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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수상

결혼 행진곡

작성자해솔정.|작성시간25.04.07|조회수106 목록 댓글 14

어제 동네 공원에서 야외촬영 하는

예비 부부를 봤어요.

다소 쌀쌀한 날씨임에도 하늘하늘한

드레스를 입고 갖가지 포즈를 취하며

행복해 하는 신부를 보니 미소가 절로

지어졌어요.

 

저는 1978년 딱 이맘때.남편한테 청혼을 받고

우여곡절 끝에 결혼해서 지금까지 동고동락 하고

있어요.

참 징하게도 오래 살았지요 ^^

 

근데..

우리부부 결혼 배경에는 돌아가신 엄마와

저만 아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어요.

엄마가 무덤속까지 비밀로 하랬는데 발동이 걸려

발설하오니 그냥 재미삼아 읽어주셔요^^

 

남편과 나는 모 처 에서 한번 부딪힌후

우연히 한 동네 주민으로 재회했다.

나는 기억을 못했는데 남편이 먼저 알아보고

꾸뻑 아는척 했다.

 

첨엔 서로 소 닭보듯이 하다가 몇번의 스침으로

서서히 남편눈에 콩깍지가 씌여 청혼을 받았는데..

나는 좋지도 싫지도 않은 어벙벙한 상태 였다가

엄마의 반대로 현실을 자각했다.

 

단촐해도 너무 단촐한 친정에 비해 시댁은 

대식구고. 당시 남편은 군대서 제대한 직후라

직장도 없어 엄마의 반대는 당연했다.

그렇지만..

시댁과의 안면을 생각해서 박절하게 못하고

좋은말로 구슬렸는데 막가파 남편한테^^ 안통했다.

 

혼자 안되니까 자기엄마. 누나까지 동원해서

엄마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서로 밀당을 거듭하면서 엄마는 이사할 생각까지

했는데..

어느날밤. 남편이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잔뜩 마시고 우리집에 들이닥쳐 엄마앞에

무릎을 척 꿇고는 비장하게 그랬다.

 

마지막으로  한번 더 말씀 드립니다

끝까지 반대를 하신다면 좋습니다.

깨끗이 포기하고 저는 이땅을 떠나겠습니다.

 

아랫목에 홑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워있던

나는 심상치않은 그 말에 불길한 예감을 느꼈지만

결혼은 이렇게 하는게 아니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그 기세에 눌린 엄마가 허락 할까바 얼른 엄마의

옆구리를 찔렀는데 그걸 잘못 알아챈  엄마가 

체념하듯 나를 돌아보며 그러셨다.

나중에라도 사니 못사니 하면서 내 원망은 하지마라.

 

곧이어 남편은 이마를 방바닥에 찧어대며 

고맙습니다.

아무거시를 평생 행복하게 해주겠습니다 .

하는 바람에 나는 번복할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가만 있었으면 내가 다알아서 할건데..후에 엄마의말 )

 

그리하여..

남편은 그 불도저 같은 성격으로 밀어붙여 

날짜도 예식장도 자기가 다 잡아서 한여름에

동네 예식장에서 땀 삐질삐질 흘리며 결혼식을 

치렀다.

 

후에 남편한테 슬쩍 물어 봤었다.

그때 나랑 결혼 못하면  죽을라 했나?

ㅁㅊ나..  내가 죽기는 와 죽노? 요르단에

갈라했지..

 

그러면서.. 모타리는 조막만한게 까칠하게 

생겨갖고 평생 데려갈 사람이 없을것 같아

자기가 구제해 줬다고 오리발 힘차게 내밀어서

통탄 했지만 이미 때는 늦더라는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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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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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해솔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4.07 자기말 한줄도 모르고
    룰루랄라 ~하면서 나갔어요.ㅎ

    그때는 결혼안한 누나 .형까지 있던터라
    몇개월 시집살이 하는동안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보다못한 엄마가 도와줘서
    분가를 일찍했죠
    곗돈타는 날만 손꼽아 기다리다가 ㅎㅎ
  • 작성자이베리아 | 작성시간 25.04.07 ㅎㅎㅎ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남편 분께서 해솔정 님을 향한
    일편단심이 통했던가 봅니다.
    결혼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누구에게나 다있지만
    해솔정 님의 결혼식 스토리는
    특별하게 다가오네요.
  • 답댓글 작성자해솔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4.07 오래만에 뵙네요.잘 지내시죠?
    열번찍어 안넘어갈 나무 없다는걸
    행동으로 보여준 사람이지요 ㅎㅎ
  • 작성자가을이오면 | 작성시간 25.04.07 ㅎㅎ
    결혼 잘하신걸로 일단 파악됩니다.

    78년 결혼이라해서
    대선배님인줄알고 조회해 보니..이런~~ 저하고 갑장이군요.
    그래도 결혼은 8년 선배니 대선배님 맞습니다..ㅎ
  • 답댓글 작성자해솔정.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5.04.07 저렇게 결혼 했다보니
    제가 좀 빠른편이죠 ㅎ
    갑장이신 가을님..
    수필방에서 뵈니 감회가 새롭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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