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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격일제 출근하는 직장을 구하다.

작성자곡즉전|작성시간25.08.21|조회수367 목록 댓글 36

나는 격일제 출근을 한다. 더러는 3~4일 간격으로 나가도 누구도 뭐라 안 한다.
출근부 따윈 나에게 무용지물이다.
나이 77에 취업이라니? 모두 깜작 놀랄만한 일이다.
출근하는 곳은 성남시청이다.
신상진 시장과는 안면이 있어 무면접으로 취업이 일사천리였다.
사실 안면이랬자 선거 벽보에 실린 사진을 몇 차례 힐끗 거린 것 뿐이다.

쉽게 취업이 이루어진 이유는 간단하다.
성남시 제 1의 정책이 시민을 위하자는 거다.
그 정책에 적극 부응하여 시민을 받드는 일에 최대한 동참겠다는 나의 열화와 같은 의지가 빛을 발했다. 시민을 위한다니까 시민이 그걸 누려주는 것이 시 정책에 사뭇 부합한다.
연봉협상은 의외로 쉬웠다.
왜냐하면 내가 자청해 무보수로 근무하겠다고 사전에 천명했기 때문이다.

업무 협약 몇 가질 소개한다.
1, 냉방이 잘 되는 시청 로비를 무제한 이용한다. 냉방이 한 차원 다른 민원실 이용도 가능하다.
2, 화장실, 급수대, 매점, 휴게실, 독서대, 쇼파나 벤치, 테이블, 기타 운동기구 등 시청이 제공하는 모든 편의시설을 모두 맘대로 쓴다.
3, 넓고 쾌적한 정원 산책이나 인공호수의 분수 쇼 관람 등은 덤이다.
4, 외온내냉(外溫內冷)의 걷기를 허용한다. 무슨 말인가하면 시원한 실내 걷기나 뜨거운 햇볕이 내려 쪼이는 정원을 걷거나 내 맘대로다. 번갈아 걸으면 덥지도 춥지도 않다.
5, 더운 여름 철과 추운 겨울철 두 계절만 근무한다. 살기 좋은 봄 가을은 굳이 출근 안해도 된다.
6, 근무는 격일제든 3,4일 간격이든 내 맘대로다.
7, 이밖에 외예로 한가지 특별 옵션을 더 추가했다. 그건 바로
ㅡ 다음 카페 5060 출입을 무시로 허용한다.ㅡ
사실 내 맘껏 노닥거려도 된다.

출퇴근은 주로 자전거를 이용한다. 보통 9시 출발, 9시 반까지만 도착하면 된다. 퇴근은 6시다.

내가 왕년에 동서남북 유럽 제국을 하나 빠짐없이 다 돌아봤다. 그때 무수한 궁전을 둘러봤다. 그 때 본 그 궁전들과 비교하면 성남시청 쪽이 단연 우월하다.
정원이나 건물 공히 유럽의 유수한 궁전들과 비교해 절대 뒤지지 않는다.
엘베, 에스컬레이터, 냉방 장치, CCTV, 거대 건물을 조작하는 컴퓨터 시스템. 150인치 급 영상 장치, 등등 첨단 과학 문명의 집합이 우선 다르다, 건물의 위용도 더 크고 정원도 훨씬 넓고 조경도 매우 뛰어나다.
성남 시청은 솔직히 청와대에 비견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나는 이 좋은 곳에서 친절한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마치 황제처럼 근무한다.
이 아니 좋을 수가 없다.

한가지 불만사항이 있긴 하다.나같은 직원에겐 식사가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전엔 시민을 위해 저렴한 식당을 운영했으나 코로나를 계기로 접어버렸다.
주변 상인들의 상권보호를 요청하는 항의도 빗발쳤다 한다.
어쩔 수 없이 청사 앞 편의점에 가서 김밥 한 줄로 점심을 해결한다.
물은 텀블러에 청사 급수대에서 담아가 마신다.

나이들어 이런 직장이 있으니 좀 좋은가?
무보수가 아니라 마이너스 급여라 해도 난 이 직장을 결코 놓치지 않으리라.
무엇보다도 집사람이 무척 좋아한다. 남자는 일이 있든 없든 바깥으로 나도는 것이 무조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차차 거하게 도시락도 싸준다니 기대가 크다.

내일은 병원에 가야하니까 하루 건너뛰고 토요일 또 출근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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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곡즉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8.22
    항상 좋은 글을 쓰시기에 삶의 방에서 아주 인기가 높으신 김포인님께서 들려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이상한 마인드지만
    저는 댓글 또한 품앗이라 생각합니다.
    기브 엔 테이크죠.
    앞으로 님의 글에 열심히 댓글 달겠음을 약속드립니다


  • 작성자비온뒤 | 작성시간 25.08.22 마음에 드는 소일장소를 찾은 것도 복인 것 같습니다.
    말씀대로 철따라 냉 난방이 빵빵하니 더위나 추위 걱정할
    필요없고 집에서 자전거로 닿은 거리니 오가는데 부탐도 없을 것 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곡즉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8.23 오늘은 오랜만에 산에 오를 예정입니다.
    슬슬 가을이 다가오는 만큼
    내 한 몸 쉴 곳은 산뿐인가 합니다.
    점심 일찍 먹고 바로 나설려고 합니다.
  • 작성자운선 | 작성시간 25.08.22 ㅎㅎ 보너스를 줄려니 본봉이 없으니 ㅎ 곡즉전님 재치만점예요
  • 답댓글 작성자곡즉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8.23 사실이 그렇습니다.
    재치와는 무관합니다.

    제가 잘 하는 건 계산뿐이지만 옛날 조금 통했을 뿐 요즘은 그 재주로는 밥은 커녕 죽도 못 먹습니다.

    뭔가 유급 일이 있으면 좋겠지만 이젠 다 틀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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