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시작되는 사람과는 먹지 말아야 할 음식
잘 보이고 싶은 사람과도 먹지 말아야 할 음식
몇 가지가 있다.
짜장면, 대게, 매운 찜, 특히 대구뽈찜, 그리고
국물이 벌건 육개장 또 뭐가 있더라,
굳이 사랑하지 않아도 마음에 드는데 말 건넬 수 없는
상대 앞에서 뭘 먹는다는 행위가 고역인 사람이 의외로 많다.
친구 춘옥이와 명태찜 밥집 장사 시절에 갸를 끔찍이 좋아해
가게를 풀방구리 쥐 드나들 듯하던 사내가 있었다.
내가 낮부터 안주 등속 장만하느라 가게 문을 열어 놓으면
첫 손님으로 들어선 사내는 냅다 밥부터 내놓으라 성화를 댄다.
“아저씨 기다렸다가 춘옥이 오면 같이 자시오” 할라치면
“아‘ 아’ 안 돼요, 사장님 춘옥씨 오기 전에 얼릉 먹어야
돼요,”
춘옥이는 사내에게 눈길도 주지 않는데 저혼자 좋아서
그 앞에서 술 외에는 밥도 찌개도 못 먹는 것이다.
그 가여운 사랑을 아는 내가 매운탕에 수북하게 밥 한 사발
차려 내주면 사내는 허발을 하며 퍼 넣는다.
그러다 춘옥이 올 시간이면 잠깐 어딜 가서 깔끔하게 단장을
한 뒤 음식 따위에 연연하지 않을 젠틀?한 태도와 말씨로
의자에 앉아 술 한 잔 시키는 것이다.
도도한 그녀,
강아지 한 마리 데리고 50이 되도록 혼자 고고하게
늙어가던 옷가게 사장 해자씨, 맑고 높은 목소리엔
자신감과 교만함으로 찰랑거리던 그녀,
그녀 인생 플랜에는 돈과 허세 못난 인간들에 대한
우월감을 감춘 가증스런 조언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런 그녀가 사랑에 빠졌고 두 눈이 멀었고 양 귀가
막혔다. (그 후, 그녀는 이 사랑으로 많은 걸 잃었다)
60을 바라보는 해사한 남자에게
속절없이 쩔쩔매던 그녀
어느 날 남자와 내 가게에서 밥을 먹던 그녀의
긴장한 붉은 얼굴, 초겨울인데도 땀을 흘리며
서툰 젓가락질하던 모습을 주방에서 내다보는데
신기하게만 보였다.
평소 되바라진 소리와 행동으로 밉게 봤는데
사랑이란 물질은 성난 몽둥이도 갈대같이
휘청이게 만드는 묘한 물질이라더니 그녀는
사랑으로 천상 여자임을 증명해줬다.
사랑이란 약발이 잘 받을 때
같이 먹으면 안 되는 음식
대구뽈찜이란 음식은 점잖고 우아하게 먹을 수 없다.
어른 손바닥보다 큰 대구 머리에 온갖 양념을 뿌려
푹 익혀 먹는데 두 손과 입 하나를 반드시 동원해야
제대로 먹었다 하는 음식이다
대구 아가미 뜯어 손에 들고 푹 배어든 양념 쪽쪽 빨고
고기 쏙쏙 빼서 씹고 입 주변과 열 손가락에 붉은 양념
칠갑한 채, 맛있으니까 본인은 거추장스럽지 않은데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절대 못 하는 사람들 많다.
그래서 찜 요리를 먹으러 오는 손님 대부분은
허물없는 친구거나 묵은지 내 나는 부부, 아니면
사랑의 물질이 녹아 삭막해진 그저 생리 욕구 중
헝그리 정신만 강하게 남은 남녀이거나다
너나없이 못난 사람들끼리 만나 자식 낳아서 지지고
볶으며 사는 허술한 부부 모임들도 붉은 양념에
머리 조아려 물고 빨고 핥으며 진미를 제대로 즐기는
손님들이다.
육개장에 관한 이야기 하나,
추위가 심하던 그 날 점심으로 육개장을 시켰는데
함께 동석한 그 남자 평소 호남형의 인상에 맥없이
살쿵실쿵 가슴 뛰게 하던 적도 있었기에 그날의
점심이 뜻깊게 여겨지던 날
육개장과 만두를 시켜서 먹고 밖으로 나오니
바람이 세차게 불어 햇살도 얼어 버릴 정도였다.
“우리 어디 가서 차 한 잔? 라는 말과 함께
올려다본 남자의 양 입술 가에는 붉은 육개장
국물 자국이 흉하게 번져 있었다.
붉은 기름기 흥건하던 육개장을 훌훌 떠먹던 남자가
냅킨으로 닦는다고 닦았지만 추운 날씨에 기름기 밴
붉은 기가 그대로 추위에 굳은 모양이다.
그날 육개장 붉은 흔적을 묻힌 남자의 모습은
진짜 별로였다. 웬지 지저분하고 허랑한 뭔가
풀어진, 그냥 그런 남자라는 인상 아, 그넘의
육개장 왜 날씨는 그렇게 추워서는
.
먹는다는 단순한 것에 많은 의미 부여가 있다. 그리고
사람은 먹을 때 가장 편안해야 하고 편하게 잘 먹으려고
죽어라 일해서 돈을 버는 것이다.
그런데 왜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그 편함을 안 보이려 하고
보여야 할 때면 곱게 아주 편치 않게 먹어야 하는지
사랑하고 사랑했고 죽을 만큼 좋아하는데 배고파서 허겁지겁 입에다
음식물 우물거리는 모습이 아름답지 않다는 걸 아는 것이다.
입은 불룩하고 눈은 퉁방울이 되고 입가와 입술에 음식물이 묻어 나는
단정과는 거리가 먼 ...
인간의 고결한 정신력도 배부른 상태에서 나오는 거다
굶주림에 피골이 상접한 육체에서 무슨 고결한 정신력이
생성되겠는가,
배부른 이 시대에 이런 글을 올리는 나도 어지간히
배가 불렀다는 뜻이다.
짜장면 한 그릇 청혼에 홀랑 넘어가 어린 나이에
시집갔다는 여인이 있는가 하면
바지락 칼국수 한 그릇 사 먹이고 품은 여자들 숫자 자랑하던
비열한 난봉꾼도 봤지만 먹이고 욕구 채우는 것들은 그나마
밑바닥 인성의 도리까진 하는 거다.
침도 안 바르고 홀랑 벗겨 먹고 금전적 손해 입히는
생도둑들도 얼마나 많은가 말이다.
사랑하는 남자 앞에서 조신하고 싶고 단아하고 싶고
마음속 깊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 남자답고 싶고
젠틀하고 싶고,
그래서 편안하게 음식을 못 먹는
사랑스런 연인들 사랑의 모습들 ...
가슴 뛰던 절실함,
절박한 열망의 날들
허기조차 뛰어넘게 하는
사랑의 조신함 애절함이라니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운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7.03 제 뱃속에 기름기로 몽글 거리는 거 같아요
이젠 누굴 만나도 먹는 거엔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좋은 대화를 얼마나 나눌까 하는 것만 생각합니다
밥은 요식 행위라 치부하는 저가 진정 배에 기름기
가득 찼나 봅니다 하지만 상대방이 맛있게 먹는 거
쳐다 보는 건 기쁨이지요 그러니 어서 오시요 정미씨! -
작성자곡즉전 작성시간 26.07.05 호색은 남지소욕이지만
호식은 인지소욕입니다.
저같은 경우는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진 입을 닦지 않습니다.
식사가 끝나고서야 입을 훔칩니다.
저는 입안의 씹는 음식은 되고
입가에 붙은 음식은 안된다는 그런 거에 연연하지 않습니다.
나이 스물 다 되도록 하도 못 먹고 살아 음식이 코로 들어오는지 입으로 들어오는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하물며 입가에 붙은 것 쯤이야...! ㅎㅎㅎ -
답댓글 작성자운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7.05 아이쿠! 귀한 걸음 하셨습니다 요즘 건강 어떠신지 걱정했습니다 이렇게 뵈니 너무 반갑습니다 쪽지를 보낼까 했는데 ... 곡즉전님 건강 잘 지키셔서 항상 저희와 함께 하였으면 합니다 꼭 빌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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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수피 작성시간 26.07.06 사랑의 장애물 식욕
울운선님 글에 100% 공감하며 추천하고 갑니다. ^^* -
답댓글 작성자운선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7.06 ㅎㅎ 저도 울 수피님 생각하시는 모든 일들 100%로 옳다고 믿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