생생하게 눈앞에 떠오르네요.
    푸른 산과 바닷가, 뻘밭, 꼬막, 그리고 소박했지만 행복했던 그 시절 사람들의 모습들까지.
    특히, 이광수와 오선화님 등 친구들의 이야기는 그 시절 청춘의 설렘과 순수함을 느끼게 해줍니다.
    율포 해수욕장 소개글에서도 가리나무님의 고향사랑이 느껴집니다.
  • 답댓글 작성자가리나무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7.20 비온뒤님
    처음부터 끝까지의 내용을 함축해 주셨군요
    제가 이유 없이 두 달을 걷지도 못하고 앓았을 때 고향산천이 사무치게 그립더군요
    결국 내가 태어나고 자란 곳으로 마음이 가나 봅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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