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나의 관계는 산골에서 모두가 궁핍하게 살던 어린시절에 설정되었다.
개는 마당에서 키우는 것이었고 사람이 먹다 남긴 음식들을 먹는 동물이었다.
오죽하면 선조들께서 초저녁에 뜨는 금성을 '개밥바라기 별' 이라 했을까.
사람들이 저녁밥을 먹고 난 다음, 마당에 있던 개가 목을 빼고 밥을 기다리는
시간에 뜨는 별이란 뜻이다. 그 절묘한 표현이라니.
개나 사람이나 먹는 게 형편없던 시절이었지만 자유로웠다.
개들은 자유롭게 뛰어 놀다 교미를 하고 새끼를 낳았으며 때로는 쥐약 먹고
죽은 쥐를 먹었다가 눈에 광기를 뿜으며 마루 밑에서 죽어갔다.
마루 밑에서 개를 끌어낸 어른들이 억지로 개 입에 동치미 국물을 부어 넣어
살리려 했지만 대개가 죽고 더러는 살아남았다.
더운 여름이 되면 농사일에 지친 어른들은 키우던 개를 다리로 끌고 갔다.
운명을 눈치챈 개가 아무리 발버등을 쳐도 소용이 없었으며, 끌려간 개들은
목줄에 매인 채 다리 아래로 떠밀려 몸부림을 치다 죽어갔다.
동네에서 사나운 심성을 가진 어른들은 죽어가는 개를 몽둥이로 두들겼다.
그래야 고기가 맛이 있다는 말을 들었으나 아직 그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
어려서 본 그 광경 탓에 나는 개고기를 먹지 않았다.
개를 사랑해서도 아니고 개고기를 먹는 사람을 싫어해서 그런 것도 아니다.
그냥 어린시절에 본 광경 때문에 전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는 얘기다.
요즘 애견 문화가 들불처럼 번졌다.
반려견이니 하며 개를 아끼는 것이야 뭐라 할 수 없지만 개를 상전 받들 듯
하는 문화는 마뜩치 않다. 개모차(?)에 태우고 다니며 먹이와 물을 먹이면서
어린아이 키우듯 떠받들거나 자식인 양 대하는 이들을 이해할 수 없다.
특히 개의 생일이라며 소고기를 먹이는 사진들을 볼 때면 그들이 소의 눈을
한 번이라도 보았는지 묻고 싶다. 커다랗고 순해빠진 그 동물의 눈 말이다.
애견문화 좋다.
그렇지만 적당히 했으면 좋겠다.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꼰대인가.
2024.04.25
앵커리지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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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앵커리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4.26 누기 옳고 그른 건 아닌 문제지요.
지나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그 지나침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요. -
작성자나무랑 작성시간 24.04.26 있잖아요 앵커리지 님 꼰대 맞아요ㅠㅠ.
(농담이구요)
근데말예요 저도 댕댕이를 키우진 않아요.
딸아이가 댕댕이 키우고 싶어했는데
털 날리고 냄새 난다고 절대 안 된다고해서 키우고 싶어 애만 태우다 결혼해서 제 곁을
떠났는데요.
그래도 댕댕이가 예쁘긴하지만,안 키운건 잘 한 일이라는데는 변함이 없어요.
과유불급 이라구요.
뭐든 적당히가 좋은데요.
하다보면 인간이기에 과유불급이 안되나봐요. -
답댓글 작성자앵커리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4.26 꼰대 인정합니다 ㅋㅋ
저는 애견 문화 인정하고 그걸 키우는 이들을
이해해요. 다만 지나치지 않았으면 하는데,
사람이니 그 기준이 다르다는 게 문제지요. -
작성자플로라 작성시간 24.04.26 어제 넷플릭스에서 본 영화가 생각나네요.
남편은 세상을 떠나고 자식도 멀리 사는
노년의 여주인공이
함께 나이 들어가던 반려견을 떠나 보내는 장면에 울컥했어요.
애견 영화는 아니고
저도 강아지를 키운 적이 없지만
감정 이입이 되더군요.
글 쓰신 의도와는 비껴가지만
애견에 관한 이야기라 떠올랐어요.
뭐든 지나쳐서 남을 불편하게 하면 안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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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댓글 작성자앵커리지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4.04.26 실은 저도 어린 시절에 개와 뒹굴며 자랐고
글에 쓴 것처럼 개에 대한 아픈 광경을 보고
많이 아파하기도 했어요.
그래도 최근 애견문화는 지나치지 않은가
하는 생각에 써 본 글입니다.
엄청나게 유기되는 개들을 보면, 지나치지
않음이 결국 개나 인간에게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옛날 마당에서 키우던 개가 팔려갈 땐 시골
아이들도 울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