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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미용실에 앉아서

작성자도깨비불|작성시간24.09.24|조회수314 목록 댓글 26

 

내 머리카락이 자라서 흘러 내리는 느낌

남태평양의 흑진주, 그 검은색의 자연스러움

이제 나는 일상을 중지하고 머리하러 미용실에 가세.

 

그리고 머리카락은 단정하게 정리가 되었어.

씻은 머리카락은 서서히 말랐고

곧고 매끄러워, 그리고 모두 내것이야.

아무도 내 빛을 가져갈 수 없어.

 

스타일리스트가 말해.

“이제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어 줄 준비가 되었습니다.”

 

내 머리 뒷모습은 아름다운 소녀들이 따서 귀에 꽂고 싶어하는 플루메리아

남양의 바람에 흔들리는 그 꽃잎같아. 

 

머리를 자른지 한 달 됐어.

그리고 한달 뒤에 또 자르고, 그 다음 한 달 뒤에 또 잘라.

 

생각해봤어.

이제 그만 자르고 머리카락이 어깨를 넘어갈 때 까지 몸에 달고 있을까.

아마도 4월이 되면 한번도 만져본 적 없는 긴 머리카락을 몸에 가질 수 있어.

그리고 5월이 되면 영원히 잊지못할 긴 머리 남자로 나는 변해있을꺼야.

 

-     -     -

슬픈 영화에서 봤어.

눈물이 떨어져 절망의 얼굴 아래로 흐르고

바람에 날리는 긴 머리카락 사이로 

차분하게 곡선을 따라 미끄러져 내리던 20살의 베라뜨리체..

그리고 머리를 흔들어 이내 긴머리카락을 늘어뜨린다.

 

그 순간 영화속 베아뜨리체는

잘린 백합이 되어 나의 무릎위로 떨어지고 

내 무릎위 그녀의 얼굴

그리고 붉은 그 입술에 모욕처럼 젖어있는 눈물을

나의 긴 키스로 달콤하게 먹여주고 싶었습니다.

 

외치고 싶었습니다.

'당신을 눈물짓게 만든 사람들은 누구입니까?' 라고 
그러나 나는 참습니다.

착한 그녀는 아무도 탓하지 않아요. 
'첫째는 아이스키로스, 

둘째는 소포클레스, 

마지막은(더 울면서) 에우리피데스입니다.'라면서

슬픈 시인들 이름으로 대신할게 뻔하거든요.

 

-     -     -

머리카락이 자라서 흘러 내리는 느낌

일상을 중지하고 머리하러 미용실에 가 

오래 앉아 거울을 보고있으려니

복잡한걸 좋아하는 내 머릿속 두뇌 주름들에서

저런 생각들을 만들어 냈습니다.

머리칼이 단정하게 정리가 됐네요.

 

막 돼먹은 썰을 풀어놓고 가서 미안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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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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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도깨비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9.24 삼손 스타일이 맞아 보이십니다. ㅋㅋ
    저는 간지러운건 모르겠는데
    여자분이 알아서 이뿌게 해 주겠지 신경 안쓰고
    편한 기분이 들긴하더라고요. ㅋ
  • 작성자운선 | 작성시간 24.09.24 길러봐봐 뭔들 아니 멋질까 긴머리는 쉴 새없이 부지런 떨어야 하여서 깨비 심들껴
  • 답댓글 작성자도깨비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9.25 쉴 새 없이 부지런 떨기라는 큰 난관이.. ㅋㅋ
  • 작성자리진 | 작성시간 24.09.24 오십 후반의 남자의 긴 머리가 어울리긴 힘들지요.
    더군다나 동양 남자는 더 더욱이....
    하지만 도불님 이라면 또 모르겠습니다.
    기왕 상상하신 김에 실천하셔서
    삶 방에 인증 사진도 올려주세요.

    도불님의 상상의 끝은 어디 쯤 인지가 가끔 궁금하기도 합니다.

    삼성서비스 센타에서 하루를 꼬박 보내면서 지루한 시간은 보내는 중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도깨비불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9.25 남자가 머리칼을 칼라링이나 스타일링 없이
    그냥 길게만 기른다면 거지같은 스타일, 상상이 되네요. ㅋㅋ
    상상해 보는 일은 또
    어떤 근거를 좀 확실히 알고 싶을 때 자주 발생하는 현상.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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