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내 그렇게도 추웠던 것 같은데 어느새 봄이 왔다
아파트 담 넘어 붉은 매화는 꽃망울을 터뜨리고 하얀 목련은 꽃잎을 활짝 펼쳐 따뜻한 햇살을 맞이하고 있다
길옆을 지나가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목련을 유난히 좋아하셨던 어머니가 생각난다
돌아가신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스무 해가 넘어간다
평생 호강 한 번 못하시고 천국으로 떠나신 어머니는 유난히 목련꽃을 좋아하셨다
목련 나무 한 그루 있는 집에 살고 싶다던 그 소박한 바람조차 이루지 못하고 가신 게 아직도 마음 한구석에 남는다
살아계실 때는 어머니의 사랑을 지금처럼 깊이 느끼지 못했다
언제나 곁에 계시기에 그 사랑이 너무 당연했던 것이다
열여섯 아직 어린 나이에 시집오셨던 어머니는 일제의 억압이 심하던 시절 색시공출을 피해 우리 집으로 오셨다고 했다
그 시절의 고생은 평생 어머니의 입버릇이 되어 남았다
그땐 배가 고파서 하루를 버티는 게 참 힘들었지 말씀하시며 먼 곳을 바라보시던 눈빛이 아직도 기억난다
피난길을 거쳐 서울 왕십리 구석진 공터에 천막을 치고 살던 어린 시절 우리는 늘 배가 고팠다
어느 날 동네 통장님이 주신 강냉이죽 배급표를 들고 큰 양은 양푼을 머리에 이고 동사무소로 가신 어머니
집으로 돌아오시는 길을 잘 몰라 헤매시다가 어두워진 저녁이 되어서야 돌아오셨다
그 양푼 속에는 강냉이죽이 말라 논바닥처럼 갈라져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어린 마음에 놀랄까 봐 뒤돌아서서 눈물을 훔치시던 어머니의 뒷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때는 몰랐다 그 눈물이 얼마나 깊은 사랑이었는지를
이제는 배고픔도 추위도 없는 세상이 되었지만 정작 어머니는 내 곁에 계시질 않는다
그 사실이 너무도 원망스럽다
이제 이 자식 머리 반백이 되어서야 그리 늦게 어머니의 사랑을 깨닫다니
하지만 나는 믿는다
어머니는 이제 아쉬움도 고통도 없이 오직 사랑만이 가득한 세상에서 드시고 싶은 음식도 드시고 입고 싶은 옷도 입으며 미소 짓고 계실 거라고
언젠가 나도 그곳으로 가면 그때는 못다 한 효도로 어머니를 기쁘게 해드리고 싶다
오늘도 목련 나무 아래에서 미소 지으며 나를 바라보실 어머니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댓글
댓글 리스트-
작성자둥근해 작성시간 26.03.28 어머니사랑은 무한대이지요
저는 강냉이죽이 어떤맛인지
먹어본적이 없지만ᆢ
그때 그시절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상상만해도 아찔합니다
절절한 사모곡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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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여름날 작성시간 26.03.28 박인로의 ‘조홍시가‘를 생각나게 하는 사모의 글을 읽으니 마음이 애틋합니다. 나이가 예순이 넘어도 일흔이 넘어도 어머니를 찾고 그리워하는 걸 보면, 어머니는 우리 마음의 고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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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그산 작성시간 26.03.28 어머님를 그리시는 애틋한 마음에
제마음도 젖어듭니다 -
작성자베리꽃 작성시간 26.03.28 유독 목련을 보면 어머니 생각이 더 나네요.
자태가 우리 어머니를 많이 닮아서겠지요.
글덕분에 오늘 아침, 효도를 다짐해 봅니다.
하늘나라 가거든. -
작성자사주 작성시간 26.03.28 저희 어릴적 집에도 목련이 환하게 피였였습니다,
어머님을 그리는 마음은 살아가면서 느끼는 같은것 같습니다,
저는 암으로 투병하시다 가시는 어머님께 불효 하였던 자식 입니다,
참으로 어머님의 은혜가 하늘 같았습니다,
이를 모르고 불효한 사람입니다.
어머님을 생각하면서 좋은글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