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위에 엎드린 남자의 알 궁둥이를 보자
바로,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기척없이 문을 벌컥 연 내 경솔함을 후회했다.
그런 한 편,코 앞에서 얼핏 본 인간 교접이
영화나 드라마보다 싱거워 픽 웃었다.
집으로 걸어오는 내내 따라붙는 무안이라니.
잠시 아이를 맡기려고 여자를 찿다 거기까지 갔지
평소에는 하우스도 그네들의 집도 걸음을 하지 않았다.
그네의 방은
북 쪽에 따로 문이 있어 서로 얼굴볼 일이 없었다.
술고래에다 가끔 정신이 나간다는 사내는 동네를 돌며
똥개를 거두어 보신탕집에 팔고 도살도 하며 벌이를 해 왔다.
주방의 벽에 비상이 든 주머니를 매달아 둔 건,
여자가 먹고 죽겠다고 허연 주머니를 들고 도망을 가고
남자가 여자의 뒤를 급하게 쫓는 걸 보고 알았다.
비상은 사내가 야산에서 토끼나 노루를 잡을 때 쓴다 했다.
방 하나를 세 놓으라며 찿아온 이가 본가의 노파였다.
쪽을 진 노인네가 표정은 굳어도 올곧아 보여
늙은이 혼자 사시기에 마치맞다며 놀던 골방을 드렸다.
이삿날 보니 노파는 보이지 않고 키가 장대같고 마흔은 넘어 보이는 사내가
스물 일곱 쯤으로 보이는 여자를 꽁무니에 달고 웃으며 걸어 왔다.
여자는 고개를 숙이고 남자의 뒤를 줄래줄래 따라오는데
기미가 덮힌 얼굴에 몸은 마르고 키가 컸다.
마침 놀러와 있던 양곡댁이 여자를 보더니
"저 여자 술집에서 사 왔단다." 라며 귓속말을 했다.
하지만 나는 대꾸하지 않았다.
남의 허물 앞에서 우쭐대고 싶지 않았다.
이사래야 단촐해 이불과 냄비 몇 개가 고작이었다.
그네들이 우리 집에 세를 얻으려 한 건 하우스 때문이었다.
하우스 두 동 중에서 하나를 자기네가 쓰면 좋겠다는 말은,
이삿날 밤 대청으로 넘어 와 술상을 앞에 놓고 남자가 슬쩍 꺼내기에
비어 있어 그러라 했다.
하우스에다 개를 몇 마리 갖다 놓고 낮에는 두 남녀가 거기서 나오지 않았다.
벌건 대낮에 멍이 든 얼굴로 남자 밑에 깔려 있는 여자가
딱하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견디는 것 말고 할 줄 아는 게 없어 보였다.
인내의 견고한 벽으로 사람을 은근히 밀어냈던 거다.
내가 말을 걸어도 웃는 듯 마는 듯 볼을 실룩할 뿐 눈길을 주지 않았는데
태도는 다소곳해 천성이 선해 보였다.
밤에 남자가 술을 먹고
고함을 치며 여자를 패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여자의 비명은 없고 남자 혼자 시끄러웠다.
모친의 말로는 아들이 오트바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쳐
정신이 왔다갔다한다 했지만
사내가 술을 먹지 않은 날은
순하고 예의를 알아 나는 모친의 말을 믿지 않았다.
예고된 결말이었지 않을까.
패면 맞고, 그래도 남자 옆에 붙어서 자고, 아침이면 일어나고,
있어도 없는 듯
음지 식물같던 여자가 죽었다.
찬기운이 서리던 십 일월 초순이었다.
이른 아침에 뒷뜰이 시끌해 나가 봤더니
남자는 요에 오줌을 싸 놓고 울음섞인 비명을 내 지르면서 방 안에서
덜덜 떨고 서있고
여자는 주방의 부뚜막에 엎드려 있었다.
비상을 진짜 먹었던 거다.
여자의 이름이 '순임이'란 건
소식을 듣고 먼 길을 달려 해질녁에사 딸을 보러온
그네의 어머니가 울면서 순임아,순임아,해서 알았다.
서른 해도 못 채우고 저문 인생,
여인에게도 어머니가 계셨다.
-덧붙임-
아침에 올린 글이 읽으시기에 불편하셨다 싶어
삭제했습니다.
둘 중에 어느 걸 올릴까 하다
따뜻한 허락을 올렸습니다.
별 생각없이 올렸는데
제 생각이 모자랐나 봅니다.
댓글도 지워져 죄송합니다.
댓글
댓글 리스트-
답댓글 작성자지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7 오래 전 이야기입니다.
순임씨가 아직 생각이 납니다.
그랬지 하면서요.
도마소리님,반갑습니다.
자주 오셔요. -
작성자둘째 작성시간 26.06.08 빈 하우스에 봄볕이 든다.
개들은 없다.
남자도 없다.
여자도 없다.
부엌 벽에 못 자국 하나가 남아 있다.
허연 주머니를 매달았던 자리.
나는 그 못 자국 앞에 한참 서 있었다.
묻지 않았던 것들이
이제 와 입 안을 맴돈다.
여자는 어디서 왔는가.
남자는 여자를 어떻게 불렀는가.
밤에 두 사람은 무슨 말을 했는가.
저물녘이면 늘 그쪽 창문에서 연기가 올랐다.
그것이 밥 짓는 연기였는지
그냥 타는 연기였는지를
나는 이제 알 수 없다.
그리고 이제 내게 남아 있는것은 서글픈 무안함 뿐이다. -
답댓글 작성자지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08 그 시절의 그 비극은
그 때로 끝난 게 아니고
현재진행형이지요.
그걸 이야기하려 했습니다. -
작성자아녜스 작성시간 26.06.09 지언님만 쓸수있는 소설같은 맛갈스런 글
잘 읽었습니다 .
마치 보고 있는듯 , 이야기를 듣는듯한 글 .
그네들의 삶이 안타깝네요 . -
답댓글 작성자지언 작성자 본인 여부 작성자 작성시간 26.06.11 지금 하트시그널 보고 있어요.
머리 쓰지않고 봐서 좋습니다.
출연자들이 출중해서
화면이 좋은 인물 그림이네요.
이 또한 볼거리입니다.
잠을 놓쳤어요.
가끔 그래요.
글 이야기보다 일상 한 조각
들려 드리는 게 낫다 싶어
지금 현재를 중계 중입니다.
저녁에 전복볶음에 근대국 끓여서
쌈채소 데쳐 쌈도 싸 먹었고요.
잘 지내소서.💗ㅎㅎ