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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수상

외삼촌

작성자해솔정|작성시간24.02.04|조회수264 목록 댓글 36

외삼촌이 또 사라지신 모양이다

시골 집터랑 논밭 전지를 매물로 내놓으시곤 

연락이 안된다고 부동산업을 하는 동창이 전화

했었다.

별 기대없이 외숙모한테 전화해 봤더니 

모른다면서 죽어야 그 병을 고칠랑가 ..

가시가 잔뜩박힌 한마디를 툭 던졌다.

 

마도로스로 평생을 바다에서 보내고 

배에서 내린후 삼촌의 방랑은 시작됐다

전국의 사찰을 유람하며 반 스님처럼 사신지

오래다

청년시절의 삼촌을 생각하면 도저히 이해가

안된다.

 

내가 외가에서 초등학교를 다닐때 삼촌은

군대서 제대하고 고향집으로 돌아왔다

새카맣게 그을린 얼굴로 나를보고 씩 웃으며

마이컸네 ..하시며.

 

삼촌은 곧 청춘 사업에 열 올렸다

새농민이나 선데이서울 같은 잡지에서

골라내고 뽑아내서 전깃불도 안들어오던 시절

지름 딸는다는 외할머니 구박을 받아가며 여러

여자들과 편지질을 했다.

 

자기가 쓴 편지에 스스로 도취해서 나한테

연극배우 처럼 잔뜩 폼잡고 읽어주곤 어떠노..

개안체 ? 해서 외할머니가 한방 날리셨다

ㅈㄹ 용천한다 ^^

 

어느날 삼촌이 써놓은 편지를 몰래 훔쳐봤더니

철자법이 틀린게 있어 모른척 하려다가 의리가

발동해서 지적 했더니 그담부턴 꼭 나한테 검열을

받았다 ^^

 

편지들을 ㄷㄱ로 ㅇㄷ으로 ㅇㅅ으로 띄워놓곤

애타게 답장을 기다렸다

집에 가만 있어도 우체부가 알아서 갖다 줄건데

나더러 학교에서 오는길에 우체국에 들렀다 오라고 

채근을 했다.

 

가끔은 갖은멋을 부리고 만나러 가기도 했는데

돌아와서

목록에서 지워지는 여자도 있고 더 열올리는 

여자도 있었다 .

 

어느날  한 여자가 외가로 삼촌을 찾아왔다

양재사라는 얌전하게 생긴 여잔데 한쪽 다리를

살짝절어 할머니 눈밖에 나서 아웃 당했다.

 

그후 삼촌은 청춘 사업에서 손떼고 농사일을

거들며 조신하게 지냈는데 뒷뜰 감나무밑 평상에

드러누워 휘파람을 부는 모습이 쓸쓸해 보이기도

했다

 

내가 육학년이 됐을때 삼촌은 외항선을 타기위해 

외가를 떠났다 

공부 열심히 해라.. 할매말 잘 듣고..하시며

내눈에 눈물을 빼놓고 떠났다 

삼촌이 없는 외가에서 생활은 더없이 쓸쓸했다 .

 

오래전 충청도 한 사찰로 삼촌을 보러간적 있다 

절 마당에서 목을 축이고 있는데 삼촌이 나타났다

승복 비슷한 차림으로 휘청휘청 걸어오시는데 

나는 내눈을 의심했다 .

 

저 양반이 우리 삼촌인가..

청년시절 매일 외가 뒷뜰에서 아령과 역기로 

단련해온 다부지고 탄탄하고 건장하던 몸이

형편없이 말라 있었고 혈과 기가 다 빠져나간듯 

허허로운 모습이었다.

왔나... 삼촌은 웃는데 나는 눈물이 났었다

 

팔순을 넘기고도 삼촌은 그 어디에도

안주하지 못하시는것 같다

그 무엇이 삼촌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정녕 삼촌이  원하는건 무엇인지..

나는 도무지 알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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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댓글 리스트
  • 답댓글 작성자해솔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2.06 그런일이요..
    그 당시에 그돈이면 어마어마한
    금액인데 많이 속상 하셨겠어요
    갚을 형편이 안되서 안줄까요
    아예 안갚을라고 작정하신 걸까요
    속상한 기억을 떠올리게 해드려
    죄송하네요 ^^
  • 작성자앵커리지 | 작성시간 24.02.06 아마도 그 분의 전생의 업을 푸는 중일 겝니다.
    그 허함을 조절해 가며 여행으로 산으로 풀었으면 좋았겠지만, 외항선을 탔으니 고착이 됐겠지요.

    하고 싶은 것 하며 사셨으니 지켜보는 수밖에요.
  • 답댓글 작성자해솔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2.06 삼촌이 배타실때 인도에서
    어떤 스님하고 같이찍은 사진이
    있더랍니다
    그때 불교의 영향을 받은것 같다고들
    하던데 한군데 뿌리를 못 내리시니
    말씀처럼 전생의 업보인가 합니다

    늘 고맙습니다 좋은날 되셔요 ^^

  • 작성자제라 | 작성시간 24.02.07 드라마로 엮어도 좋을만큼
    드라마틱한 사연이인데
    가족들은 많이 안타까울 것 같습니다.

    한 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마음의 갈피를 못 잡으시는 외삼촌의
    내면세계는 외삼촌만이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저는
    해솔정님이 왜 외갓집에서
    크셨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 작성자해솔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4.02.07 외가에서 큰건 아니고
    초등 5학년때 가서 졸업할때 까지
    살다가 왔어요 가정사로..
    필 받으면 그 얘기 할지도 몰라요 ㅎ

    제라님 요즘 잘 안보이셔 궁금 했어요
    명절 다가오니 바쁘시지요
    저도 모레 아들네가 온다해서 대청소
    했어요
    자식도 손님 같아서 이것저것 신경이
    쓰이네요 명절 잘 쇠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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