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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수상

다시 유령마을

작성자마음자리|작성시간26.05.05|조회수252 목록 댓글 13

이번엔 시간에 쫓겨서 멈춘 것이 아니었다.
다분히 의도적으로, 지난주의 못다 푼 호기심을
풀기 위해 점심 브레이크(운행 8시간 이내에
한 번에 30분 이상을 쉬어야 하는 규정)에 맞추어
주유소 옆 공터에 새벽이를 세웠다.
분위기가 음산해 가까이 가지 못했던 폐주유소를
낮 환한 기운을 믿고 두리번 살폈다.

이 폐주유소에 그려진 낙서(그라피티)는 주류사회에
대한 반항과 자기표현의 수단이었던 슬럼가의
그라피티와 동일한 방식인데, 검색해 보니 지금은
전 세계 그라피티 아티트들이 성지순례하듯 들러
흔적을 남기는 독특한 야외 갤러리 같은 공간이
되었다고 한다.
예술을 보는 눈이 얕아도 너무 얕은 내 눈에는
그저 좀 지저분하고 으스스해 보이기만 하는데...

흙먼지가 폴폴 날리는 황야길 따라 걷다 보니
지난주에 본 아파치 무덤 동굴 위의 허물어진
기념품 가게가 보인다.
한번 본 곳이라 흥미가 떨어지기도 했지만
점심 휴식시간을 이용한 탐방이라 걸음을 아꼈다.

비포장 흙길을 조금 더 걸어내려가니 저 건물,
간판과 건물 뼈대만 조금 남은
Mountain Lions Zoo (마운틴 라이언 동물원)이
나왔다.
이 동물원에는 1920년 당시, 우리가 퓨마로
알고 있는, 이곳에선 마운틴 라이언 또는 쿠거라
부르던 산사자와 애리조나 독사, 길라 몬스터라
불리는 독도마뱀등을 실제로 전시했다고 한다.

12살의 어린이날, 동물원이 있던 대구 달성공원을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국민학생 무료입장이란 소문을 듣고 동네 아이들과
몇날며칠 코끼리와 사자 호랑이 원숭이... 볼 꿈을
꾸며 기다렸다가 아이들 걸음으로 한 시간 거리인
그곳으로 뛸 듯이 달려갔더니 공원문을 지키고
있던 거인 아저씨, 소문으로만 들었던 그 거인
아저씨 입에서 나온 청천벽력.
"부모와 함께 온 아이들만 공짜."
풀 죽어 돌아오던 어린 우리들이 떠올랐다.

그곳은 오십여 년 세월 동안 더 잘 꾸며졌겠지만,
여기 산사자 동물원은 다 허물어졌고 백 년 전
아이들의 웃음소리만 스쳐가는 바람 따라 맴돌고 있다.

동물원 폐허 뒤로 백 년 된 다리, 디아블로 캐년
다리가 보이고 그 옆에 또 다른 허물어진 건물이
보였다. 저 멀리에 허물어진 기념품 가게까지..

디아블로 캐년 다리에도 낙서들은 이어졌고,
그 다리를 건너 내 호기심을 자극하던 폐건물
앞에 섰다.

이곳은 캐년 롯지, 백 년 전 여행객들의 숙소와
거래소였던 곳으로 우체국도 있었다 하니 그 당시
규모로는 제법 큰 시설이었을 것이다.
디아블로 캐년을 배경으로 둔 롯지를 가득 채우던
사람들의 열기는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한 세기의 시간은 허물어진 잔해로 남았고,
허물어진 벽들 사이로 협곡을 지나다 들린
바람이 내 모자를 날릴 듯 회오리를 만든다.

'기분이 왜 이렇지?'
뭔가를 잃은 듯
뭔가를 뺏긴 듯
호기심은 어느 정도 풀었지만
새벽이에게로 돌아가는 길,
뭔지 모를 찜찜한 기분이 남았다.

정리되지 않는 상념들도 남았다.
세월... 인생... 남김... 허무... 집착...

그 기분으로 걷다가 저 꽃무리들을 만났다.
방문객 차들이 지나다니는 그 흙길에
비도 별로 오지 않는 애리조나 황무지길에
언제 밟힐지 모르는 바퀴 사이 그 좁은 길에
바라는 것도 없이
기다리는 것도 없이
지나간 원망도 없이
그저 활짝 웃으며
서로 부비고 의지하며
지금을 살고 있는 그들을 만났다.

내 걸음은 다시 가벼워졌고
협곡을 지나온 바람은 내 모자 대신
내 찝찝한 기분과 상념들을 다 데리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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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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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언덕저편 1 | 작성시간 26.05.05 마음님 실물을 사진으로 처음 접합니다 의외로 예리하게 생기셨군요.. ㅎㅎ 한국은 땅덩어리가 작아서 장시간 운행후 브레이크 타임이 필요없지만 미국은 반드시 있어야 겠지요.. 요번에 중국엘 가보니 거기두 브레이크 타임이 있더군요... 늘 조심 운전하세요..
  • 답댓글 작성자마음자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05 제가 셀프 사진을 거의 안 찍다보니
    자세도 표정도 시선도 다 어색합니다. ㅎ
    한국에도 그런 규정은 있다고 들었는데
    자세히는 모릅니다.
    안전운전~!
  • 작성자수샨 | 작성시간 26.05.06 애리죠나 일까?
    디아블로 캐년,
    캘리포니아 일까??

    오래전 문을 닫고
    폐허같이된
    캐년 같네요....

    유타주는 아니것
    같고요...
    어느 내셔널파크
    일까요??

    유명 캐년은
    다가본것 같았는데
    생소 한곳 이네요...❤️👍

    귀히한곳,,
    궁금해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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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답댓글 작성자마음자리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 작성시간 26.05.06 이곳은 아는 사람만 아는 곳으로
    유명한 곳은 아닙니다.
    애리조나 플래그스태프 지나 동쪽으로
    조금 가다보면 윈슬로우 지역이 나오는데
    입구 지명은 Two Guns로 나옵니다.
    100년전 66번 옛 동서하이웨이가
    열렸을 때 한동안 번성했던 곳이랍니다.
  • 답댓글 작성자수샨 | 작성시간 26.05.06 마음자리 
    아,,,,감사 드립니다!
    모르는곳
    알려 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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