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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수상

뽕나무에 대한 단상

작성자아녜스|작성시간23.06.11|조회수267 목록 댓글 28

June gloom  , 6월의 신랑 

 

이맘때  캘리포니아의 날씨를 그렇게 말한다.

늦은 봄과 초 여름 오전은 해가 나지 않고

오후에 해가  보이는 그런 날을 

왜 하필 6월의 신랑에다 비유를 했을까?

 

올해는 오후까지 흐린 날이 계속 이어지고

이 계절에는 전혀 볼수 없는 비가

간간이 내리니 날씨가 좀 이상해졌다.

지구상의 곳곳에 일어나는 이상기후인가 싶어 

미래가 걱정스럽다.

 

친구들과 운동하러 갔다가 앞팀의 너무 늦은 

플레이로 계속 기다려야 했다.

그늘을 찾을 정도로 더운 날씨는 아니었지만

나무 밑으로 갔다.

그 나무는 뽕나무였다.

이파리 하나 떼어내 반으로 갈라서 

코 끝에 대고 냄새를 맡아보았다.

 

낯설지 않은 그 녹색 향에서 

내 어린 시절  추억이  떠 올랐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른다.

아마도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였는지

우리 집은  누에를 키웠다.

봄   그리고 가을  일 년에 두 번씩 

봄 누에를  춘잠 가을누에를  추잠이라 했다.

 

나는 엄마를 도와 뽕잎 따는 일을 해야만 했다.

우리 집에서 같이 살며 쌍둥이처럼 어린시절을 보낸

한 살 어린 사촌동생 미영이는  나중에 크면

누에 키우는 집으로 시집 안 간다고 했단다.

나는  그말을 들은 기억이 없는것 같은데 

사촌이랑 그 시절을 이야기할 때 그 말을

자기가  했다고 한다 .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어릴때부터 식물들과

놀기를 좋아해 뽕잎따는 일을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았다.

 

알에서 깨어난 꼬물꼬물 한 누에는  사각사각

뽕잎을 잘도 먹었다.

병든 뽕잎을 먹여서도 안 되고 

농약을 친 뽕잎을 먹여서도 안 되고

물기가 묻은  뽕잎을 먹여서도 안 된다 했다.

 

어느 날 우리 집에 놀러 왔던  친구가 

누에가 징그럽다고 그랬다.

왜 그랬는지 조금은 부끄러운 생각도 들면서

그 애가 미웠다.

 

무럭무럭 자라는 누에는  아기 손가락만큼 자라고

몸체가 말갛게  되면 층층이 칸을 만들어

누에를  옮겨 주었다.

뽕잎을 그만 먹고 누에들은 그곳에서

집을 지었다.

제 몸에서 만든 실로  제 몸을 가두는 하얀 집을

짓는 누에를 보면 참 신기했다.

 

단단히 집이 지어지면  그것을 엄마와 함께 

선별했다.

깨끗하고  단단하고    큰 것과

그렇지 못한 것으로 고를 때  엄마에게

너무 많은 질문을  했다.

그 경계를  어렸던 내가 결정하기가

애매모호했던 탓이었을 것이다.

 

읍내에 가져간 날 (수매?) 집에 돌아오신

부모님을 목이 빠지게 기다렸다가 

몇 등 맞았냐고 물어봤다.

특등이라고 하면 좋은 것인 줄 알았고 

일등도  괜찮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엄마는  늘 우리가 도와줘서  품질이 좋았다고

말해줬지만 엄마의 정성이었을 것이다.

 

그런 날은 

고기도 먹을 수 있었고

번데기도 먹을 수 있었다.

용돈도 받았다.

 

봄, 가을누에고치를  내다 팔았을 즈음이면

학교  등록금을 낼 때였었다.

우리는 늘 제 때  늦지 않게 돈을 낼 수 있어서 

가난한  티가 나지 않았다.

 

누에의 실이 비단을 만들어 내고

누에가  번데기를  남긴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누에 안 키우는 집으로 시집을 간다고 했던 

나의 사촌의  그 꿈은 이루어졌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번데기를  못 먹는다.

 

재작년 4월에는  테메큘라에 있는 꽃동네에 가서

수녀님들이  뽕나무 잎으로 만든  나물을 

처음 먹어 봤다.

그때  여린 뽕나무 잎을 많이 따는 일을 하고  왔는데

누군가는 우리처럼 수녀님이 만들어 주신

 뽕나무 잎 나물을 맛있게  먹었을 것이다.

뽕나무는 여러모로 쓸모 있는  나무다 .

 

잠시 뽕나무 아래에서

뽕나무 이파리의 향기를 맡으며

지난 시절을 떠 올려 봤다.

 

참 보고 싶다.

나의 부모님.

 

다시 돌아가고 싶다 

나의 고향

나의  어린 시절로.

 

너무나 그리워 눈물이 핑  돌아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6월의 오전은 흐렸다가 

오후는 햇빛이 눈부시게 찬란해야 하는데

오늘은 하루종일 흐린 날씨다.

6월의 신랑이 이런 얼굴인가 보다.

 

나이스 샷을  기대하며 

나는 뽕나무 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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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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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아녜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6.13 가끔은 까막히 잊고 있던 일들이
    머리속에 떠 오를때가 있지요 .

    나무랑님이 쓰신 엄마 이야기 읽었습니다 .
    한참을 머무르다 답글도 못 썼지요 .

    나무랑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
  • 삭제된 댓글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아녜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6.13 저도 누에의 일생을 다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

    저 위에 어느분의 댓글을 읽고
    아~ 누에가 잠을 자기도 했지 ~
    기억이 났답니다 .

    이제 나이를 먹으니 어린시절의 놀이를
    다시 하고 싶은지 뜰에 무엇을 자꾸 심네요 .

    고맙습니다 . 구봉님 ~
    봉다리 커피를 보면 구봉님 생각이 난다는것 ㅎㅎㅎ
  • 작성자돌비 | 작성시간 23.06.13 가슴에 울림이 여운으로 남는 글 잘 읽었습니다

    유년 시절 외가에서 누에를 키웠는데
    그 시절이 생각났습니다
    그분들이 생각났습니다
    보고싶고 뵙고 싶은 그분들...
    다시 가보고싶은...

    누에소리 뽕나무 그리고 오디
    누에고치 명주실 그리고 번데기

    좋은 추억을 소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답댓글 작성자아녜스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3.06.13 오랜만에 뵙습니다 돌비님

    저뿐만 아니고 많은 분들이
    뽕나무 그리고 누에를 잘 알고 계시는군요.
    돌비님께서도요 .

    함께 공감 될수 있었다니
    저는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

    감사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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