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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공장 댕기기3

작성자함박산2|작성시간24.10.05|조회수267 목록 댓글 40

뼉다구 관절 전문병원 이라는데 염소 수염을한 의사선생님 께서는 언제부터 아팠냐 묻는다
방금 일 하면서 무거운거 뒤집다 삐끗 했다하니 그럼 사진찍을 필요도 없겠네요 그쵸? 하고 내게 묻는다
그런 판단이야 전문의인 니가 하셔야 되지않을까? 싶었지만 내색않고 수긍했다 별거아닌 근육통이길 바라는 내마음이 컸기 때문이다
약 처방 해줄태니 사흘뒤 보자 하신다
별거 아닌건가 싶어 내맘도 편하긴 했다

사흘 지나고 나니 등의 통증이 번져 갈비뻐 부근까지 욱신거리니 염소수염 선생은 글러먹었다

요번엔 근처 다른병원 가보자 싶었고, 재활전문 병원이란 간판을 단 병원을 찾았다 건설현장의 노가다십장 삘이 나는 우직함을 품은 의사샘이 내얘기 듣고 나더니 역시 비슷한 처방을 내린다 전기물리 치료하고 약먹으면 좋아질거라는데...

이틀이 지났지만 더 나빠진 느낌이었다
자고 일어날때 고통이 특히 심했다
몸을 이리저리 비틀며 겨우 일어나지만 몸통 전체가 묵직한 느낌이다 이 노가다 양반도 글러먹었다 싶었기에 이제
한방병원 가서 침을 맞아보까 싶었다

자신감 충만해서 당당해 보이는 여선생님은 꼭 골프선수 박세리를 닮았다 어차피 엑스레이 사진으로는 근육통을 제대로 볼수없으니 보나마나 한거고 근육이 찟어진거면 좀 오래 갈거라면서 한며칠 침맞아 보자 하신다 그러고 보니 좀 좋아진 느낌이긴 한데 게운치는 않았다 열흘간이나 회사도 못나가고 이러구 다니니 맘이 조급해졌다 그러던중 어떤분이 통증의학과 가보면 제대로 치료된다는 정보를 주었다

서울병원? 원장님이 서울대 출신이란건가? 싶었지만 그런거 따지고 알아볼 기분이 아니었다
접수를 하니 대뜸 사진부터 찍어보자 한다 여러장의 사진을 여러포즈로 찍고나서 대기하고 있으니 서울 원장님이 부르셨다
깎아논 밤톨처럼 똘망똘망하게 생기신 젊은분 이셨다
사진을 보며 말씀하시길 팔번등뼈 함몰이란다 이크~! 올것이 왔다 싶어 걱정이 앞섰다
몇일후가 추석이니 일주일분 약 처방받고 그때도 통증이 심하면 시멘트
시술 고려해보자 하신다
뒤에 유툽을 통해 알아보니 함몰된 척추뼈에 주사기로 시멘트 공구리를치는 시술이라한다
열흘이상을 헛짓거리 하다 이제와서 제대로된 병명을 알게된것이다
깎아논 밤톨선생이 존경스러웠다
역시 서울출신은 무척이나 과학적이라 머가 달라도 다르구나 싶었다

추석연휴때 건너 동에 사는 장발장 녀석에게 얘기했더니 아버지 요즘 일하러 다니신다는거 소문들어 알고있었고 허리 삐끗해서 병원 다닌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면서 요번엔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 와보시라 한다
선심 쓰듯이...

종합병원이라 그런지 담당의도 영화배우 같이 생기셨다
유해진씨를 무척이나 닮으신 교수님 께서는 생김새 만큼이나 소탈하셨고 재밋는 농담을 즐겨하셨다
장한 아들 두셨으니 든든 하시겠다면서 나와 녀석을 민망케 했지만 같이 웃었다 뭐가 장하다는 것일까? 하기사 철공소 잡부인 애비 보다는 진일보한 종합병원 잡부이니 통 틀린말도 아니지 싶기는 했다 상담중에 "화장실 다녀오께요" 하시며 "총총" 사라지기도 하셨고 삐질하게 웃으며 나타나기도 하셨다 암튼 엑스레이 사진 상으로 압박골절이 분명하지만 원인이 의심스럽다 한다 다른 암이 뼈로 전이 됐을수도 있고 희박하지만 골 다공증 일수도 있겠으니 mri 사진 검사를 해보자 하신다
육십대 중반 나이의 남성이 골 다공증 일리는 거의 없겠으나 그래도 모를일이니 확실히 해두자 하시며 또 열흘치 약을 처방해주며 mri 예약을 잡고 가라 하신다

예약된 시간에 사진 찍으러 가니 기계앞 침대에 눕혀놓고 차렷자세로 꽁꽁 묶고 귀마게하고 헤드기어 차고 얼굴위로 프라스틱 가면 뚜껑을 덮고 윙윙거리는 기계속으로 들어가 삼십분을 꼼짝말고 견디라 한다 그정도야 하지 사나이가

유해진 선생은 찍어논 사진을 보시며 이렇게 말씀 하신다
암이 전이됐거나 골다공증 이라면 다른 척추뼈도 이상징후가 보여야 할텐데 그렇지는 않으니 무리한 움직임으로 생긴 압박골절이 맞는듯 하고 시간이 많이 지났으니 깁스 까지는 안해도 될듯 하다 하신다 뼈가 아무는 과정이고 한 삼주정도 진통제 먹으며 견디라 하신다
궁금해서 물었다 이거 완치되는 병입니까 했더니 뼈가 함몰된체로 굳는것이라 했다
콰지모도가 된다는 뜻인가 싶어 불안했지만 더 이상의 질문은 못했다 바쁜 교수님이 그런걱정까지 해주랴 싶었다
암튼 삼주정도는 통증이 있을거라는 예측이었고, 난 참고 견디며 받아들여야 한다 암튼 큰병은 아니지싶어 적으나마 안도를 한다
등드리 굽어진 촌로로 살다 가겠지

사람이 나이들어 계절에 민감한것은 첩첩이 쌓인 풍경의 기억 때문이라 한다
해마다 여름 지나면 사람들이 말했다
요번 가을은 특히 짧을거라고... 언제는 안그랬나? 그러고 보면 의외로 인간들은 망각을 잘한다
느끼기 나름이다 언제부터 언제까지 가을을 느끼는가 당신은?
내가 알고 즐기는 가을의 절정은 십일월 말부터 십이월 초 까지다
공교롭게도 내 양력 생일이 십이월 일이기도 하고...
먼 산 정수리에 하얀눈 덮이고 이른새벽 무서리 내려 입김 뽀얗게 나기 시작하고 거리의 낙엽이 삭풍에 슬리고 산길에 암갈색 낙엽 채곡히 쌓이는 서글픔 품은 그때,
난 몽환에 젖어 신열에 들뜬다
콰지모도 마음속 에스메랄타는 죽었지만 아직 내 가을은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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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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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함박산2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10.06 new 예^그라입시더~
    마음부자 시인님
    이 가을 좋은시 많이 쓰시이소~^
  • 작성자커쇼 | 작성시간 24.10.06 new 공언 하셨던 2루와 홈 스틸은 게임 끝난 듯하고,
    달리기 자신없어 담장 밖으로 넘기는 수 밖에 없다던 이대호 선수처럼
    홈런이라도 날리 시리라 생각되어
    집니다.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굳이 육힉년
    나이에 무리 하실일도 아니지요.
    쾌유를 바랍니다.
  • 답댓글 작성자함박산2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10.06 new 이미 스토브리그에 접어들었다 생각합니다 부족한 부분 다듬고
    내년 인생을 위한 재계약 협상 해야지요
    몇해나 남았을지 모르겠으나
  • 작성자곡즉전 | 작성시간 24.10.06 new 노틀담의 꼽추 콰지모도란 이름을 오랜만에 듣습니다.
    마지막 문장 ( 먼산 정수리.....)이 기가 막힙니다.
    잘 읽었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함박산2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10.06 new 누군가가 그랬다지요
    단풍은 또 다른, 가을의 꽃이다
    화려한 가을 만끽하시며 즐기십시오 해서 행복의 지갑을 두둑히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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