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이 거북해서 인근 건물 상가 안쪽 깊숙이 있는 약국에 들렀습니다.
약간 초췌해보이는 남자 약사가 힘없는 목소리로 " 어서오세요." 했습니다.
약국은 조명이 어둡고 매대도 듬성 듬성, 약간 우중충하기까지 해서 장사가 잘 되는 것 같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 까스명수 한병 주세요."
약사가 컴 모니터에 시선을 두고선 차갑게 대꾸 합니다.
" 그 약 낱개는 안 팝니다."
손님을 쳐다보지도 않거니와 미안하단 말조차 생략입니다.
보통의 동네 소형 약국에서 까스명수 낱개를 안 파는 경우는 생전 처음 경험했습니다.
그거 하나 팔아봤자 몇푼 안 되니까 귀찮아서 거절한듯 싶었습니다.
판매자가 안 팔겠다는 걸 구매자가 어찌해볼 재간이 없습니다.
그러나 노인에게 하는 처사가 매우 괘씸하다싶어 항의를 좀 할까 했으나 오죽 사는게 힘들면 그러겠냐싶어 묵묵히 뒤로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다다음날 같은 건물 새로 생긴 내과에서 상당한 분량의 약품 처방전을 받았습니다.
이만큼의 약은 매월 먹어야 합니다.
간호사가 처방전을 팩스로 미리 약국에 보냈다며 직접 안내하겠다고 앞장서 약국으로 향합니다.
아뿔싸! 바로 문제의 그 약국입니다.
그 약사는 일전의 날 기억하지 못합니다. 대번에 원본 처방전을 빼앗아 들고 다른 약국으로 가고싶었으나 본디 제가 모질지 못한게 흠입니다.
약보따리를 받고 영수증을 보니까 한달치 약값 총액이 200.000원이 넘습니다.
(제가 실제 부담한 금액은20.000원 남짓입니다.)
그 약사가 감사하다며 깊숙이 고갤 숙이더군요.
일전에 개무시 당했던 무안함을 질책하고 싶었으나 그도 그냥 꾹 참고 말았습니다.
이제 그 약사가 내 얼굴을 똑똑히 기억했습니다.
며칠 지나면 다시 그 약국에 들러
까스명수 한개를 주문하고 어찌 나오나 한번 지켜볼려고 합니다.
한병을 주면 계속 이용할테고 또 못판다하면 약국을 바꿔야할지 고민해 보렵니다.
더불어 사는 세상. 남이 잘못한다고 그때마다 화를 낼 순 없습니다.
참으면서 능사가 담넘듯 그냥 스리슬쩍 넘어가는 것만이 能事입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삼족오 작성시간 24.10.01 곡즉전 선배님,
잼나게 읽었습니다.
잼나게 쓰신지라, 다 읽고나니
독자평이라면 웬지 스쿠루지(Scrooge) 영감의
알뜰살뜰함이 문뜩 떠오른지라 유쾌하게
2번타자로 추천(推薦)눌러 봅니다, 하하...
오늘도 편안(便安)한 하루 되시고요., ^&^ -
답댓글 작성자곡즉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10.01 스쿠루지는 그야말로 훌륭한 분이지요.
저는 그 발끝에도 못 미칩니다.
삼족오님께선 사람을 띄워주고 칭찬하는데 일가견이 있으십니다.
참으로 바람직한 인품이 아닐 수 없습니다.
두번 세번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
작성자그산 작성시간 24.10.01 약국에서 까스명수 1병을 안판다하니 이상합니다
다음에 가실때 한말씀하시고
그래도 고쳐지지 않으면 손절하시는게
옳을것 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곡즉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10.01 지금은 약사가 제 얼굴을 익힌 후라 차마 거절하진 못할 것입니다.
영업을 할려면 백원 짜리 손님에게도 친절해야지요.
그 손님이 나중애 백만원 어치를 팔아줄 수도 있습니다.
댓글 감사드리며 좋은 하루 되시기 바랍니다. -
작성자신미주 작성시간 24.10.01 그 약국 이상하네요.
한병은 안판다.
세상에 그런 일이 있다니
이해불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