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엄마 품에 안겨 듣던 수많은 이야기들이 지금도 내 가슴에 살아 있다. 외할머니가 엄마 집에 다녀가셨는데, 따끈한 밥 한 술 제대로 대접하지 못하고 보내드렸다는 이야기에 항상 눈물이 글썽거렸다. 그리고 이어지던 엄마의 친정 이야기들. 한 번도 뵙지 못한 분들이지만 어떤 분들이었는지 눈에 선할 정도다.
엄마가 들려주던 옛날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착한 구렁이가 천 년을 묵어 용이 되어 승천했다는 이야기, 외할아버지가 장에서 사다 주신 고전소설을 줄줄 외웠다는 이야기. 엄마는 틈만 나면 들려주셨고, 나는 그 이야기를 외울 정도로 듣고 또 들었다.
그렇게 자란 나는 두 딸들이 잘 이해되지 않을 때가 많다. 부모의 삶을 전혀 궁금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부모가 어떻게 자랐는지, 조상들은 어떤 분들이셨는지,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어떤 노후를 보내고 있는지. 궁금해하기는커녕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혈육이라는 관계가 이렇게 냉랭할 수도 있는 걸까.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수박 겉핥기식으로만 알다가 그렇게 헤어지고 마는 것일까.
꿀이장에게 서운한 마음을 털어놓으면 늘 같은 말을 한다.
"저들도 저들 삶 살기 바쁜데 부모에게까지 마음 쓸 여유가 있겠나."
그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그래도 더 나이가 들고, 부모를 떠올리는 시간이 많아졌을 때 문득 아쉬움이 남지 않을까 싶다. 엄마의 진짜 모습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었다는 사실 말이다. 무엇을 좋아했고 무엇을 두려워했는지, 어떤 꿈을 품고 살았는지, 어떤 마음으로 자식을 키웠는지.
다른 것은 다 접어두더라도, 인간 대 인간으로 바라보면 그게 가장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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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베리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6 제 자식들은 제 책도 수박 겉핥기식으로 읽을 것 같아요.
글을 쓰고 댓글을 읽으면서 깨달아지네요.
자식들과 내면의 소통은 쉽지 않을 거라는.
그냥 하루하루 무탈한 삶을 살아가는 것에 더 깊은 바램은 두지 않는 게 맞겠다는 생각요. -
작성자늘 평화 작성시간 26.06.06 이제 제 자식 남편 등 가족생기니 어미챙기는건 치레가 되어가고 긴병에 효자효녀없다는것도 서서히
맞는듯요. 옛이야기뿐 아니라 현재의 부모의 삶도 저들의 삶의 일부가 아닌 생각나면 또는 의례적인 치레로 되어가는듯ㅡ 저도 어쩌면 성인이후 알게모르게 제 부모에게 서운함주고 하느님도 바라보지않고 제 삶에 몰두했던듯 반성이 드네요 -
답댓글 작성자베리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6 결혼 전에는 다른 자식들 보다 다를 듯 살뜰하더니 가족이 생기니 역시나되더군요.
제 바램이 너무 컷음을 반성하면서
시대에 맞춰 운명에 맞춰 순응하며 살아야겠어요.
그래서 인생은 반성의 연속인 듯 합니다. -
작성자정 아 작성시간 26.06.06 자식은 내의지로 낳았고
내 책임으로 키웠지만
자식은 부모한테 그렇지 않아요
그저 잘살아주면
그것만이 최고 효도죠
우리가고 나서야
치열한 삶에서 여유가 생기면
부모마음 헤아리지 못했음을 후회하겠지만
그것도 그들 몫이죠
저는 연락없음 땡큐라 생각하는 어미랍니다 -
답댓글 작성자베리꽃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6 가끔 연락오면 놀랩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요.
부모는 영원한 겁쟁이가 되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