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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생명을 잉태하는 세상의 모든 모체에게

작성자운선|작성시간26.02.01|조회수373 목록 댓글 37

종일 볕에 서 있는 문화원 뜰 안 매화나무에 꽃이 만개했다.

우리 집 앞 볕 좋은 자리 나무에도 꽃봉오리가 매달려 있다.

봄이 오려나 보다

 

겨울나무는 겉이 시커멓게 변해 수명이 다 된 듯하여도 깊은 곳 연한 속살은 곧 생명을 품는 일로 바쁜 나날을 보낼 것이다. 이미 생명이 앉힐 자리가 마련되었을 테고 수분과 꽃물의 농도를 가늠해 하늘을 향해 앙상한 가지 흔들며 이렇게 기도할지도 모르지

 

“신이여‘ 대지를 적셔 주옵소서 올해 강수량이 적어 꽃물 들이기 힘듭니다.” 라고

매화꽃은 너무 작아 한쪽 눈으로 보면 크게 잘 보이고 두 눈으로 보자고 하면 매력이

덜하니 나의 시력을 탓해야 하나,

 

나무의 가임기는 긴 겨울부터 준비해서 봄과 함께 생명을 내보인다.

삭풍에 시달리며 앙상한 채 긴 겨울을 나지만 그 안에서 생명을 잉태하는 나무의 가임기는 사람보다 더 오래 생명을 만들어 내니 꽃나무, 과일나무, 풀씨들은 조물주의 한가지 은총은 충만하게 받았다고 본다.

 

살며 사랑하고 울고 웃고, 죽이고 살리고 하는 인간사 행로보다 간결하고 담담한 나무의 생애, 그에 비해 짧은 가임기을 가진 인간은 출산에 이은 긴 세월을 부양의 의무와 양육의 고통에 따른 수고로움으로 잉태의 축복까지 사양하는 판인데 그래서 인간의 가임기는 점점 짧아지 는 추세다. 의느님의 도움도 한몫하고 말이다. 이제 출산은 하늘이 주신 것도, 아니고, 팔자에 있는 자식도 아닌, 모체의 주인인 여성의 권한과 성향에 따른 선택이 된 것이다.

 

과거 여자 몸은 생산 주기가 있다고 믿었다. 가임기 여자들이 몸 구실 할 시기가 되면 피죽 한 그릇도 못 먹던 흉년임에도 거친 수세미 같은 머릿결에 기름이 반지르르 해지며 양어깨가 봉실하게 올라붙고 말라붙은 젖가슴이 두둑해져 낡은 저고리 앞섶이 짧아지는 현상이 생기는데

여기에 더해서 허리와 둔부까지 텐션이 가해져 부엌에서 광으로 오가는 여편네의 버들가지 휘어지듯 살랑거리는 자태는 평소 소 닭 보듯 오직 세끼 밥만 기다리던 피골이 상접한 서방의 하초까지 움찔거리게 함은 물론 평생 집구석은 팽개치고 바깥으로 돌던 역마살 서방놈까지 집으로 돌아오게 했다 하니 과거 잉태와 출산은 하늘이 내려 주신 거라고 믿을 수밖에,

 

“오메! 저 삽작거리 바우어메 알라 설라는 갑네”

“얼굴이 샐쭉하게 모아지고 반들거리는 거 좀 봐야!

알라 설 때여! 저 궁둥이 살 올랐는 거 봐 맞지야?

 

봄이면 모든 생명이 태동하는 시절, 인간도 자연도 사나운 겨울 속에서 알뜰히 긁어모은 영양으로 생명을 받는다. 사람은 열 달이 차야 하니 봄에 씨를 받아 겨울 초입에 낳고 나무는 가을에 떨군 낙엽의 넋을 모아 모아서 봄이면 꽃을 피우는 것이다.

자연과 인간의 전성기는 가임기 기간에 있다. 내 안에서 생명을 받아들여 키워 냈을 때 그 보람, 세상에 태어나 마땅히 해야 할 일 다 했다는 충만함, 험한 자연의 풍파를 이겨낸 나무의 굳건하고 담담한 자태에 감동하는 우리들 마음에는 우리 또한 인간으로서 잉태와 출산의 과정을 거쳐 한 사람의 일생을 나무처럼 굳게 서 있게 키워냈다는 그 자부심에 기인하지 않았을까 싶다.

 

 

 

자연이 위대한 것은 긴 세월 오래오래 잉태와 출산을 꽃피워 내는 그 무한한 가임기에 있지 않을까,

신은 인간에게 꼭 필요한 자연을 곁에 두게 하느라 그토록 긴 세월의 가임기를 주셨다고 믿는다.

 

2월이다 

매화가 피었고 나무에 꽃 물이 차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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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작성자수피 | 작성시간 26.02.02 강릉에는 벌써 지는 매화가 있고 세그루의 나무에서는 꽃이 만발했다는 울운선님 글을 읽으며 자꾸 움츠려 들기만 하는 동절기에 봄 햇살같은 따사로움을 느끼게 되네요.
    울운선님 고운 모습과 화신의 소식이 정겹게 겹칩니다. ^^*
  • 답댓글 작성자운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2.02 언제나 이쁜 댓글 주시는 울 수피님 이 봄에 행복하소서~ 감사합니다 저도 수피님 댓글에 행복합니다.
  • 작성자T 피케티 | 작성시간 26.02.02 매화꽃을 보고,
    내가 글을 쓴다면?
    한 문장이면 끝~

    제목: 매화꽃이 피었네
    내용: 예쁜 매화꽃이 피었네
    조금만 기다리면~
    온갖 꽃들이 피고 산새들이 노래하는
    계절이 오겠네~

    그런데 언니는 글을 잘 쓴다.
    아마도
    운선 언니는
    문학적 DNA 갖고 태어난 듯...
    그 귀한 유전자의 꿈을...
    지금 시작해도 좋을 듯~🌸🌸
  • 답댓글 작성자운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2.02 ㅎㅎ 글을 잘쓰긴 뭘 그냥 느낀대로 적는 거지 서울은 춥지? 감기 조심혀~
  • 작성자무악 산 | 작성시간 26.02.03 우리집 꽃밭 매화는 봄이오는줄 모르는지.....
    조금은 우리동네 보다 더 따뜻한 남쪽 에
    왔으니
    혹여 그어느 양지쪽 가지에 매화꽃몽울 올랐나
    찿아봐야 겠네요.
    오랜만에 영상 날씨로 매화가 그리울때 가
    된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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