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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안녕하세요

작성자해원|작성시간26.06.07|조회수258 목록 댓글 9

번식기에 든 암컷만 전희가 있던 게 아닌가벼

 

길을 가다가 낯이 아주 설지도 않은 초로의 만신 할매가 

백주의 대낮 로터리 인도 복판에서

절박하게 몸짓을 하길래 걸음을 멈췄지

 

뭐라 씨부리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좌우간 매우 절박한 어조였던 건 분명해

 

하늘과 대거리를 하는 걸 봐서는 하늘과 한 판 하는 것 같았어

하늘에 대고 연신 머리를 조이라는가 싶었는데

느닷없이 제자리뛰기를 반복하는 거여

정신이 하나도 없어

그러다가는 또 조신하게 손을 모으고 조아리고

 

곁엔 채 백근조차 먼 햇돼지 한 마리가 가느다란 가로수에 다리가 묶인 채 땅에 코를 박고 

꿀꿀대고 있었어

애완용 강아지가 젤 좋아하는 게 산책이잖아

돼지도 돈사에 갖혔다가 생애 처음으로 바깥 바람을 쐬니 여북 신기하고 좋았겠어

 

이 할매 드디어는 전희가 끝나 물이 이빠이 올랐나봐

느닷없이 돼지 등을 타고 앉으니 돼지가 놀라 자빠지며 꽤액 목 따는 소릴 질렀지

볼살이 불독처럼 늘어진 아주 노련한 만신 같았어

거 있잖아 격투기 철창 안에서 하는 거

곧 암바라도 걸려나 싶게 돼지를 제압하는 솜씨가 암만해도 동양참피온 정도는 돼 보였다니까

흑돼지였어

태어나 세수 한 번 안 해봤을 그 꼬작지근한 돼지의 목덜미를 물어뜯는거야

워미 저게 대체 뭔 짓이여 싶어서 나 솔직이 되게 놀랐어

태어나 첨 보는 광경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면서도 너무도 흥미로워 그녀가 하는양을 

끝까지 지켜보리라 다짐했어

 

노염더위의 백주 땡볕 아래 참 사람의 짓이란 게 참 여러가지구나싶었지

 

돼지 항정이 사람의 이빨 사이로 들어가는 게 아녀

비계덩이로 탱탱한 그 것이 쉽게 접히는 것도 아녀

육즁한 만신 할매의 제압에 뒷다리만 버지럭대던 돼지는 연신 그야말로 돼지 목 따는 소리만 꽤액 질러댈 뿐

할매 암만해도 밧데리가 과방전이 일어났을 거여

이리저리 물어뜯기를 애 쓰다가 실패하자 벌떡 일어선 만신의 춤은 이제 필사적이 되었고

땀 범벅에 휘번득이는 눈빛은 살기만 가득하여 이미 사람 눈이 아녔어

 

종아리만한 은행나무 가로수가 뽑힐 듯이 흔들렸어

세상 물정 모르고 좋던 돼지가 얼마나 놀라고 극심한 공포에 사로잡혔을까 

한바탕 선거리 무당처럼 디스코와 전통춤을 섞던 무당이 드디어는 돼지 목을 따는데 성공했어

아마 짐작으론 서너번의 시도 끝이었을거야

턱이 바닥에 눌린 채로 돼지는 소릴 지르고 그녀는 입을 약간 돌린 걸 보니 송곳니로 그악스레 

산돼지의 껍질을 물어뜯어 퉤 하고 뱉고 또 물어뜯다보니

어느 순간엔 피가 솟구쳐 할매의 눈으로 얼굴로 가슴으로 낭자해졌어

 

지나는 사람들이 고함을 지르며 도망쳤어

얼마나 시간이 갔을까

나도 정신이 조금 아득해지고 인지가 약간은 혼미해졌나봐

아득하여 마치 진공같은 시간이 흐르고서야 조용해졌지

돼지가 기절했어

다리는 아직도 버르적대고 있는 걸 보면 숨은 붙어 있지 싶었어

할매는 비계를 파내고 속살을 물어뜯어 질겅질겅 씹으며

맹수처럼 포효하듯 하늘을 향해 무어라 중얼댄다

 

무참히 살해 된 어린 돼지는 이제 미동도 없을 때 만신은 분연히 일어나 후희를 즐기기 시작했어

본게임이 만족스러웠나봐

선지가 흐르는 그 괴랄환 얼굴에 만연한 웃음기는 그래도 읽혔어

한동안 하늘과 땅과 온 대지를 향해 뛰다가 조아리기가 잦아들며 후희를 끝냈어

 

이 것이 내가 처음으로 본 '대수대명'이라는 이북굿의 현장이었어

말대로 죽을 운명의 인간을 다른 생명을 죽임으로서 대수를 하고

명다리도 그 죽은 동물의 명을 대신해서 이어간다는 

서슬 퍼런 이북 강신무들의 평이한 제례라고 해

아이 무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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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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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해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7 네 요요 님.
    이북 사람덜이 좀 드세긴 한가봐요?
  • 작성자지존이 | 작성시간 26.06.07 반가워요 혜원씨 자주자주 오셔요
  • 답댓글 작성자해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7 네 안녕하세요 지존이 님.
    모래알같이 많은 식구들 중 저를 유일하게 반겨주시니 백골난망입니다.
  • 작성자운선 | 작성시간 26.06.07 아, 이게 굿 판이었군요 전 또 ㅎㅎ 긴장했어요
    눈이 번쩍 뜨이고 가슴이 서늘했는데 묘사가
    ~~ 리얼 백퍼입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해원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07 남한의 강신무들도 만만한 건 아니지만
    이북굿은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보가 거북한 경우가 종종 있어요.
    작두를 타고 칼 위에 눕는 굿판들이 남한의 강신무들의 굿판입니다.
    하지만 아무나 강신무가 되는 건 아니구요.

    인사드립니다 운선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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