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어느 봄 날, 71세인 나의 언니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있다는 연락이 왔다. 언니의 하나 뿐인 아들은 미국에서 살기에 조카가 올 때까지 내가 뛰어 다녔으나 직계가 아닌 탓으로 우왕좌왕 뿐이었다. 언니와 둘이 살던 형부는 몇 년 전부터 치매가 진행되고 있었기에 아무리 여쭤봐도 언니가 어떤 상황에서 쓰러졌는지 어떻게 구급차는 불렀는지 아직도 오리무중이다.
그렇게 인사불성이 된 언니는 뇌수술을 한 차례 받고 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 코로나 와중이라 면회도 못가고 항생제를 투여해도 되겠느냐는 두어 번의 전화가 오더니 7개월 만에 언니는 떠났다. 형부는 뭔가 주변의 상황이 혼란스러우신지 치매가 급격히 심해 지셨다. 언니의 아들과 며느리는 미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으므로 돌아가야 했다. 형부는 요양원으로 보내졌고 내가 자주 찿아 뵙겠다며 떠나는 조카의 발걸음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해 주었다.
그리고 이제 형부의 전두엽에는 화상통화를 자주하는 아들과 처제인 내 얼굴만이 저장되어 있다. 요양원에 갇혀 계시니 얼마나 답답하실까 하여 가끔 외출 신청을 하여 식사를 대접한다. 형부 생선 드실래요? 고기 드실래요? 아무거나 좋아. 고기 먹을까요? 약간 머뭇하시며 "아무래도 고기가 낫지" 솔직한 대답을 대화의 마지노 선까지 보류하는 전형적인 충청도 화법은 치매의 와중에도 변치 않으신 것이 신기했다. 식사 후, 놀이터에 앉아 형부의 기억회로를 다시 확인하고 싶어졌다. 형부, 언니 어디 있어요? 몰라 요즘 안 보이네. 언니 죽었잖아요. 깜짝 놀라시며, 근데 왜 나에게 말하지 않았어. 형부도 언니 장례식장에 가셨잖아요. 그래? 형부의 눈동자는 순간 혼란스럽더니 이내 곧, 텅 비어 미끄럼 타는 아기를 보고 귀엽다고 웃으셨고, 보도블럭 사이에 핀 작은 꽃을 보고 예쁘다 하셨고,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벤츠를 보고 좋은 차라며 주의깊게 꼼꼼히 둘러 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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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착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12.22 ㅎㅎㅎ 그것도 좋으네요 지연님. 그런데 제가 꼭 착하지는 않아서 그 뜻은 사용하지 못하고, 착한사람 코스프레로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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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아녜스 작성시간 23.12.22 글이 슬퍼요 .
오늘 함께 했던 교우의 연도에 갔다왔고
내일은 장례미사에 가요 .
형부의 텅빈 눈동자에 아름다운것만
채워졌으면 좋겠습니다 . -
답댓글 작성자착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12.22 건강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아네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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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필담 작성시간 23.12.22 나이 들어갈수록
말로만 듣던 이야기들이
점점 우리들 곁으로 다가오는듯 합니다
어쩔수 없는 일....
앞으로 얼마를 살든 건강해야 될 일 입니다 -
답댓글 작성자착코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3.12.22 그러게요. 지금 막 크리스마스 케익을 형부께 드리고 왔는데 정말 순간순간 만 기억하고 사시네요. 필담님의 건강을 기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