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로 살던 아들네가 이런 저런 이유로 합가한 지 어느 새 한 달 보름이 되었다.
전세살던 집주인의 괴팍한 처세로 적지않게 맘고생한 아들이 의연하게 대처하는 걸 보면서
앞으로의 삶에 마음이 놓이기도 했었다.
어지간히 살림을 정리하고 쪼물쪼물 내 고물차로 조금씩 옮긴 이삿짐이 갈 곳이 없어
거실 한쪽에 어지러이 쌓여 있어 일년여는 그렇게 살기로 예상했던 바이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깨끗이 정리가 된 것을 퇴근 후 보니 역시 대단한 아내다.^^
짐을 줄였다해도 두 집 살림이었는데....
며느리와의 방문앞 암호는 몇 번 써먹지도 못하고
조그만 헛기침만으로도 방으로 들어갈 정도로 불편함 없이
서로 자연스레 익숙해지고 있었다.
오히려 날닮아 까탈스런 아들넘이 가끔 주의를 주긴 하지만...,
종일 육아에 피곤한 며느리와 아내,
새벽녘 3시쯤 눈을 떠 손자와 며느리가 있는 방에 조용히 들어가
손짓으로 아기를 안고 안방으로 건너오면 잠결에 가운데에 자리를 보고
졸림속에 보채는 아기를 번갈아 다독이다보면 어느 덧 먼동이 트고
나는 손을 씻고 분유를 준비한다.
--- 이런 날들이 한 달여 되어가니 아기도 긴잠을 자게되고 식구들도 안정이 되어간다.
외손주때는 한 달여 와있었어도 한창 일하던 시기라 육아에 도움도 못주었고
제대로 안아준 기억도 별로 없었는데
미안한 마음에 딸에게 얘기를 하니 그래도 지난 일이라 잊혀져 그렇지
나름 많이 도와주었노라 위로를 해준다.
전혀 생각지 않았던 합가,
서로 불편함속에서도 느껴지는 이런 저런 사는 맛이랄까?
그중에서도
며느리도 있는데 아들과의 일에 대한 대화중에 언성이 높아졌던일과
엊그제 친정간 며느리와 손자가 없는 중에
시시콜콜 어찌보면 행복한 고민에 대한 대화중에 결국 싸움이 되어버린 나와 아내,
그 것을 재택근무중에 전부 목격한 아들의 따끔하고 논리정연한 부모에 대한 질책~
화해는 했지만 어색한 하루를 보내고 이제 내일이면 친정에서 돌아오는 날,
우리는 시침떼고 자연스런 일상을 살아 갈 것이고
함박 웃음으로 손주와 며느리를 맞이 할 것이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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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둥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5.13 안녕하시지요?^^
저는 약간의 불량할비지만 그 부족함을 메꾸는 할미가 있어 다행이지요~
아들 며느리가 솔직하게 곤란할 때 비빌 데가 있어 참으로 고맙다합니다.
그리 말해주니 다행이다 싶기도 하구요~
두 달이 채 안되었지만 예상보다 다들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가운데엔 물론 예쁜 손주가 있고요~^^ -
작성자요석 작성시간 26.05.13 요즘엔 상상도 안하는
합가를 이루셨군요.
문득
시부모님과 37년을 살던 때가 생각납니다.
왜그리도 철이 없었던지..
후회가 막심입니다만
그래도 다시 하고싶은
마음은 없는것 같습니다..ㅎ
둥실님 가정에서 그려지는 모습은
참으로 따뜻한 풍경입니다..
저도 아이들 데리고
서너달만 그리 살아보고 싶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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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둥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5.13 시부모님과 오랜세월을 같이 하셨군요.
일단 무조건 대단하시고 존경스럽습니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함께 부대끼니 이런 저런 불편이 생기네요~
그저 좋은 일이라 생각하고 잘 지내려 합니다.^^ -
작성자수피 작성시간 26.05.14 진솔하고 아름다운 삶의 이야기에 감동입니다.
선천성 희귀한 지병 있는 울딸내미 건강 때문에 저는 자주 딸집에서 지냈었습니다.
어렵지만 고마운 울사위, 지병 때문인지 늘 날카롭게 날서 있던 딸과의 관계등 둥실님 글을 읽으니 저절로 지난 날의 기억이 떠오릅니다.
둥실님 가족분들 곁에 늘 건강이 함께 하시기를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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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둥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5.14 수피님의 온화한 마음이 전해지는 댓글~감사드립니다.^^
하루 하루 행복한 마음으로 감사히 보내고 있습니다.
날이 갑자기 더워진 것 같습니다. 늘 건강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