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길동무 동호회에서 녹번역을 회귀하는
은평구 백련산 둘레길을 걸었는데 그곳에 다녀왔어요.
저는 어떤 약속이던 약속 시간을 30분 전이라고 생각하고
조금 일찍 움직이는 편 이어서 약속 시간에 늦거나 그러지는 않습니다.
송파구 장지역에서 8호선을 타고 가락 시장역에서 3호선을 갈아타고
녹번역 까지는 약 1시간 정도가 소요되고 집에서 역까지 10분 정도 걷습니다.
녹번역에서 내려 3번 출구로 나가서 만나기로 했는데 3-4번 칸에서 내리면
출구와 가깝다고 지하철 어플이 알려줘서 3-4번 교통약자석에 앉아서 갔습니다.
대부분이 그러시겠지만 자리에 앉으면 스마트폰 들여다 보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저 또한 마찬가지여서 집에서 써 놓고 나온 글에 댓글 다느라, 가끔씩 무슨 역인지
확인할 때나 다른 곳을 볼뿐, 아예 핸드폰에 코를 박고 있다가 좀 이상한 장면을 봤습니다.
제가 앉은 자리가 3번째 칸 맨 뒤쪽 의자에 출입문 옆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어떤 할머니께서
지하철 출입문에 붙어있는 표지판을 자꾸 누르시기에, 무슨 일 인가 해서 한참을 쳐다봤습니다.
키가 좀 작은 할머니셨는데 까치발까지 하시면서, 그림을 이쪽저쪽 번갈아 누르고 계시기에
"할머니 뭐 필요한 게 있으세요?" 하고 제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할머니께서 "내리려고 그래요"
하시기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그런데 왜 그것은 자꾸 누르세요?" 했더니 "내려 달라고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했더니 조금 역정을 내시는 말투로 " 이걸 눌러야 차가 서지요" 하십니다.
그 그림을 버스를 탔다가 내릴 때 누르는 하차벨로 생각을 하시고 그걸 누르고 계셨나 봅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잠시 뒤에 전철이 멈춰 서고, 할머니가 내리면서 저를 힐끔 쳐다보더니, 마치
"이거 봐라 이놈아 이걸 누르니까 차가 서잖아" 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마침 다음 정거장이 내가
내려야 하는 역 이어서, 출입문 위에 있는 그림을 보고 서 있는데, 갑자기 눈물이 터져 버렸습니다.
얼른 화장실에 달려가서 대변 칸에 들어가서 소리도 내지 못하고 한동안 엉엉 울고 말았습니다.
변기 뚜껑 위에 앉아서 한참을 울다가, 휴지로 눈물과 콧물을 닦아내고 나왔는데 왜 눈물이 났는지
그 이유에 대하여는 지금까지도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습니다. 단지 제가 그냥 늙어서 그랬을까요?
그 할머니가 빨간색 원에 있는 그림을 이쪽저쪽 누르셨습니다. 아무래도 남의 일 갖지 않아서 일겁니다..
산에, 산애..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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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산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3.28 저도 화장실에 쭈구리고 앉아
어머님 생각에 더 눈물이 났던 것 같습니다.
정정 하다는 말은 80 넘은 분들에게 하시는 게 좋겠어요.
그분들이 저를 보시면 저는 그냥 애들 입니다. 그런데 정정이라니요.. -
작성자운선 작성시간 26.03.28 모임에서 좋은 집 자랑 하기에 그만해! 집 좋아 봐야 얼마나 산다고 병들고 죽을 때 되면 요양원 침대서 개기다 갈텐데 그나마 있는 사람은 시설 좋은 곳에 누워 있다 가겠지만
왕의 남자로 유명세 타는 장항준 감독이 자신이 어려움에 처했을때 이런 생각으로 위안 받곤 했답니다 "그래 사람 잘나고 못나고 죽을때는 공평하게 가는 거 아닌가 라는 맘으로 평온을 얻곤 했답니다. 늙음의 모습은 우리 것이지요 그래서 슬픈겁니다 누구는 무서워하고 누구는 외면하고 싶어 하지요 -
답댓글 작성자산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3.28 어제 서울 은평구 백련산 산행을 하다가
함께 걷던 사람들끼리 우연히 집 이야기가 나왔어요.
어디에 살아야 하나 어떤집에서 살아야 하나 그런 얘기 입니다.
그런데 이야기 끝의 결론이 웃깁니다. 좋은집 넓은집에서 살면 관리비가 많이 나온다 입니다.. -
작성자절벽 작성시간 26.03.28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이유를 알거 같습니다
모두에게 비켜갈수 없는 순서이기에 더욱 마음이 약해지셨던 같네요
저역시도 매일 아침 다짐을 하고 시작하지만 마음한구석 점점 약해지는
몸과 마음은 어쩔수 없는거 같습니다
용기있는척 아무렇지 않은척 강한척 하지만
모든게 두렵습니다 그리고 마음이 약해집니다
많은 생각에 눈물이 많아졌습니다
음악을 들어도 좋은것을 보아도
그저 내마음같지 않은게 많아지네요
마음을 내리고 내자신에 묻습니다
더 강하게 더 달려야 한다 라고 하지만
마음만 그렇지 그렇게 않되는군요
건강하지만 두렵지만 그냥 이렇게 살아야 겠네요 -
답댓글 작성자산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3.28 출입문 앞에서서 그 할머니가 누르던
표지판 사진을 찍는데 갑자기 울컥 하면서 눈물이 흐르는데
이게 정말 참을수가 없더군요. 할수 없이 화장실로 뛰어 들어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