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5학년 6월의 어느 날
서울에서 전학 온 친구는 나와는 모든 게 비교가 되었다
깔끔한 용모 흉내 낼 수 없는 서울 언어 공부까지 잘해
난 그 애 뒤편에서 놀았다
방과 후 더위를 피하려 나무밑에 앉아있을 때
잠자리가 나의 가방에 앉아 그 애의 시선을 끌었다
조금 후 숨소리 죽이며 그 애가 나의 가방에 손을 대자
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내가 메고 다니는 가방은
형이 사용하던 낡은 가방이었기에
그 친구가 단정히 맨 고급스러운 가방을 보며 창피해서였다
방과 후 가방 어깨 끈을 칼로 잘라
어머니에게 너무 오래돼 끊어졌다고 거짓말하였다.
아무 말 안 하신 얼굴에 표정이 없으셨고
다음날 실로 덕지덕지 꿰맨 우스운 가방을 메고 학교로 가야 했다.
며칠 후 어머니를 따라간 시장
필통 연필까지 새것으로 새로 산 가방에 넣어주시니
뛸 듯이 기뻐 엄마의 팔짱을 끼고 돌아올 때
엄마의 차분한 말씀을 그땐 건성으로 들었다.
너에게 공부 잘하란 얘긴 안 한다.
하지만 "가방이 필요하면 사달라 하지 왜 칼로 끊느냐고"
"그 가방은 너 아닌 누군가가 사용할 수 있었던 가방이라고"
그땐 새 가방이 너무 좋아 죄송해요 다신 안 그럴게요라고 말씀드렸지만
어머니의 진심을 왜 몰랐을까.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말씀드린다
엄마! 제 생각이 짧았어요.
다음검색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2 어머니의 깊으신 뜻을 모르고 살았어요
어머니가 대 바늘로 꿰만 어깨 끈이 창피해
안 보이게 손으로 감싸고 다녔다니까요
감사드려요
달 항아리님을 사진으로 나마 볼 수 있어 감사드려요
즐겁고 기쁜 유월 보내시길 바랍니다 -
작성자최바다 작성시간 26.06.23 ㅎㅎ
저두 보자기에 책을 ~~~~~ -
답댓글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3 남학생들은 어깨에
여학생은 허리에 차고 다녔죠
힘들었지만
그시절이 그리워 집니다 -
작성자우정이 작성시간 26.06.23 난 여고 들어갈때도 언니가 3년 입었던 교복을 소매만 꿰매서 입고 다녔던 순둥이.
이 말을 했더니 언니가 미안하다고ㅠ했지만 일곱남매 가르치신 부모님 고맙습니다. -
답댓글 작성자시골바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23 그시절이 그립기도하고
가족들이 고맙죠
언니가. 미안 할 일이 아닌데
일곱 남매를 키우신 부모님이 훌륭하신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