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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이야기

먼 친척

작성자둘째|작성시간26.06.11|조회수282 목록 댓글 21

외갓쪽 먼 친척의 결혼식이다, 
어머니 남동생의 손자 결혼식 - 즉 외숙의 손자다, 
복잡한 촌수로 헤아리면 외종질 오촌 조카쯤 되지만 한 번쯤이라도 얼굴을 본 적이 없는 관계다. 
생전에 어머니는 외숙과의 다툼으로 왕래가 뜸했다. 
외숙의 얼굴을 마지막으로 본때가 오십 년도 훨씬 지난 외할아버지 상중이었으니 그런 이유다. 
그랬으니 외숙의 손자를 알턱이 없다, 
건달인지 직장이 있는지 외숙의 몇째 손자인지 공부를 어디까지 했는지 
그리고 품성은 괜찮은지 더구나 신부 될 사람은 당연히 알 길이 없고. 

외할아버지 돌아가신 후에 알았다.
외숙은 생전에 몰래 외할아버지의 그 많던 전답과 임야를 모두 처분한 뒤였고 
되려 어머니에게 외할버지의 오랜 투병생활의 병원비를 요구했으니 외숙과 연을 끊을 정도로 소원했던 어머니를 이해하지만, 
어머니의 상처가 내 세대까지 그림자를 드리워
그들이 나를 기억하지 못하고 나도 그들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런데 피가 섞였다는 이유 하나로 불려 나오는 자리,
축하하러 가는 길인데 마음은 축하와 가장 먼 곳에 있다.

이런 인간관계에서 나는 언제쯤이나 느긋해질까,
사는 동안 느긋해지기나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어떻게 내 전화번호를 알았을까?. 언짢기만 하다.

고속도로 추월선이 비웠길래  속도를 올리고 오 분여 정도를 달렸다. 
좀처럼 하지않는 과속을 한건 답답하고 그래서 오전 내내 우울했던 뒤엉킨듯한 마음 탓이었을 것이다.
 
순간 운전석 정면과 좌측 A필러가 만나는 하단 지점에 무엇인가 따닥 큰 소리를 내면서 부딪히더니 전면 좌측 하단에 손바닥만 한 구멍이 생겼다. 
저릿한 전율이 온몸을 타고 흘렀고 
머리카락 전부가 곧추서는 듯했다. 
그 찰나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운전대를 놓치지는 않았으니  
비상등을 켜고 간신히 갓길에 멈췄다. 

일 차선에서 운전을 했고 
앞쪽엔 차가 없었으니 
좌측의 건너 차선에서 날아온 돌멩이라는 추측을 했다. 

결혼식에 당연히 참석을 못하게 되었지만 
외숙 연락처를 모르니 불참석을 알리수도 없다. 
결혼식장으로 전화를 걸 수도 있지만 그만두었다. 

오랫동안 집안의 불화가 결혼식 한번 다녀온다고 풀릴 일도 아니고 
어차피 기쁜 마음으로 참석하려는 마음이 아니었으니,
식장에 들어섰다 해도 누가 외숙인지, 누가 신부측인지 알 수 없었을 
서로 얼굴도 모르면서 어색하게 웃으며 악수를 나눴을 그 껄끄러움. 
차라리 사고가 핑계가 되어 다행이라는 솔직한 마음이기도 하다. 

사고 수습이나 깔끔하게 처리를 하는 게 나을 것이다, 
축의금은 자동차 수리비용이 될것이니 경조사 때만 소환되는 이런 관계가 참 잔망스럽고 허망키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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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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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둘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1 (뜬금포 인간관계
    情이라는 정서에 휘말려 쓸 에너지
    수리 단디 )

    하!
    정아님은 언어감각이 탁월해서 말의 리듬을 아는 분입니다
    생각을 언어로 빛어내는 능력이지요,
    기죽어 ~~!!
  • 답댓글 작성자정 아 | 작성시간 26.06.11 둘째 오메 기죽어는 나여라
    그저 나오는대로 투닥 쓰는 댓글인디 참말로
    기죽이지 마셔라 ㅎ
  • 답댓글 작성자둘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1 정 아 ㅎ 그것 봐요
    저는 기죽어 이지만 오메 기죽어는 미쳐 생각도 몬해요 ~~~~~~~~ㅎ
  • 작성자운선 | 작성시간 26.06.11 친척과 거의 연을 끊고 살지요 오히려 이웃과 연대감이 높지요
    주변 지인들과 내 자식 만으로 부족함 없이 살다 갈 겁니다
    형제 자매들은 본인들 요구에 불응하면 무섭게 화를 내고
    당당하게 관계를 끊어 버립니다 단단하지 못한 내가 몇 번
    사과하고 굽혀서 몇년간 억지로 이어 갔지만 그렇게 할 이유를
    못 느끼겠더군요 형제 자매 가까운 사촌들 이젠 끊어진
    관계에 홀가분함을 느낍니다

    그래도 작은 오빠와 둘째 여동생 과는 연을 이어가고 있답니다
    그정도면 되었지요 둘째님 잘 생각하셨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둘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6.12 무심코 늘어놓는 제 이야기가 어떤 분에게는 상처가 돨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문득 했습니다,
    맞아요, 가까운 혈연관계 일수록 자신에게만은 등을 보여줘야 한다고 다구치고 기대에 못미치면 원망을 하지요.
    이제 집집마다 아이들 한둘뿐이니 우리 세대가 지나면 달라지겠지요, 고맙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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