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중고등학교 시절,
엄니는 집에 불이 나는 꿈이나 물이
마당 가득 들어찬 꿈을 가끔 꾸셨다.
그런 꿈을 꾸시고 나면 아버지가
승진하시거나 재물이 늘어나기도
했었는데,
난 주로 개꿈을 꾸거나 불이 나면
열심히 끄는 꿈을 꾸기 일쑤였다.
꿈에서는 불을 끄지 말아야 재물이 들어온다는데,
그래서 내가 부자가 못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아침엔 꿈에서가 아닌
내 집 주방 오븐에서 불이 났다.
옆에 있었기에 바로 불을 껐지만,
하마터면 집 수리해놓고
집을 홀랑 태울 뻔했다.
새로 산 오븐이라 아직 숙지가 덜 되어서
사용설명 책자를 오븐 안에 둔 것을 깜박한 탓이다.
어쨌거나 가슴을 쓸어내리고
두어 시간 수습하느라 또 생고생.
등을 달아달라고 막냇동생을 불렀다. 전기 공사를 못 한 탓에 천장 실링팬과 몇 달 전 세일 때 사둔 식탁 등과 비상등을 달아달라고 했다.
연기를 빼고 향초를 군데군데 켜두었건만 들어오자마자 탄 냄새가 난다고 했다. 며칠은 가겠지.
땀을 흘리며 등과 실링팬을 달아주고
송구영신 예배드리러 가면서
어머니께 새해 인사를 미리 드리고
내일은 장인어른 구순이라
사돈두어른 모시고 1박 2일 여행을 간다네.
언제나 누나 부탁에 군말 없이 와주는 착한 막내는 장인, 장모에게도 아들같이 군다.
내년은 환갑이라고 4월에 올케랑
두달 일정으로 산티아고 순례길과
유럽 여행을 간다고 한다.
막내가 아기 땐 내가 많이도 업어주었는데,
그 똘망똘망한 개구쟁이가 늙어가는 모습을 보는 건 참 쓸쓸하다.
2025년은 두 번 다시 못 할
집 수리와 마지막 날의 불났던 해프닝으로
오래 기억될 한 해가 되겠다.
그나저나 그 고생을 하며 집 수리를 해놓고,
오늘은 이사가 가고 싶어졌다.
새 아파트로...
식탁등은 대충 달아놓고 갔다.
천장에 고정하는 고리가 없어져서
동생이 사 와서 다시 달아야 주겠다고.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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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리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1.01 내년 따뜻한 봄날은
고국에서 편안하고 행복한
노년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Happy New Year ~~ -
작성자탁구시인 작성시간 26.01.01 큰 사건보다
그 사이사이 사람 이야기가 더 남는 글이네요.
한 해의 끝이 이렇게 정리되는 것도 좋겠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리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1.01 자잘한 사람 사는 이야기 속에 녹아있는 희로애락이 씨줄 날줄로 얽혀서 우리의 삶을 지탱해 주는 것 같습니다.
탁구시인님은 한갓 미물에라도 생명을 불어넣어 귀를 열고 깨우치시니 남다른 분 같습니다.
저는 미련하여 깨닫지 못하니 많은 가르침으로 나누어주시길 바랍니다.
탁구시인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작성자운선 작성시간 26.01.02 등이 완전 삼빡 청순해요 ㅎㅎ 리진님 취향 존중합니다
이사 가고 싶다 생각하시면 그 소원이 이루어 질수도 있을겁니다
그러니 새해 소원으로 하세요 ㅎㅎ 언제나 우리는 뭔가를
원하고 이루어 져도 또 원하는 유전인자를 지니고 있으니까요
욕심이라고 말하면 안되지요 리진님 새해에도 삶방에서
자주 보길 바랄게요~~ -
답댓글 작성자리진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1.02 기껏 고생해 놓고 아랫집 새는 것까지 해결되어 안심했는데, 사소하지만 또 집에 문제가 생기니 새 아파트로 이사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이사 온 지 이십 년은 되어 구축이 되었지만, 동네가 좋아서 떠날 생각을 안 했거든요.
엄니 때문이라도 차로 삼십 분 이내에 사는 동생들과 떨어진 새로운 곳으로 가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운선님도 자녀분들과 새해 맞이 잘하셨지요? 올해도 건강하시고 좋은 글 많이 올려주시고 아드님에게도 좋은 소식 있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